서대문사람들
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sdmnews 강현미 기자
2010-06-24 13:03
청소년 성범죄자 열람 조건, 절차 까다로워
사후증거만 찾으려는 법령, 행정 편의주의
강현미 기자

최근 발생한 초등학교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학교 안전을 취재하면서 관내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현황을 알아보고자 서대문경찰서 여성 청소년계를 방문했다.
그러나 학부모, 교육계 관계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정보도 얻을수 없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담당 경찰이 대답 대신 내민 열람 신청 서류에는 『범죄자 명단에 관한 정보유출시 5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지침을 확인한 결과, 『법적인 조항에 열람권자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어기면서까지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영등포 김수철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범죄자 관리가 화두가 되지만, 관련 법령은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기보다는 사건 증거 확보에만 골몰하는 듯하다.

CCTV, 안전지킴이 등을 대책으로 내놓지만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아동을 지키기엔 역부족이다. 사건 이후 교과부가 고심하는 대책들이 논의 단계에서부터 국민들의 원성을 사는 이유는 특단의 조치가 아닌 탁상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CTV는 범죄후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제출되는 증거용 자료를 마련한 장치였을 뿐 예방책은 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열람 시스템 역시 실효성보다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 역시 행정편의주의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치다.
김수철 사건 후 경찰은 학교의 관리소홀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교들은 출입을 통제하지 않고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학교 출입이 가능하다. 비단 사건이 일어난 초등학교만 관리가 소홀했던 것이 아니란 이야기다.

특히나 공립초등학교에 경비요원을 배치할 수 있는 여력도 없거니와 방과후 운동장은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 놓이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내 지역에 살고 있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를 확인하는데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며 오히려 범죄자의 인권 보호를 강조하는 현재의 법제하에서 아동 성범죄가 사그라 들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2000년 이전의 성범죄 사건에 대해서는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재범확률이 높다는 우려섞인 전문가들의 지적도 불거져 나오는 상황에서 어린딸을 둔 학부모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안전한 귀가길, 편안한 하교길을 위한 정부의 발빠른 대책, 벌써 늦었지만 기대해 본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