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공연, 전시
특별한 배우들의 끼와 열정을 찾아서
sdmnews 강현미 기자
2009-12-14 11:21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수화뮤지컬 ‘꿈을 찾아서’
숫자로 박자 세가며 안무 익혀 2배 시간 들어
재능 탁월해도 취업문 높아 “그래도 행복해요”
지난 5일 서대문교회 예배당에서 수화뮤지컬 ‘꿈을 찾아서’ 공연이 있었다. 공연에 참가한 배우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뮤지컬 장면
같은 날 청각장애여성 「피부미용관리센터」설치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도 열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맥스 루케이도의 「넌 특별하단다」의 주인공 펀치넬로는 나무로 만든 사람이다. 그가 사는 나무사람들의 마을에서는 무엇이든 잘하고 착한 이에게는 별을, 골칫덩이에게는 점을 붙여준다. 주인공은 점투성이다. 나중에는 이웃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무조건 점을 덧붙일 정도가 됐다. 그러나 펀치넬로를 만든 목수 엘리는 달랐다.

『내가 너를 만들었단다. 난 실수하지 않아. 넌 특별하단다.』
난생처음 듣는 놀라운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는 순간, 펀치넬로의 점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내렸다는 내용의 이 동화는 어린이 뿐 아니라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읽히고 있다. 

여기 처음 시도되는 특별한 뮤지컬 한 편이 있다. 출연진은 모두 농아인이다. 이들은 5일 서대문교회에서 수화뮤지컬 공연을 선보였다. 이를 위해 지난 6개월 간 고된 연습을 거쳐 마침내 뮤지컬「꿈을 찾아서(부제 ; 소중한 꿈이 있기에)」의 막이 올랐다.
이 공연은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관장 이대섭)이 추최하고 사회복지법인 지구촌교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서대문교회,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와 (주) KT 상상발전소가 후원해 이뤄졌다.

댄서가 되는 것이 꿈인 주인공은 청각장애를 숨기고 오디션에 참가한다. 실력이 출중해 가볍게 선발되지만 사장과 이사의 말을 듣지 못해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아 낙방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가진 장애를 비관하고 만취한 채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꿈 속에서 과거로 돌아가 위대한 청각장애 위인들을 만나 용기를 얻어 다시 도전한다는 줄거리다.

청인을 배려해 음성배우와 영상 자막을 함께 선보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 날 2회에 걸친 공연을 찾은 관객은 총 962명이었으며 배우들의 끼와 열정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주인공 김기환 씨의 친구(엄태욱, 잠실)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저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며 김 씨에게 수화로 찬사를 보냈다.

아프리카에서 온 윌리엄 차고라니(William Kyagulanyi, 목사)씨는 『농아인으로 구성된 출연진이 뮤지컬 무대를 선보인 것이 인상적이다. 고국에서는 본 적 없는 무대이며 끼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공연을 기획한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 배한선 팀장은 『농아인에 대한 편견 중 하나가 음악을 즐길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인데 실은 그렇지 않다』며 공연을 준비한 사연을 전했다.

그는 또 『전문 배우 못지않게 음악을 느끼고 싶어하고 좋아한다. 이번 공연을 해낸 것이 농아인 스스로도 도전을 통해 재능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배우들이라 이들은 박자를 숫자로 세서 동작을 익히고 군무(群舞)로 맞추며 연습했기 때문에 한 박자라도 놓치면 공연의 흐름이 깨져 일반 배우들에 비해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셈이었다.

배 팀장은 『이번 공연의 반응이 좋아서 활성화 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이대섭 관장은 『그간 복지관에서 농아인을 대상으로  꿈을 이루어주고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취업에 많은 제한이 있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온 농아인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힘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같은 날 서대문교회 내에는 청각장애여성 「피부미용관리센터」설치기금 마련을 위한 일일찻집이 함께 열려 농아인들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자 했다.
복지관에서 피부관리직업훈련 5개월 과정을 마치고 전문자격을 취득한 6명이 내년 봄 쯤 일반피부관리숍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정자 사무국장은 『맹인 안마사처럼 이 친구들도 특별한 재능을 보이고 있어 가능성이 많다. 현재는 복지관 안에서 작게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모래내 시장 근처에 점포 마련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