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봄을 알리듯 화창했던 지난 토요일 오후 2시 30분경, 멀지 않은 경복궁에서 수문장 교대식이 진행중이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플레시 세례와 나들이객의 발길로 인해 도심을 감싸던 한파는 기가 한 풀 꺽인 듯했다.
같은 시각 서대문형무소의 무표정한 담벼락 사이로 김지원 양의 낭랑한 목소리가 봄기운처럼 퍼진다.
지난 20일 서대문형무소역사관(관장 박경목)에서는 어린이 도슨트 김지원(서울불암초6, 사진 중앙)양의 유창한 영어 해설이 내외국인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에드워드(미국, 사진 우)와 피오나(말레이시아, 사진 좌) 씨는 『자국의 역사에 대해 전문적인 해설을 하는 어린이 도슨트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감탄했다.
한국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에드워드 씨는 『위인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으로 독립운동의 역사를 전달했다』며 김 양에게 『아주 야무진 학생이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겠다는 꿈을 꼭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의 다른 역사, 문화에도 흥미를 느끼게 됐다』며 피오나 씨는 『어린이 도슨트 해설 체험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것이다』고 했다.
한 시간이 넘게 진행된 해설관람을 마친 외국인 관람객은 지원양과이메일 주소를 교환하며 헤어졌다.
이달부터 형무소역사관에서는 영어 듣기가 가능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어린이 영어 도슨트(박물관 및 미술관 전문 해설사) 해설 안내를 실시한다.
지난 해 부터 영어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 수요에 발 맞춰 마련된 것. 역사관에서는 이를 위해 지난해 국제교류문화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어린이 도슨트 수급 확보 및 교육을 마쳤다. 일반 도슨트와 마찬가지로 해설 안내 연습과 관련지식을 습득해 한국 근대 격동의 현장인 서대문형무소에 대해 안내할 계획을 착실하게 준비했다.
20일은 이들이 실전에 나선 첫 날로서 총 4명의 어린이 도슨트들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을 맞아 활약을 펼쳤다.
김 양은 『외교관으로서 장래희망을 위해 영어 공부와 동시에 역사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어 자원하게 됐다』고 한다.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는 만큼 자세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많이 했지만 막상 해보니 당황스러운 질문도 있어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실제 본인이 명쾌하게 답하지 못했던 부분은 메모해두었다가 에드워드의 이메일로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기로 했다.
역사관 측은 『국내에서 처음 시행되는 어린이 영어 도슨트 해설 안내 서비스는 역사관을 방문한 어린이 및 청소년들이 우리의 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해 우리 역사도 알고 외국어 학습능력도 향상시키는 1석 2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력 10년의 베테랑 도슨트는 『열심히 설명하려고 하는 학생들의 책임감이 어른 못지 않다』며 『국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개인적인 역사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있어서도 중요한 체험이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또 『형무소 역사관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은 고궁과 시내를 찾는 일반 관광인들과 달리 국내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든지 특별히 한국과 인연이 있는 등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들을 상대로 해설할 수 있는 어린이 도슨트들의 수준이 높게 평했다.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함께 형무소역사관을 찾은 한국 관람객 주희(38, 애월읍) 씨는 『자녀키우는 엄마로서 외국인을 상대로 막힘없이 설명하는 것이 부럽기도 하면서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편, 어린이 도슨트들은 지난해 문화재청에서 주최한 전국 학생 문화유산해설 외국어(영어)콘테스트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수민(인헌초 4), 최 희(안산 양지초 4) 등 입상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본 프로그램은 주말을 이용해 예약제로 운영되며 예약 및 안내는 아래의 연락처를 이용하면 된다. 영어 듣기 가능한 어린이 들을 대상으로도 운영된다.
(문의360-8590~1)
홈페이지 : www.sscmc.or.kr
어린이 도슨트 김지원 양(서울 불암초 6학년)
도슨트로서 첫 선을 보이기 위해 10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김지원(13, 사진) 양은 막힘 없는 설명으로 외국 관람객에게 「smart korean!」이란 인상을 줬다. 성공적으로 도슨트 신고식을 마친 학생을 만나 영어 잘하는 비법과 장래희망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얼마나 준비했나?
■ 형무소역사관의 영어 도슨트가 되기 위한 100시간의 의무교육을 받았다. 별도로 집에서도 많은 연습과 공부를 했다. 거울을 보면서 말해보기도 하고 가족을 한 명씩 앉혀놓고 설명했다.
□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는지.
■ 아기 때부터 엄마가 항상 영어 회화 듣기를 위해 오디오를 틀어 놨었다. 지금도 잘 때 들으면서 잠든다. 엄마랑 회화 연습을 많이 했다. 영어 학원을 다니기 보다는 도슨트 같은 체험학습 위주로 해 왔다. 정식 도슨트 자격을 받아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실제로 외국인을 상대로 박물관 설명을 하는 활동에 참가 했었다.
□ 장래희망과 연관이 있나?
■ 외교관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있어서 국사와 외국어는 필수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고 직접 도슨트로 지원한 것이다.
□ 떨리지는 않았나?
■ 에드워드가 자국민을 가뒀던 감옥을 문화재로 보존하고 있는 이유를 물었는데 답하기 어려웠다. 솔직하게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했더니 이해했다. 책과 선생님을 통해 설명할 수 있도록 공부 해서 메일로 답변해 줄 생각이다.
□ 도슨트가 된 첫 날 소감은?
■ 처음에는 떨리고 어색하기도 했는데 집에서 할 때와 분위기 다른 점이 더 좋았다. 제 3자에게 국사를 설명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자세히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다음주부터 정식으로 도슨트 명찰을 하고 관람객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