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 경 연희동 삼거리를 지나칠 때 운이 좋다면 색소폰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선율이 흘러나오는 곳은 바로 연희 동물병원. 십 년째 변하지 않는 빵집과 미용실처럼 평범하던 일상에 조금은 특별한 색소폰 선율을 선사하고 있는 백 원장 일상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아가는 서대문 사람, 동물병원 백 원장을 서대문 사람들이 만났다.
<편집자 주>
동물병원을 운영한지 올해로 20년이 된다는 백호석 원장. 이 곳 연희동에 자리잡은 지도 벌써 7년이 됐다.
어린시절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이웃집 할머니가 놔둔 쥐약을 먹고 죽었던 일이 너무 가슴아파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인생의 진로가 됐다. 어떤 계기로 색소폰을 시작했냐는 질문에 백 원장은 과거를 회상한다.
『올해로 17년이 된 셈이네요. 동기는 어느 날 이브 몽땅이 주연한 「퐁네프의 연인들」 이라는 영화를 보는데 배경음악으로 흐르던「고엽」이라는 곡을 멋지게 연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당시 다니던 성당 교우 중 밴드 마스터를 찾아갔지요』
3개월 간 일주일에 두 번씩 개인교습을 받은 후 독학으로 지금까지 연습해 실력을 닦고 있다.
『어릴 때 피리 연주를 곧잘 했어요. 특별히 배우지 않았는데 반음연주까지 가능했거든요』
마흔 넘어서 취미로 시작한 연주지만 지금은 일이 끝나고 난 뒤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여행에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보이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서 지금도 여럿이 있을 때보다 혼자 간 여행지에서나 지금처럼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연주하는 편을 즐긴다는 백 원장은 기억에 남는 연주로 유럽여행 중 오스트리아에서의 일을 꼽았다.
『숙소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로비에서 연주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관객이 모여 즉석 신청곡을 받아서 연주하기도 했어요. 참 특별한 경험이었죠. 색소폰을 배우기 전에도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팝 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중가요를 비롯해 교회 성가 등 많은 곡을 알아 둔 것이 도움이 됐어요』
백 원장이 동물병원에서 하는 연주는 아픈 강아지도 낫게 한다.
『고음부분을 연주할 때는 덩지가 큰 개일수록 잘 따라해요. 사람도 그렇지만 마음을 즐겁게 하는 활동이 면역력을 높여 자연치유 효과가 있거든요. 동물들도 마찬가지로 병의 호전이 빨라요』
『가족들도 잘 이해해주고 연주하는 걸 좋아해요. 두 살 차이나는 아내는 홍대 대학원에서 그림을 공부하고 초등교사로 33년간 일하다 퇴직한 후 화가로 활동하며 간간이 전시회를 열곤 합니다』
유기견 찾아주기사업에 동참중인 백 원장의 동물병원에는 항상 「주인찾음 」 안내문이 붙어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동물병원이 잘 될 정도로 애완동물을 많이 길렀어요. 그런데 경기가 어려워지니 기르던 식구를 내다버리는 거예요. 어제 오늘만 해도 세 마리가 들어왔어요. 주인을 찾는 게 가장 좋고 그게 아니더라도 분양이 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을 때는 동물병원에서 수개월씩 기르기도 해요』 라며 그는 덕만이를 부른다. 3개월째 백 원장이 데리고 있는 유기견인데 정이 많이 들어 함께할 생각이다.
백 원장은 서대문을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한적하고 무엇보다 따뜻한 정이 있어 따뜻하다』고 말한다. 『항상 색소폰을 선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돈이 많다고 반드시 부자인건 아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행복을 부른다』고 덧붙였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