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이라면 혹은 버라이어티를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는 「구구단을 외자」라는 게임이 있다. 옆 사람에게 구구단의 곱셈 공식을 물으면 리듬이 깨지지 않게 답을 해야 하는 게임으로 무엇보다 「순발력」을 요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서대문구 공무원들에게는 이런 순발력이 어느때 보다 필요한 듯 하다.
얼마 전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서대문구 환경보전협의회 정례회」를 취재하기 위해 구청에 들어갔다. 32명의 서대문구 환경보전협의회 위원들이 자리에 앉아 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건가?」하는 의구심에 몇 일후 구청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급작스러워서 그러는데 궁금하신 내용을 팩스로 보내 주시면 확인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어떤 것이 궁금 하신건가요?』하는 주무부서 담당직원을 보면서 질문을 자꾸 피하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례회에서도 협의회 활동 내역에 대한 경과보고가 없어 환경보전협의회가 그간 어떤 활동을 펼쳤었냐고 물었을 뿐인데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단체에 대한 활동내역을 주무부서 담당직원이 알지 못하는 듯 이리저리 담당자를 바꿔가며 전화를 돌려 답하는 모양새가 일을 썩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1996년에 조직돼 12, 3년 동안 「서대문구 환경보전협의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단체를 모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담당 계장은 「아직 틀이 잡히지 않아 특별한 활동 기반을 잡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10여년이 넘도록 기초도 잡지 못했다니. 이런 단체가 왜 필요하단 말인가.
서대문구 환경보전협의회는 부구청장을 중심으로 당연직 8명, 위촉직 24명 등 총 32명의 위원들이 2년 단위로 위촉되며, 구 조례에 의거 정책분과와 실천분과로 나뉘어져 활동 하도록 돼 있다.
정책분과 위원들은 환경보전관련 주요 시책 심의 및 자문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실천분과 위원들은 환경교육·홍보 및 환경보전 실천운동 등을 전개하도록 임무를 분담하고 있지만 실제로 협의회는 일 년에 한, 두번 정례회라는 이름 아래 모여 환경에 대한 시책방향을 보고받고 간단한 다과를 즐기는 것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것도 심의비로 각 7만원씩을 받으면서 말이다. 구민들의 혈세가 연간 심의비 명목으로 500만원정도가 세어 나간 것이다.
얼렁뚱땅 별다른 활동도 없는 협의회를 마치 잘 운영되고 있는 듯 하게 보여주는 전시행정의 순발력, 근무 시간에 컴퓨터로 게임을 하거나 홈쇼핑을 즐기다 잽싸게 일반 화면으로 전환하는 순발력을 키우기 보다는, 구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존재하는 그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서대문구의 초석이 되는 순발력을 키워가길 기대해 본다.
<신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