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작은이가 만드는 큰 세상
임 순 경 씨/자연사박물관 자원봉사자
고은희 기자
2006-04-28 21:27
“나이는 봉사의 잣대 될 수 없어요”
손자같은 아이들 만나며 생활속 보람 얻어
68세라는 나이가 밑기지 않을 만큼 순수한 표정을 가진 임순경 씨. 그녀가 바라는 세상은 봉사가 일상생활처럼 평범해지는 일이다.

9월하면 초가을이지만 체감온도는 여전히 한여름 기온을 가리키고 있다. 땀을 흘리며 언덕을 올라 도착한 자연사박물관. 그곳에서 만난 임순경(68) 씨의 모습은 마치 「소녀」같았다. 68세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임씨는 더운 여름 자연사박물관에서 출구안내봉사를 하고 있었다.

『서대문에서 명함을 내밀고 봉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슬쩍 자신을 낮추는 임씨는, 그 전까지는 서울대병원에서 봉사를 했었다. 『남편이 편찮아서 1979년부터 2002년까지 서울대병원 신세를 졌어요. 병원에 오래 있다보니까 자연스레 봉사를 하게 됐지요』 그 때 당시 체중이 80㎏이나 나갔었던 남편을 간호해야 했던 임씨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러면서 따뜻한 손길 하나가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게 됐고, 그 뒤부터 봉사는 생활이 됐다. 2002년 남편이 별세한 후 서대문구로 와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목욕봉사, 도시락 배달 등 체력을 요하는 봉사나 어르신들 말벗 해드리는 봉사를 많이 다녔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말할 수 없는 보람이 이 길을 계속 걸을 수 있도록 발길을 이끌었다. 그러다 지금 나이가 되면서 봉사하는 분야도 조금씩 변했다.

『나이에 맞는 봉사라는 게 있어요. 젊었을 때는 체력을 많이 요하는 봉사를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드니까 많이 힘들던데요? 말벗하는 봉사도 나이 많은 사람이 하다보니 별 효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서게 된 것이 안내와 환경모니터 봉사. 자연사박물관이 처음 생겼을 때 안내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제한나이보다 2살이 더 많았던 임씨는 『어른공경 으뜸구에서 나이 많다는 이유로 봉사를 못하게 하면 되겠느냐』며 설득해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신 스스로 알고 있는 지식이 있어야 했다. 교육을 통해 지식도 쌓게 되고 봉사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또 자연사박물관을 찾는 이들 가운데 어린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손자같은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그녀의 기쁨 중 하나.

『어린 아이들과 이야기 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자연사박물관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즐겁게 대화도 하고 또 따르는 아이들을 볼 때 보람을 느껴요』 환경모니터도 임순경 씨가 애착을 갖고 임하는 봉사활동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수질오염 등 생활에 밀접한 환경관련부분을 직접 찾아다니며 모니터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 한달에 한 두 번 봉사를 하고 있지만 이것을 위해 안 돌아다닌 지역이 없을 정도다. 아파트, 상가, 공공기관 등을 돌아다니며 체크하고, 사진을 찍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다. 새벽에 나갈 때도 있어 그 어려움이 더하지만 이런 그의 노력 덕에 개선되는 모습이 보일 때면 힘을 얻곤 한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는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 나가서 내 이름 올리고 하는 봉사만이 봉사인가요?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거나 길 물어보는 이에게 친절히 안내를 해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봉사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는 임순경 씨. 봉사는 생활의 일부라는 단순한 이치를 모르는 이들에게 그녀의 이 한마디가 전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