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칼럼/홍제천의 봄
호박골 어린 까치의 추억
글 우 원 상
2008-12-12 13:27
어깨위에 태우며 먹을 것 날라 갈수록 정들었는데
무정한 인간의 새총 장난에 1년도 못살고 떠나
우 원 상
홍제천을 앞에 두룬 홍은산 골짜기에는 호박골 약수터가 이름 나 있다. 약수물도 좋지만 여러 운동시설을 갖추어서 안성맞춤이다. 약수터 서편의 높은 곳에는 대종교총본사(大倧敎總本司)가 좌정해 있고, 동편 언덕에는 관망 좋은 정자(亭子)가 세워진 가운데 꽃나무들을 곁들여서 산수 좋은 호박골약수터 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호박골이란 옛 이름만으로도 향토적인 은은한 정감을 풍긴다.
산책코스로 일품일 뿐 아니라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면서 청량한 약수로 한 모금씩 목을 축이고 심호흡으로 시원한 가슴을 부풀릴만한 곳이다.

이 호박골에 호박밭은 거의 없어졌지만 까치 떼만큼은 예나 다름없이 서식(棲息)하고 있다. 숲을 이룬 아까시나무 꼭대기에는 여기저기 까치집이 앉아있고 봄철만 되면 까치소리 또한 요란스럽다.
지금의 약 15년 전에 3, 4월 인가보다. 어린 까치새끼 한 마리가 약수터 근처 아까시나무 아래 떨어져서 팔딱거리고 있었다. 이를 불쌍히 여겨 주워다가 키우기 시작했다(대종교 사무실에서). 아마 새로 부화된 새끼들끼지 몸부림치다가 둥지 밖으로 밀려서 나무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처음에는 종이상자 안에 이 어린까치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밥도 먹이고 야채와 과일 등을 잘게 썰어서 먹여봤다. 이른 봄이라 풀벌레 같은 곤충도 별로 없어서 이것저것 시험삼아 먹여보기도 했다. 그 식성을 모르니까 잡식(雜食)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한때는 정원(庭園) 나뭇가지위에 새집(비둘기집 같은)을 지어주었더니 아뿔사! 밤에 고양이란 놈이 올라가서 해치려하는 것에 놀라 얼른 집안으로 옮겼다. 그래도 제법 자라나기 시작했다.

무심결에 『깍깍아 깍깍아』하고 부른 것이 내림이 돼서 「깍깍」이란 별명도 붙었다.
한 달쯤 지나니까 풀섶이 우거지고 곤충도 먹일 수 있었다. 급기야 제 스스로 먹이를 구해오기도 하고 먹이 감을 감추고 저장하는 능력도 발휘했다. 신기하기도 하지! 먹이 감을 물어다가 모아놓은 신문지 갈피를 들추어 그 속에 넣어 두었다가 심심할 때 다시 들치고 꺼내서 먹는 것이 깜찍하고 귀여웠다.

밤에 잠을 잘 때는 사람과 같이 자기도 하고 일찍 일어나서 잠자는 머리를 건드려 잠을 깨우기도 한다. 식사 할 때 어깨위에 앉거나 사무실에서 일할 때 머리위에 앉으며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피뜩 볼펜을 물고 밖으로 도망을 친다. 『요것이』소리치며 쫓아 나가면 마당에 볼펜을 던져놓고 정운수 위에 앉아 내려다보고 있다. 『누굴 놀려!』 아주 장난꾸러기가 됐다. 그래도 밉지도 않고 갈수록 정이 들었다.

하루는 이 깍깍이가 멀리 나갔다가 바깥세상의 까치 패거리에 몰려 줄행랑을 치며 쏜살같이 사무실로 날아들었다. 까치들도 텃세가 대단하구나! 알만하다. 그래서인지 항상 외톨이다. 뜻밖에도 여름더위가 심해갈 즈음 그 또래의 동무 하나가 생겼다. 그 동무가 사무실 창밖 나무가지에 와서 『깍깍』신호를 보내오면 우리 깍깍이가 쫓아나간다. 그 애도 외톨인가 늘 혼자 오지?
우리 깍깍이가 혼자 약수터에 잘 가는 버릇이 생겼다. 그 근처에 사람들이 떨어뜨린 먹잇감이 많은가 보다 했다. 또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루는 약수터에서 깩깩 숨넘어가는 다급한 소리가 났다. 예감이 이상해서 쫓아가보니 이런 고약한 술꾼들 같으니라고! 우리 깍깍이를 붙들어 가지고 담뱃불로 날개 꼬랑지를 태우고 있는 것 아닌가. 그 자들을 한바탕 꾸짖고 데려온 일도 있다.

무궁화가 한창 제철인데 비해 산천을 진동하던 호박골 매미소리는 잦아들고 무더위도 식어질 무렵에 우리 깍깍이가 행방불명이 됐다. 암만 찾아도 흔적이 없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창밖에 그 동무는 기다리다 갔는데 어찌된 일일까. 할 수 없이 아랫동네 길목과 골목마다 그 어린것을 찾는 방문(榜文)을 붙였다. 교정(敎庭)에 자주 와서 놀던 아이가 소식을 알려왔다. 아! 이럴 수가 있나! 어떤 아저씨가 새총으로 교정 울타리 나무에 앉아 있는 까치새끼를 쏘아서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그 까치는 대종교에서 키우는 것인데 큰일 났네요』했더니 죽은 까치를 주워가지고 도망치더라는 것 아닌가.

참으로 비정한 인간들이여!
1년도 못 채운 「깍깍」이의 일생은 어떤 연고 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