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이 읽은 책의 수량, 목록, 독서관련 수상경력, 독서퀴즈 점수, 독서인증제 급수 등을 기록하는 ‘독서이력철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각 학교에서도 독서교육을 지원한다는 방침아래 책읽기로 수행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은 좋지만 책 읽는 것이 이제는 취미와 재미가 아닌 강압에 의해 어쩔 수없이 해야 하는 ‘숙제’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책을 더 꺼려하게 되고, 책을 읽으면서도 독서감상문쓰기, 퀴즈풀기, 점수 올리기 등을 염려해야 한다. 지난 22일, 서대문동화읽는어른모임 책도담에서는 이같은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책과 함께 놀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닌, 보고 느끼고 즐기는 현장으로 떠나보자. <편집자주>
◎ 책마당 서대문도서관 로비에는 어린이도서 약 100여권이 전시됐다. 어린 아이들이 볼만한 그림책을 비롯해 옛이야기, 창작동화, 청소년들을 위한 책 등 다양한 책들이 전시돼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에게 좋은 자료가 됐다. 전시장 한 코너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 독서이력철의 문제점을 꼬집고 시행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펼쳐졌다.
「독서교육에 대한 전문성(도서관과 교사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독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국민의 지적자유인권 침해」임을 강조하고 『아이들에게서 책 읽는 재미를 빼앗고, 독후활동에만 치우친 독서교육은 독서의 본질을 외면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홍은3동에서 아이와 함께 참가한 한미경 씨는 『아이들 수준에 맞는 책들이 많아 좋은 자료가 됐다』며 『요새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접하게 해주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 공연마당 시청각실에서는 빛그림 상영이 이어졌다. 책도담 회원이 직접 그림책의 사진을 찍고 현상해 만든 슬라이드로, 「반쪽이」와 「종이봉지공주」를 상영했다. 특히 책도담 회원들이 마이크를 통해 구연동화처럼 실감나게 설명해 아이들로 하여금 큰 호응을 얻었다.
▣ 빛그림으로 만나본 동화
반쪽이 : 「반쪽이」는 우리나라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동화로, 아기를 갖고 싶어 하는 한 여인이 산신령의 도움을 받아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잉어 세 마리를 얻어 먹게 된다. 하지만 고양이가 생선 반 마리를 먹는 바람에 여인은 두 명의 아들은 정상이지만 한명의 아들은 반만 있는 반쪽이 아들을 얻게 된다. 하지만 반쪽이는 누구보다 힘이 세고 총명해 여러 곤경을 이겨내고 예쁜 부인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 (이미애 글/이억배 그림/보림)
종이봉지공주 : 「종이봉지공주」는 지혜와 용기로 용에게 물려간 로널드 왕자를 구한 공주 이야기. 용이 내뿜는 불로 인해 옷이 다 타버린 공주는 종이로 옷을 만들어 용을 찾아가 물리친 후 왕자를 구하지만 왕자는 오히려 더러운 옷의 공주가 못마땅해 외면한다. 종이봉지공주는 왕자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버리는 사람임을 알고 왕자를 떠난다. (로버트문치 글/마이클마첸코 그림/비룡소)
◎ 놀이마당 빛 상영에서 보여준 「반쪽이」와 「종이봉지공주」를 테마로 총 4가지의 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첫 번째 마당은 「종이봉지 옷 만들어 보기」. 저마다 종이옷을 받아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 만든 옷을 입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종이봉지공주 뒷 이야기 꾸미기」는 「내가 공주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공주는 앞으로 어떻게 됐을까?」, 「로널드왕자는 어떻게 됐을까?」 등 저마다 주인공이 돼서 이야기를 꾸며보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아이들은 준비된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편지를 써보기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식구들과 함께 나와 행사에 참가한 나원준(5) 군은 『종이봉지 옷 만들기가 가장 신나고 재밌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직접 만드는 책갈피」도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반쪽이」와 「종이봉지공주」의 그림을 색칠할 수 있도록 만든 후 작게 프린트해 아이들에게 나눠줘 색칠하도록 했다. 색칠한 종이는 즉석에서 코팅지에 붙여 책갈피로 만들어졌다.
마지막 마당은 「소원나무 만들기」. 놀이마당이 펼쳐진 문화교실 중앙에 있는 기둥은 커다란 나무로 변신했다. 아이들은 준비된 나뭇잎과 과일모양의 종이에 자신의 소원을 적어 나무에 달았다. 나무는 어느새 아이들의 소원이 적힌 잎과 과일이 주렁주렁 달리게 됐다. 한 어린이는 「서울축구선수」라는 소원을, 또 한 어린이는 「엄마 아프지마」라는 소원을 빌어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책도담 회원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동화책을 직접 읽어주기도 해 책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었다. 이 4가지 마당을 모두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풍선으로 만든 공룡모자가 선물로 주어졌다. 홍은 2동의 전윤경 주부는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다』며 『집에서 할 수 없었던 것도 하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책을 보도록 하니까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