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작은이가 만드는 큰 세상
최 광 용 씨/연일마을버스 운전기사
고은희 기자
2006-04-27 20:01
“버스타는 청소년 다 제자 같아요”
교사직 접고 시작한 마을버스 운전, 사명감
연일 마을버스를 운전하는 최광용 씨. 버스를 타는 승객들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그의 친절로 어느새 버스안엔 동네 사랑방 풍경이 펼쳐진다.

버스를 혼자 타본 경험이 있다면 버스야 말로 타인속에 혼자임을 절실히 느끼는 공간임을 누구나 체험한다. 그러나 이웃과 다정히 인사를 나누게 된다면 그곳이 버스 안이라 할지라도 누구든 이웃이 된다. 매일 오전 연일마을버스의 최광용(59) 씨가 운전하는 03번 버스의 풍경은 그야말로 모두 이웃이 되는 동네 사랑방 같다.

먼저 최 씨는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마다 반갑게 인사를 전한다. 어르신들에게 초콜릿을, 어린 학생들에게 사탕을 함께 건네는 것 또한 그만의 서비스. 최광용 씨의 따뜻한 인사와 작은 배려로 버스 안은 어느새 화기애애하게 변한다. 매일 승객 한사람 한사람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이 힘들 법도 하지만 그는 『내가 하는 인사 한마디로 버스를 타는 모든 사람들이 기분 좋은 아침을 맞는다면 그것이 보람』이라고 전한다.

이런 그의 노력을 처음에는 어색하게 그냥 지나치던 승객들도 어느 날, 같이 인사에 화답해 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최광용 씨가 마을버스를 운전하게 된 사연은 조금 색다르다. 명지중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교사였던 최 씨는 아이들의 훈육을 담당하는 학생부장까지 맡아했지만 교사라는 직업의 정점에 올랐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평소 생각에 따라 학교를 그만뒀다.

그 뒤로 1년여간 등산, 낚시, 친구들과의 모임 등 취미생활을 하며 자유롭게 지냈지만 어느날 문득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고. 『점점 나태해지고 나중에는 날짜 관념까지 잊어버리게 된 나 자신을 발견했다』며 당시를 회상하던 최 씨는 『스스로에게 긴장을 줄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마을버스 운전』이라며 자신의 소신껏 선택한 일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직업에 완전히 매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그에게 오전 근무만 할 수 있는 마을버스 기사가 제격이었던 것.

마침 대형버스면허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도 마을버스 운전을 직업으로 택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교사였던 최씨의 경력은 「친절한 버스아저씨」가 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의 시험, 방학 등 학사일정을 꿰뚫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대화가 잘 통할 수 있었다. 그를 잘 아는 학생들은 그의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타기까지 한다니 그의 인기는 웬만한 연예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

 또 학생들로 하여금 노인들에게 자리양보를 하도록 유도하는 등 경로사상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게 하고 있다. 이 역시 평소 학생들 인성교육에 관심이 있던 그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버스를 탔을 때 인사를 하거나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레 예절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는 최광용 씨. 그는 『꼭 캐치프레이즈로 어른공경을 강조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생활속에서 어른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설명한다.

『지역주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는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전하는 최광용 씨. 행복과 웃음이 실린 그의 버스는 오늘도 삭막한 도시에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