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환경
다시태어난 궁동산
고은희 기자
2006-05-02 18:43
코스모스 꽃길걸으면 내마음은 ‘소녀’
계절별 꽃 감상, 정돈된 산책로 이용 가능
주민들 물길어나르며 궁동산 지킴이 역할
궁봉산악회 결성해 꾸준한 노력 기울여
코스모스가 핀 궁동산. 한 주민이 꽃길 속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인다.
궁봉산악회 회원들은 궁동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매일 산에 오르며 손수 화초를 가꾸고 있다.
궁동산악회의 노력으로 정비된 산책로를 한 주민이 여유롭게 거닐고 있다.
궁봉산악회 회원들의 소길로 더욱 아름다워진 궁동산엔 등산객들이 늘어났다.
궁봉산악회 정춘모 부회장

지난 봄, 본지에서는 불법 삼림훼손으로 신음하고 있는 궁동산을 기획취재 했다. 정일출 씨의 제보로 궁동산을 찾았을 때 울타리가 설치돼 있고 유실수가 식재돼 있는 등 개인 과수원을 연상케했으며, 경작지 조성을 위해 9년 이상된 대나무, 잣나무 등이 무참히 잘려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철근, 나무토막 등의 적치물이 방치돼 있었고, 칡넝쿨이 엉켜져 다른 나무가 전혀 자라지 못해 고사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본지 326호 12면 참조> 보도 이후 5개월이 지난 지금, 궁동산은 어떻게 변했을가? 다시 한번 궁동산을 찾았다. <편집자주>


궁봉산악회, 궁동산 지킴이로 나섰다!

궁동산을 자주 오르는 사람들이 모였다. 훼손돼가는 궁동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어서 이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1년전 발족한 궁봉산악회(회장 정일출)는 현재 2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궁동산을 살리기 위해 1년간의 시간을 투자해 지난 봄부터 나무를 심고, 코스모스 씨를 뿌리는 등 기본적인 경관조성에 힘썼다. 하지만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심은 나무와 꽃이 시들어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약수터 등 배수시설이 전혀 없는 궁동산에서 물을 구할 수 없었던 궁봉산악회 회원들은 산아래서부터 양동이에 물을 길어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매일 아침 이같은 노력이 계속돼, 시들어가는 나무와 꽃을 살릴 수 있었다. 여름에는 산책길 주변 무성한 잡초를 모두 제거하고, 전지작업을 실시했다. 폭이 좁아 두사람이 함께 지나가기조차 힘들었던 산책길을 넓히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노력으로 인해 훼손됐던 궁동산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 계절 꽃 만발하는 궁동산

궁동산을 오르는 등산로부터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등산로 주변에는 난을 비롯해 분꽃, 철쭉, 봉숭아꽃 등 10여종의 꽃이 심어져있다. 봄에 피는 꽃이 많아 현재는 꽃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정성스레 가꿔온 흔적이 역력했다. 궁봉산악회 회원들은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는 한편 산책로 길을 따라 다양한 꽃을 심어 궁동산 경관을 한층 아름답게 했다.

내년에는 벚꽃150주를 심을 계획을 갖고 있다는데. 정춘모 궁봉산악회 부회장은 『궁동산을 3년안에 벚꽃동산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이제 벚꽃을 보러 멀리 갈 필요없이 가까운 동산에서 벚꽃맞이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사계절을 아름답게 꾸며줄 꽃들을 식재해 궁동산은 계절마다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꽃동산으로 자리할 계획이다.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아카시아가 궁동산을 수놓을 예정이다.

가을의 문턱에 넘어선 요즘 궁동산은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또 구의 도움으로 최신 운동기구를 설치해 구민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궁동산의 이같은 변화로 인해 궁동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약 3배 이상 늘어났다. 주변의 학교에서도 자연학습장으로 궁동산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춘모 씨는 『한 할머니가 궁동산에 올랐다가 너무 좋다며 식구들과 함께 궁동산을 다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산을 가꿨던 산악회 일원으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 주민의식 고취, 우선돼야

하지만 궁봉산악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 궁동산에는 물이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양동이로 산아래에서 물을 길러다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궁봉산악회 회원들은 내년 봄, 산 위에서 편하게 물을 구할 수 있도록 수도를 끌어올려 물탱크에 저장해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또 궁동산 아래쪽에는 무단으로 경작되고 있는 밭이 그대로 남아있어 구민들 의식 고취가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산 곳곳에 자연보호 및 무단 훼손 및 경작을 금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을 뿐 다른 조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춘모 부회장은 『아직 궁동산이 완벽하게 정비됐다고는 볼 수 없다』며 『구민들이 내 집처럼 아끼는 마음으로 궁동산을 대할 때 궁동산은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이기심을 버리고 우리 모두의 산이라는 생각으로 궁동산을 살리기 위해 애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mini인터뷰/궁봉산악회 정춘모 부회장
내 집 가꾼다는 생각으로 궁동산 지켜
“3년내 더욱 달라진 궁동산 만들터”

Q. 궁동산을 살리는데 동참하게 된 계기는?
A. 궁동산은 운동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 중에 하나다. 높지도 않고 주택가 근처에 있어 인근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이기도 하다. 나도 매일 아침 궁동산을 오르면서 궁동산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그러다 훼손돼있는 궁동산을 알게 됐고, 궁동산을 아끼는 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궁동산 살리는 일에 힘을 쏟게 됐다.

Q. 궁동산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 왔는지?
A. 궁봉산악회 회원들 누구나 열심히 노력했다. 갖가지 꽃씨와 묘목을 심는 것은 물론 잡초제거, 전지작업 등의 작업을 해왔다. 물이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누구하나 불평 없이 양동이를 들고 물을 길어다가 꽃들을 살려왔다. 좁은 산책길을 넓히고, 구민들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Q. 작업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A. 처음 궁동산은 많이 훼손 돼 있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출 때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다. 이런 노력들이 알려지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서연여중에서도 자연학습으로 궁동산을 찾아 사진을 찍는 등의 모습을 보고 보람을 많이 느꼈다. 또 한 할머니는 궁동산이 이렇게나 변한지 모르고 올랐다가 예뻐진 산을 보고 가족과 함께 올라 같이 운동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그간의 고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궁동산3년계획안」을 세우고 있다. 즉, 3년 내로 완전하게 달라진 궁동산을 만들겠다는 것이 우리 산악회의 목표다. 내년 봄에 배수시설이 들어오고, 벚꽃이 식재돼 자리잡힌다면 계절별로 예쁜 꽃이 피고, 운동하거나 산책하고 싶을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궁동산이 될 것이다. 궁봉산악회원 뿐만 아니라 궁동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도 궁동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관심 가져주고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