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작은이가 만드는 큰 세상
전 기 광 사무국장/서대문구해병전우회
고은희 기자
2006-04-28 22:53
차량봉사로 어르신들 발 역할 톡톡
“봉사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아요”
전기광 사무국장은 어르신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기 위해 이발기술을 배울 정도로 열정을 가진 봉사자다. 이 열정을 바탕으로 그를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귀신 잡는 해병대」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일까? 해병대를 상징하는 붉은색처럼 불같은 해병대의 모습이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그래서인지 해병대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서대문구해병전우회의 전기광 사무국장을 만나고 나면 이전 생각들이 오해였음을 깨닫는다.

59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모습의 전기광 씨는 『개인적으로 하는 봉사는 없고 해병대전우회 이름으로 나가는 봉사가 전부』라며 손을 내젓는다. 『그래도 해병전우회에서 나가고 있는 봉사만큼은 빠지지 않고 다닌다』는 그는 『봉사를 통해 오히려 자신이 배우고 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서대문해병전우회의 가장 기본적인 사업은, 봉사현장의 차량운행이다.

어르신들의 경우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기 때문에 차량을 통해 어르신들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량봉사만 하다보니 정작 다른 지원이 필요한 부분에서 뒷짐만 지고 서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이발봉사다. 전기광 씨는 지난해 초 이발기술을 배우고 직접 노숙자들의 머리를 다듬는 봉사를 시작했다.

언제 머리를 감았는지 알 수 없는 노숙자의 머리를 다듬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이 되면서 이제 냄새마저 인간적인 체취로 바뀌어버렸다. 이발봉사는 매달 첫 목요일마다 홍제3동 문화공원 무료급식소에서 펼쳐진다. 한울타리봉사대와 함께 닭죽을 준비해 대접하는 것도 해병전우회의 임무다. 이 외에도 충정로 노숙자 드롭인센터와 독립문공원, 여의도 순복음교회 지체장애인 모임에서도 한달에 한번씩 찾아가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또 독거어르신을 상대로 목욕봉사를 비롯해 말벗해드리기, 급식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봉사를 할 때면 전씨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한다. 『독거어르신들 중에는 자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외롭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며 홍제·홍은동 일대에 거주하는 독거어르신댁에 화재경보기를 달아주었을 당시 한 어르신이 자식들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을 보고 가슴 찡했던 기억을 회고한다.

전씨는 또 『홀로된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도 어머니께 잘 해드려야겠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며 『봉사를 하면서 얻어지는 기쁨보다 그들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전한다. 전씨의 봉사행진에 큰 힘이 되는 것은 역시 해병대라는 자긍심이다. 해병대전우회는 발족하면서부터 봉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해병대출신들이 자원봉사 하는 것도 이제는 전통이 됐다.

전씨는 『해병대전우회를 통해 봉사의 미덕을 배웠고, 나눔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배웠다』며 『이제는 부르면 찾아가는 봉사보다는 스스로 찾아가는 봉사활동을 하고싶다』며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밝혔다. 봉사를 통해 보람을 얻고, 삶의 지혜를 배워가는 전기광 씨는 무서운 해병대가 아닌, 진정한 봉사의 참뜻을 배우고 실천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