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바뀐 이대 앞 노점특화거리를 타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고 있다.
노점상 판매대를 규격화하고 시간제 영업을 도입하면서 가로 환경 유지와 영세상인 생활 안정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고 실태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해 구청에 등록하기를 거부한 노점들도 있어 추후 단속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찾고 싶은 거리 새 옷 갈아입은 노점, ‘맘 편하다’
노점특화거리로 지정된 장소는 이대 앞, 신촌동 주민자치센터와 이대역 사이로 기존에 영업하고 있던 노점 중에서 먹거리 34곳, 액세서리 3곳, 의류ㆍ잡화 19곳, 기타 2곳 등 총 58곳이 포함됐다.
<-노점상들이 직접 설정한 새롭게 바뀐 판매대 모습.
그동안 통행에 불편을 주고 도로 미관을 저해했던 리어카 대신 오토바이 엔진이 달린 체크무늬 노점 판매대로 교체함에 따라 영업이 끝나면 손쉽게 집이나 인근 보관소로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끝난 후 거리 모습이 저절로 깨끗하게 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새롭게 도입한 체크무늬 판매대는 서울시에서 제시한 모델을 놓고 노점상들이 직접 선정한 것으로써 정비한 곳 중 유일하게 바퀴를 장착, 전자동으로 접을 수 있게 해 실용성을 살리면서도 소비자들이 원하는 노점 특유의 분위기를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노점상 이 모(남,30대)씨는 『앞서 노점을 정비했던 다른 곳의 사례를 참고해봤을 때, 미관만을 생각해 구가 지정해준 판매대를 설치하고 나서 오히려 매출이 떨어진 곳이 많아 신중하게 협의했다』며 『단골손님들이 거부감 없이 계속 찾고 있고, 어떤 외국인 관광객은 판매대를 사고 싶다고 문의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쇼핑을 위해 이대앞을 자주 찾는다는 홍이영(27,연희)씨는 『똑같은 판매대가 쭉 늘어서 있어 정돈된 느낌이고 크기도 아기자기해서 꼭 놀이공원에 온 거 같다』며 『친구들과 기념촬영을 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고 이용소감을 전했다.
이제 막 시행 단계인 노점특화거리는 서울시에서 잘 된 예로 꼽히고 있다. 타 구에서 벤치마킹 하기 위해 방문할 정도다.
구청에 등록된 노점(좌측)과 전노련 소속 노점(우측)이 나란히 영업하고 있다.->
또한, 「노점-불법-단속」이라는 공식을 깨고 노점을 양성화해 특화시킴으로써 노점상과 구청과의 관계도 개선됐다.
우선 노점상은 구청에서 행하는 실태조사에 응해야 한다. 실태조사란, 노점 업종, 면적, 노점상의 신상 등을 조사하는 것.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서울시가 거리정비 사업을 추진하며 기업형 노점을 없애고 생계형노점만을 인정하기로 했다』며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 각 노점에 대한 자리배정 후, 도로점용료를 받고 필요에 따라 분전함과 상수도까지 설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따라서 노점상은 시간제 운영, 도로 청결, 보행자 불편 해소 등 규정을 준수하고 구청에서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노점에 대해서는 단속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시간제 운영은 오후 2시부터 밤11시까지이며 교체된 이동 판매대 외의 상품은 취급할 수 없게 했다.
김 모(여,40대)씨는 『전에는 구청에서 나왔다 그러면 단속하고 제재를 가하는 것만 생각해서 싫었는데 바뀌고 나서는 직원이 나와 장사 잘 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실수로 물건이 거리에 나와있어도 잘 관리하라고 하는 등 서로 웃으면서 얘기하게 돼 맘이 편하다』고 전했다.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거리 조성을 위해 수차례 노점 실태 현장 조사를 거치고 협조한 상인의 모임인 「노점협의회」 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 논의를 거듭한 결과 상인이 중심이 돼 특화거리를 조성키로 했다』며 『보행자의 불편 사전 해소, 영업 후 주변 청결 유지 등 자율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고 했다.
반면, 동참하지 않은 대부분의 노점상은 서부노점상연합회(이하 서노련)소속이며, 정책에 대한 불신을 동참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이대 앞에서 15년 동안 노점을 해 왔다는 김씨(여,40대)는『가까운 다른 구가 용역을 동원해 무자비하게 철거하는 걸 봤다』며 『여기는 아직까지 큰 문제없이 조용히 장사를 하고 있는데 요즘 들어 차츰 주변 노점이 바뀌는 걸 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구청에 등록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마른 장사하기엔 바뀐 판매대가 참 좋지만 음식 파는 사람들은 저렇게 조그만 크기에서는 할 수 없으며 허가도 안 날 것』이라고 했다.
판매대 밖으로 물건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규정인데 음식 노점의 경우는 재료가 많고 규모가 커 일정한 규격만 적용하면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양말을 팔고 있는 서노련 소속 노점상 박(여,40대) 씨는 『우리한테는 전노련이 있는데 왜 굳이 구청에 등록을 해서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겠고 실태조사를 한 후, 이런 저런 이유로 돈을 더 많이 내게 되는 경우도 봤다』면서 강력하게 거부했다.
이에 대해,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위생과 거리환경 때문에 불법으로 돼 있지만 이번에 구청에 등록된 먹거리노점은 건설관리과 가로정비팀에서 수거해 위생검사를 할 수 있고, 위생교육도 시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서노련 측이 구청 단속을 막아주겠다는 조건으로 노점상들에게 회비를 받고 있는데 실태조사 후 등록된 노점은 단속 받을 이유가 없다』며 『이미 이 같은 사실을 담은 공문을 개별적으로 보냈으며 8월 이후 몇 차례 더 통보한 뒤에는 불법노점은 강제철거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현재, 이대 앞 노점들은 새 옷을 입은 판매대와 기존 노점이 나란히 손님을 기다린다.
유(남, 30대)씨는『항상 얼굴 보면서 장사하고 있고 서로 형편이 비슷한데 상인끼리 구청 소속이다 서노련 소속이다 하는 걸로 문제 되진 않는다』며 『거리특화사업도 좋고 상인을 위한 투쟁도 좋지만 몇 몇 사람들의 이익 관계에 우리 같은 사람들이 피해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거리 정비를 시행하면서 활발한 상권을 이루고 있는 이대 앞의 노점들을 철거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특화시킨 것은 영세한 상인들 대부분 구민이고 상권형성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10월까지 완성할 거리 정비 사업에 있어 지역특성과 여건에 맞는 기존 노점 정비가 진행되길 기대해 본다.
<강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