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인한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고 세대 간 화합과 소통을 다지기 위한 행사가 지난 9일 「나이 없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홍대 앞 젊음의 거리에서 열렸다.
「나이 없는 날」은 지난해 지역축제로 시작해 올해에는 전국의 지방문화원 내 「어르신문화학교」 2000여명이 참여하고 중앙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에 나섬으로써 전국 행사로 발돋움했다.
<-솟대만들기 체험부수를 운영중인 대전 대덕문화원 참가자들.미니인터뷰 / 전수의 장 / 거리예술제에서 만난 어르신들
개막식 행사의 사회를 맡은 코미디언 박미선씨는 『어르신들이 오신다고 들었는데 와 보니 다 언니, 오빠들만 있네요. 어르신들 어디계세요?』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나이 없는 날 선언문」을 낭독한 학국문화원연합회 최종수 회장은 『세대 간 교류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대안문화를 제안하는 날이 되도록 하자』며 인사를 대신했다.
축하를 위해 가수 주현미와 4minute이 무대에 올라 한층 흥을 돋우며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식을 마치고 3시부터 진행된 「젊음의 문화투어」에서는 평소 찾기 힘든 카페, 노래방, 갤러리, 소극장 등을 마음껏 누리며 나이를 잊고 요즘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공연, 거리전시 등이 펼쳐져 어르신들이 주체가 돼 문화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어르신들은 평소 갈고 닦았던 실력을 예술시장 및 전시 코너와 거리예술제, 나도 인디 아티스트, 나이 없는 노래자랑 등에서 마음껏 발휘했다.
「문화라는 매개를 통해 젊음이 꽃피워지는 하루」라는 주제에 걸맞게 이 날 만큼은 나이를 떠나 젊음의 열기로 홍대 앞 거리 곳곳이 가득 찼다.
홍대에 재학 중인 하지수(22, 신당)양은 『홍대 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 봐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본 적이 없다』며 『생기 있고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까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한편,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기치는 「안티에이징」이 아니라 즐겁게 나이를 먹는 「웰 에이징」을 표방하는 이벤트가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이 뒷받침돼야 할 전망이다.
취미로 시작한 색소폰, 이제는 연주단 구성
직접 봉숭아 씨뿌려 꽃 가꿔 추억까지 선물
오방신 액막이 색실 엮은 장명주 풍속도 전해
□ 「울어라 색소폰아」동호회 회장 이수균(66, 부산 강서)
현재 인쇄업을 운영중인이수균 어르신은 이미 매스컴에서경험이 있는 색소폰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음악에 대해 전혀 몰랐던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부산 강서문화원의 색소폰 동아리에 모여 연주를 시작한 것이 어느덧 공연을 다니는 연주단이 될 만큼 실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회장을 맡고 있는 이수균 어르신은 『열심히 연습해서 이렇게 연주 공연까지 하게 되니 농부가 가을걷이를 하는 것처럼 다복하고 음악을 하다 보니 멋쟁이가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즐겁다』며 무대를 준비하고 부지런히 단원들을 챙겼다.
<-자신이 나온 잡지를 가방에서 꺼내시며 활짝 웃으시는 이수균 어르신
□ 군포문화원 봉숭아물 들여주기 체험부스 이희숙(61), 신동원 어르신
『방금 두 학생한테 들여줬는데 고맙다면서 이렇게 음료수까지 사왔지 뭐야』, 『기자님도 여기 앉아봐. 그거 알아? 손톱에 들인 봉숭아물이 첫 눈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대』
<-추억과 함께 재미까지 선사해 주기 위해 봉숭아를 직접 재배해 오신 이희숙, 신동원 어르신
찰떡궁합이 따로 없다. 물이 예쁘게 들려면 세 시간은 있어야 한다는데 그 동안 두 어르신의 이야기만 들어도 시간이 금방 지날 거 같다.
참가자들에게 재미와 추억을 선물하고 싶어 지난봄부터 직접 씨 뿌리고 꽃을 가꿨다는 군포문화원의 이희숙, 신동원 어르신들 덕분이다. 그 정성어린 마음도 그렇지만 봉숭아가 고려시대에 들어왔다는 설명부터 과거 봉숭아물을 들이던 추억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어 좋다. 나이를 묻는 기자에게 신동원 어르신은 반문하신다.
『오늘 나이 없는 날 아냐? 오늘은 내 나이가 생각 안 나는 걸. 그냥 봉숭아 소녀라고 해줘』 부스 안이 한바탕 유쾌해진다.
□ 구리문화원 전래놀이 ‘검정고무신’ 김순희 회장
색색의 가발의 쓴 어르신들이 오색실을 가지고 「장명루」 엮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색색의 가발이 눈길을 끌었던 구리문화원 전래놀이 체험부스
『장명루란 어느 곳을 가든 오방신들의 보호로 액을 막아주라고 아이들에게 오색실로 엮은 팔찌를 채워주던 단오 날 풍속이야』
구리문화원 전래놀이 검정고무신 동아리의 김순희 회장의 설명이다. 전래놀이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솜씨가 예사가 아닌데 역시나 어르신들은 전래놀이 강좌를 맡아서 직접 운영하고 있단다.
보통 실버 문화강좌에 있어서 어르신들이 수해자인 것과 달리 직접 지도하고 계신 것이다. 전래놀이를 전수하는 의미와 함께 어르신들이 자신감을 갖고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