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지난 23일, 서울역사박물관 앞 광장에 1004명의 산타들이 모였다. 빨간 고깔모자에 빨간 산타 옷을 입고, 남녀 할 것 없이 흰 수염을 달고 『허, 허, 허~』 너털웃음 짓는 모습이 영락없이 산타다.
<-(사) 한국청소년재단 김병후 이사장(좌)과 박중훈 대장산타(우)
평생 한번 보기도 힘든 산타가 역사박물관 광장에 그것도 떼를 지어 있는 모습이 신기한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발길을 멈추고 신기해한다. 혹여 선물을 주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몰래 산타에게 다가가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산타 보따리에 있는 선물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서울시 전역 내 967명의 아이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역사박물관 광장에 운집한 1004명의 산타들은 「제4회 몰래 산타 대작전」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자원 봉사 대학생과 직장인들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는 몰래 산타 대작전은 시립 서대문청소년수련관(관장 황인국)에서 주관하고 있는 행사로 크리스마스를 맞아 서울시 전역에 있는 아동들과 보육시설을 방문해 깜짝 선물과 이벤트를 해줌으로써 희망을 전하고자 시행하고 있는 희망 프로젝트다.
네번째 몰래산타 홍보대사를 맡은 그룹 ‘더블 유’->
흥청망청 쉽고 무의미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는 사람들에 반해 뜻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이 참가비를 내가며 희망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물론 봉사자들의 참가비도 후원금과 함께 대상 아이들의 선물구입비로 활용됐다.
자원봉사자들은 대상 아이들에게 더 큰 기쁨과 감동을 주기 위해 이미 3회에 걸쳐 산타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풍선아트에서부터 마술, 캐롤과 율동 등을 배우고 5~12명으로 구성된 36개 모둠이 각자 팀 역할과 개인 임무를 나누며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한 달여간의 산타가 되는 과정을 모두 거친 자원봉사자들은 23일 역사박물관 광장에 모여 출정식을 가졌다. 해당 기관과 가정을 방문하기에 앞서 산타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고자 가진 출정식에는 4회 몰래 산타 대작전의 대장 산타인 영화배우 박중훈 씨와 (사)한국청소년재단 김병후 이사장도 함께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출정하기 전 플래스 몹 한 컷
(사)한국청소년재단 김병후 이사장은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행동을 하기 마련이지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의 지금 생각과 마음만은 정말 산타가 되겠다는 마음일 것』이라며 『추운 날씨에도 자발적으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자 참석해 준 봉사자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박중훈 씨도 『크리스마스에는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꿈과 희망을 갖기 마련인데 희망을 나누고자 자리를 함께하고 있는 여러 산타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희망을 위한 선물을 나눠주면서 함께 아이들의 손도 잡아보고, 안아도 보면서 온정도 함께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김병후 이사장과 박중훈 씨의 격려 인사말이 끝나고 산타들은 본격적인 출정을 위한 플래시 몹과 함께 출정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각 기관과 가정에 사랑을 전하러 출정했다.
동행취재
위캔이 전하는 ‘몰래 산타 대작전’ 성공기
가능성 그대로 우리는 한다!
몰래 산타 출정식이 있기 전 시립 서대문청소년 수련관 내 「위캔 프로젝트」의 청소년 10여명이 서둘러 홍제1동에 소재하고 있는 「홍제지역아동센터」를 방문했다. 몰래 산타 대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학업중단청소년들로 구성된 위캔 프로젝트의 아이들은 몰래 산타를 통해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다른 어떤 산타 팀 보다도 열심히 오늘을 준비했다.
<-아이들과 율동을 함께 하고 있는 위캔 청소년들.
아동센터의 아이들을 기다리는 동안 설레임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지 그동안 연습했던 율동들을 곱씹으며, 긴장한 모습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내 아동센터의 문이 열리고 자리한 아이들은 큰 박수를 보내며 위캔 프로젝트의 언니, 오빠 산타들을 반갑게 맞아 줬다. 아이들의 박수 소리가 위캔 청소년들에게 큰 힘이 됐는지 조금 전까지 긴장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센터 아이들과 하나 돼 함께 율동하고, 노래도 하면서 몰래 산타 대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몰래 산타에 참가한 위캔 프로젝트의 청소년들은 수련관 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수업들로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지만 몰래 산타 대작전을 성공하기 위해 틈틈이 노래와 율동, 풍선아트 등을 연습했고, 외에도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차력 쇼를 꼭 보여주고 싶다며 각색해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연습하는 등 다른 어떤 산타 팀보다도 열심이었다고 담당자가 귀띔했다.
위캔 아이들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끝나고 선물 보따리를 둘러멘 산타가 등장하자 센터 아이들은 『아까 그 아저씨잖아!』하면서도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이내 선물 보따리에서는 미리 센터 선생님들을 통해 각자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선물을 꺼내어 하나씩 나눠줬다.
수줍은 듯, 고마운 듯 조심스럽게 산타에게서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선물이 자신들이 평소 가지고 싶었던 것이었음을 알고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산타 역할을 맡았던 문충헌(18) 군은 『수련관에서 틈틈이 공부하면서 몰래 산타를 위해 준비한 보람이 있다』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보람을 느꼈고, 올해 크리스마스는 오랫동안 머릿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