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기자들은 취재를 나가기 전에 「사전조사」라는 것을 필히 하고 나선다. 사전 조사라 함은 궁극적으로 그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과 인물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독자들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선행하는 취재라 할 수 있다.
때론 사전조사 기간이 몇 일씩 걸릴 수도 있다. 경력이 오래된 기자들이 유능하다고 평가 받는 것이 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대문에 온지 이제 횟수로 3년차에 접어든 나 역시 아직은 더 공부하고 알아야 할 것이 많은 기자다. 그래서 사전조사 기간이 다른 선배 기자보다 길 수 밖에 없지만 어리기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사회단체보조금을 취재하기 위해 자치행정과에 들어갔다가 담당 계장에게서 『공부나 더하고 오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치 「가서 엄마 젖 좀 더 먹고 오라」라는 식이었다.
서울시 퇴직 공무원들의 모임인 「서울시우회 서대문구회」의 사회단체 보조금 300만원에 대한 활용 내역서를 확인하기 위해 담당 계장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서대문구에서 책정한 5억5000만원의 민간이전 사회단체보조금은 주민생활안정을 위한 금액으로 구에서 직접 다하지 못하는 공익사업을 민간단체에 이전해 대신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돈이다.
지원금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카드 사용제를 도입, 사용 내역을 구가 직접 확인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양을 비롯한 여러 자치구에서 문제가 되고 있던 터였다. 물론 이 역시 사전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시우회가 이 보조금 300만원으로 농촌봉사활동, 환경캠페인 등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명분에 맞게 지원금이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제보에 의한 취재였고 별 무리없이 자료공개가 가능하리라 생각했으나 모든 예측은 빗나갔다.
담당계장은 『내역서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며 『알고 싶으면 시우회에서 직접 받으라』는 말만을 전했고, 사회단체보조금 예산 편성 당시 구의회에 「주민생활안정을 위한 사회단체보조금 지원(2009년도 사업예산서 124p 참조)」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 받았음에도 『사회단체보조금이 주민생활안정과 무슨 상관이냐, 구의회 좀 들어가 봐라, 확인은 안 해 봤지만 예산서가 오타가 났을 것』이라며 허무맹랑한 말만 늘어놓았다.
사람은 완전체가 아니기에 나를 이롭게 하는 질타와 충고는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방어를 위해 남을 헐뜯는 질타와 충고는 오히려 자신을 더 깎아내리는 법이다.
그 담당자 역시 자신의 업무에 자부심을 느끼고, 사회단체보조금을 투명하게 집행 했다면 취재온 기자에게 「공부나 더하고 오라」하기 전에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투명한 집행을 보여줬어야 옳았다.
오히려 『제보자가 누구냐?』 『일개 제보자 때문에 취재를 오느냐?』는 핀잔 대신 말이다.
<신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