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신문의 지난 기사를 들춰 보면 반 세대 동안 천천히 때론 가파르게 변화해온 서대문의 역사가 보입니다.
부임하자마자 국정홍보에 열을 올리던 구청장 관선시대를 지나 주민 입장에서 행정을 펼치는 자치시대로 참 빨리도 변화해 왔음을 느낍니다. 창간 당시 존경과 우러름을 받던 정치인과 관료들은 어느새 역사의 뒤편으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새 얼굴이 메꾸며 영원히 그 푸르름을 유지할 듯합니다. 그러나 세월은 허망한 것. 이들 역시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서대문사람들이 발행돼 온 반 세대가 그러했듯 또다시 역사의 수레바퀴속에 묻혀 갈 것입니다.
창간 당시 서대문은 서민의 고향이었고, 정치적으로는 민주당 텃밭이라고도 했습니다. 당시 지역 한 원로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서대문은 민주당 텃밭 잉께 말뚝만 박아도 (지방의원이던, 구청장이던 선거에) 당선된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은 몇 년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말았습니다. 구청장에 한나라당 출신의 젊은 변호사가, 그것도 지역과는 전혀 연관없던 인사가 당선됐고, 지금은 국회의원과 시의원까지 모두 한나라당입니다.
서민의 고향이라던 동네도 뉴타운과 재개발사업으로 새로운 도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후 다정했던 이웃들이 얼마나 서대문을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그 자리를 메울지 가늠 되지 않습니다.
지역언론 역시 변화와 도전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열악한 환경이지만 더욱 치열하게 적응하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얼마전 우리지역 유일의 지역방송이던 「큐릭스 서대문방송」이 매각돼 엄밀한 의미의 지역방송이 사라졌습니다. 온라인과 통신 발전은 신문시장을 더욱 좁혀놓고, 방송과 통신의 벽마저 허물어가고 있습니다. 또, 국회는 서대문구라는 지역공동체를 인근지역과 합쳐 행정을 단일화 하기위한 지방행정구조개편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우리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 지역언론, 모두가 커다란 변화에 휘말려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인이든 언론이든 변화하지 못하면 반세대 후를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
서대문사람들은 지난 15년간 독자여러분과 호흡을 같이하며 작지만 많은 일들을 이뤄 왔습니다. 고가가 들어서던 홍제천 에 대해 시민단체와 함께 최초로 「복원」이라는 화두를 던져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에 관심을 유도했고, 아카시나무를 마구잡이로 자르고 조경수를 심던 안산 환경파괴를 고발, 중단시켜 그나마 자연에 가까운 모습을 보전하는데 이바지했습니다. 잊혀져가던 지역의 고유한 지명을 새롭게 발굴, 「홍제천의 봄」이라는 책으로 엮었으며, 관내 18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6년째 편지쓰기를 진행, 잊혀져가던 글쓰기문화와 공동체의식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시작했던 「홍제천 생명의 축제」도 4회를 넘기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지역 대표축제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금년에는 홍제천 복원을 기념하는 음반을 제작, 보급했고 홍제천 생명의 축제는 해외에도 알려져 미국의 방송사가 취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적지 않은 일을 구상하고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신뢰와 용기를 북돋어 주셨던 독자여러분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대문사람들신문」은 여러분의 관심과 지원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반세대 또한 함께해 나갈 것입니다.
변화와 도전을 기쁜 마음으로 앞장서 맞이하고, 여기서 얻어지는 정보를 가감 없이 제공,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단편적인 비판에 치중하는 언론이 아닌, 대안을 제공하고 주민과 호흡하는 1등 지역언론이 될 것입니다. 지난 15년을 한결 같이 서대문사람들을 믿고 지켜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발행인 정 정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