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마포아트센터에서는 제 6회 양원초등학교(교장 이선재) 입학식이 있었다. 올해는 총 400명이 입학했으며 이중 여자는 395명이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201명으로 가장 많았고 70대는 103명이었으며 20대도 2명 있었다. 서대문구에서는 28명이, 마포구는 63명, 은평구는 13명이 신입생이 됐다.
최고령은 1925년생으로 올해 86세가 되는 장순화(용산), 장분녀(동작) 씨. 이선재 교장은 축하와 격려의 의미로 직접 꽃다발을 선사했다.
실제로 88세인 장순화 씨는 『동네 친구들이 양원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부러워 용기를 내게 됐다』며 『학용품도 미리 준비해 두고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여느 신입생과 다를 바 없는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결혼이민자인 응웬티하미(21세)씨는 『베트남인으로 1년 전에 결혼했지만 아직 자녀가 없어 남편의 배려로 입학하게 됐다』며 『자녀교육에 도움을 얻기 위해 입학했다』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가장 먼 거리에서 입학한 김유순(51, 진도) 씨는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는 아들들이 학교를 소개해서 왔다』며 『남편의 승낙으로 공부를 위해 서울에서 생활하게 됐다』고 사연을 말했다.
이선재 교장은 훈화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손자들과 대화하기도 힘든 것이 사실인데 배움을 통해 자신감을 찾고 가족과 유대도 돈독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그 동안 「나만 못배운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오늘 입학식에 와보니 혼자가 아니지 않느냐, 자신감을 갖고 힘이 닿는 한 최대한 노력해 못다 이룬 꿈을 이루라』고 격려했다.
이 교장이 훈화 도중 『공부는 저절로 되는 것이다』를 복창할 것을 제안하자 늦깎이 새내기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저절로 되는 것이라면 왜 여태 못했겠느냐」며 옆자리의 새친구들과 마주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교장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이들 400명은 자신과 약속이라도 하듯 큰 소리로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행복하다』를 외쳤다.
이 교장이 콩나물 시루를 빗대어 『물을 주면 금새 새 나가는 것 같지만 이 과정에서 콩나물이 양분을 먹고 쑥쑥 자란다. 이 자리에 모인 학생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돌아서면 잊어버릴지라도 학교에 출석하고 노력하는 자체가 지식과 실력으로 남을 것이다』고 배움의 가치를 전했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 학업을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갖고 선생님 말씀에 신뢰를 갖고 노력하면 틀림없이 꿈을 이룰 것이다』는 말은 더 없는 응원이 됐다.
늦깎이 새내기들은 12시까지 진행된 입학식을 마치고 자신들이 공부할 교실을 돌아보며 새 책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첫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양원초등학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만 12세 이상의 남,여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이다. 4년 동안 6학년 전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면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으며 2009년 1회 234명, 2010년 2회 19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 48명이 한국문단에서 시인이나 수필가로 활동 중이며, 뒤늦게 요식 사업을 시작해 현재 대기업 못지않은 브랜드파워를 자랑하는 졸업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ini Interview 유영수 선생 (능력반 담임)
입학식 내 강당 한켠에서 학생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영어말하기대회, 시낭송 대회 등 학교행사 장에서 사회를 도맡아 보던 유영수 선생이었다.
일성여중고에서 43년 간 재직하고 양원초등학교에서는 올해로 6년째 교편을 잡고 있다는 유 선생은 신입생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능력반(80세 이상의 학생들로 구성)을 맡아 뜨거운 열정으로 보람을 느끼며 교단에 서고 있다.
<편집자 주>
□ 입학생들에게 한 말씀?
■ 늦더라도 배우겠다는 용기를 갖고 양원(초등학교)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모든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 학교의 설립 이념이며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한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돕고 있다. 지금 모르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며 해낼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끝까지 학업을 완성하길 바란다.
□ 기억에 남는 학생은?
■ 다니다가 사망하는 학생이 2명 있었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공부시간에 「선생님, 60평생 살면서 처음으로 연필을 잡아봤어요」라고 말하는 남학생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켠이 찡하다. 순수한 배움에 대한 갈증으로 학업에 도전한 학생들을 보면 고맙고 선생님으로서 힘을 얻기도 한다. (대답을 하면서 유 선생은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눈시울을 붉히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올해 신입생반을 맡은 각오는?
■ 오후 능력반이 특히 취약하다. 마지막 맡은 반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교장선생님을 존경하는 이유가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을 헌신해서 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퇴임까지 교직을 천명으로 생각하고 열과 성을 다하고 싶다.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안타깝다.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마지막까지 해야 할 일은 학생들을 깨우쳐야겠다는 생각이다.
□ 퇴임 후에 계획은?
■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끝까지 나눠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