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양원주부학교(교장 이선재) 본교 강당에서는 가을학기 졸업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243명의 졸업생과 그 가족, 강용석·강승규 국회의원, 천민식 구의원, 신영섭 마포구청장, 이응백 서울대 명예교수, 성낙돈 덕성여대 교수 등 내빈이 참석했다.
배움에 대한 열정 하나로 졸업장을 품에 안은 만학도에게 나이와 통학시간은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했다.
졸업생의 78%가 50세 이상으로 이 중 최고령 김정용 씨는 올 해 81세이며 70대도 12명이다.
사는 지역은 서울이 177명으로 가장 많지만 경기 인천지역에서도 66명의 학생들이 원거리 통학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중, 박연희 씨는 왕복 네 시간이 넘는 거리를 휠체어로 통학해 화제가 됐다.
친정 어머니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강릉에서 남편과 세 아이를 데리고 올라왔다는 주은영(33) 씨는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공부를 통해 늦게 나마 꿈을 이뤄가는 어머니가 존경스럽고 아이들도 외할머니를 보면서 자랑스러워 한다』는 말과 함께 『저렇게 하시고 싶던 공부를 못하시고 홀로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주 씨의 어머니 원옥선(57, 서빙고)씨는 오늘 졸업을 시작으로 대학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이선재 교장은 『3,40년 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시대, 부모, 나이를 탓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받은 것이므로 귀중하고 빛나는 졸업장이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Interview/ / 졸업생 김 선 애 할머니
황해도에서 중학교 졸업을 한 달 앞두고 피난 내려와 오늘에서야 졸업장을 품에 안게 된 김선애(76, 역촌) 할머니를 만났다. <편집자주>
□ 축하드린다. 소감 한 말씀.
■ 60세에 남편과 사별하고 10년 이상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불면증이 생겨 병원에 다녀야 했을 정도였다. 어느 날, 만학도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날로 전화를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고 하루하루가 즐거워서 이제는 불면증으로 병원에 다니는 일도 없다. 공부에 대한 한을 풀게 돼 기쁘다.
□ 자녀들의 반응은 어땠나?
■ 전폭적으로 환영하고 지지해 줬다. 그 덕분에 올해 3월에 입학하고 5월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7월 30일에 본 고등 검정고시는 내일(25일) 결과 발표 한다. 자녀들이 많이 응원해 주고 있다.
□ 앞으로 할머님의 계획은?
■ 99년부터 종로복지관 일어교실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일본인과 대화도 가능하다. 앞으로는 영어에 도전해 보고 싶다. 또, 양원주부학교에 있으면서 한자급수 시험을 봤는데 6급은 한 번에 붙고 5급은 떨어졌다. 조만간 5급에 재도전하겠다. 그리고 대학 진학도 목표로 하고 있다.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나와서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1시간이 아깝다. 젊을 때처럼 쉽게 외워지진 않지만,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을 얻는 느낌이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