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끝나갈 무렵 나타나는 정치적, 행정적 공백기를 우리는 흔히 「레임덕(lame duck)」이라고 한다. 이 시기가 되면 조직원들의 의욕은 사라지고, 기본적 책임마저 방관하게 돼 사회 전체가 혼란을 겪게 되기도 한다.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서대문구 구의회에도 일찌감치 레임덕이 찾아 왔다. 의원들은 5대 의회를 마무리하면서 공부하고 전문성이 강화된 의회였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실제로 의회내부에서 스스로의 발전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의원들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얼마 전 새해의 새로운 업무계획을 보고 받기 위해 열린 임시회 상임위원회에서 점심시간 이 후 의원들이 등원하지 않아 1시간이 넘도록 속개를 하지 못한 사태가 있었다. 행정복지·재정건설위원회 할 것 없이 두세명의 의원만이 등원해 속개를 기다리거나, 계속되는 정회로 본연의 업무에 차질을 우려해 담당 공무원의 업무보고를 받는 정도로 상임위를 마무리 했다.
상임위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각 상임위원장은 개인적인 사무 또는 정당회의 때문에 등원하지 않았다. 그나마 상임위원장 부재시 대신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부위원장만 참석했어도 회의를 속개할 수 있었지만, 한 상임위는 부위원장이 1시간이나 늦어 남아있는 의원과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기다려야 했다.
다가올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해 주민을 만날 수 있는 공식적 행사에 참여하고, 정당에서 잘보여야 하며, 개인적 선거 기반을 다지는 일이 시급할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임시회를 대하는 의원들의 자세는 「기본」을 많이 벗어나 있었다.
구의원도 전문직이다. 혈세로 녹봉을 받으며 구민을 대신해 구민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인 것이다.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구민들에게 자신들의 치적을 드러내 공치사하는 것도 그들에겐 중요하겠지만 그것도 다음의 치적을 쌓기 위한 의사일정에 충실하고 난 다음에 이뤄져야 할 일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서대문구가 어수선하다. 구청장 비서실장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되고, 구청장도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모습이 레임덕을 실감케 한다.
모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구청 공무원들의 기강해이의 원인이 구청장 임기 말년에 찾아온 레임덕 때문이라고 질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지금 구의회는 어떤가? 대다수의 의원들이 스스로가 레임덕에 빠지면서 정말 묵묵히 뒤에서 의사일정에 충실한 의원들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것 아닌가?
구민들은 알 것이다. 잘하고 못함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우민(愚民)하지 않다. 지방선거 예비자후보 등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의원들 스스로 후보자 등록을 하기에 앞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신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