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인터뷰
거리공연 펼쳐온 가수 이 헌 승
김화영 기자
2006-04-27 15:03
“낮은 곳에서 더 행복한 노래쟁이”
5년간 대구에서 이웃돕기 공연펼쳐
2집앨범 낸 실력 탄탄한 베테랑
단 한 사람의 관객만 있어도 노래를 하겠다는 언더가수 이헌승 씨. 그는 요즘 신촌 아트레온 야외무대에서 자선공연을 열어 시각장애인 후원금을 마련 하고 있다.

업무에 찌든 한주의 일상 속에서 바쁘게 쫓기던 마음마저 탁 풀어지는 주말 오후. 귓가를 감싸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신촌 아트레온의 야외무대까지 다다르자 통기타를 둘러맨 젊은 남자가 열창을 하고 있다.

매주 금·토요일 저녁시간이면 어김없이 언더가수 이헌승(32) 씨의 라이브 공연이 찾아온다. 청량한 저녁바람과 함께 수준급의 라이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이 씨의 무대 덕분에, 요즘들어 부쩍 주말 저녁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었다. 비록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2집 앨범까지 발표한 실력있는 가수의 라이브공연에 이어, 일반인들이 무대에서 직접 노래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니 이쯤되면 웬만한 무대공연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언더가수 이헌승 씨는 지난 2월부터 이곳 신촌에 자리를 잡고, 시각장애우를 위한 기금마련 거리공연을 펼쳐왔다. 「한 사람의 관객만 있어도 노래를 하겠다」는 막강한 프로의식을 저변에 깔고 무대를 이끌어가기 때문일까? 맑고 시원한 음색만으로도 지나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하지만, 그의 무대는 노래실력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그 이상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실, 이 씨는 대구 지역에서 5년여의 거리공연을 통해 이미 대구에서는 너무도 잘 알려진 터라 「언더」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고등학교 부터 대학 시절까지 그룹활동을 통해 탄탄히 다져온 노래실력을 바탕으로, 대구 동성로에서 이웃돕기 거리공연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는 일을 소원히 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는 『넉넉치 못한 시절을 겪었던 성장배경에 있다』고 털어놓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골에서 농사 짓는 부모 곁을 떠나 어린 동생과 함께 자취생활을 시작했던 이 씨는 가장 아닌 가장 노릇을 하며 배 곯는 설움을 일찍부터 맛보기도 했다. 통닭, 피자 한번 마음 놓고 먹어보는 게 소원이던 자취 시절 기억이 안타깝게 남아있기 때문에 이 씨는 그간 꾸준히 소년소녀가장을 도와왔다. 그러던 중 최근에는 평생을 암흑 속에 살아가는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하늘보기」라는 자선공연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신촌에서 갖는 공연도 바로 이 행사의 일환이다.

 비록 팀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각 팀원들의 개인 일정들로 인해 실제 무대에는 혼자 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이 씨가 그간 자신의 위치에서 이웃과 사랑을 나눠오는 동안, 그의 서울생활도 어느새 분주해졌다. 노량진과 서울역에서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웃돕기 모금 공연을 비롯해 여러 행사에서 속속 그의 무대를 필요로 하고있기 때문이다.

오는 10월에는 KTX의 후원으로 시각장애인 돕기 공연을 펼치게 됐다. 이처럼 그의 24시간이 빠르게 돌아가게 된 것도 모두 그의 따뜻한 이웃사랑과 노래에 대한 열정 덕분이다. 그간의 거리공연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돌아간 관람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제 그의 든든한 후원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 씨의 무대를 잊지 않은 팬들이 행사 개최시 그를 초청한다.

실제, 그가 신촌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선뜻 자리를 내어준 아트레온 회장 역시 그의 노래를 우연히 듣고 팬이 된 지인의 소개 덕분에 이같은 지원을 결정했다. 그렇게 하나 둘 늘던 팬들도 어느새 7000여명을 훌쩍 웃돌고 있다. 『덕분에 좀더 마음 편하게 공연할 수 있게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 이헌승 씨.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하고, 더 큰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여전히 낮은 곳에서 어려운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소박한 바람이 그의 해맑은 웃음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