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의회 예산결산위원장의 임기를 마치고, 후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송주범 전 예결위원장을 만나 서울시책의 흐름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 보았다. 송 전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화, 디자인사업을 시정운용의 주요 컨셉으로 하고 있으면서 성과위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편집자주>
□ 그동안 예산결산위원장으로서 수고가 많았다. 임기를 마치게 된 소감은?
■ 많은 것을 배웠다. 예산서를 심의하는 기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흐름을 배웠다. 예산편성을 보면 시 사업의 방향과 컨셉을 알 수 있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임하면서 문화와 경제가 중심이 되는 「컬쳐노믹스(Culturenomics)」가 주요 컨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강르네상스사업, 걷고 싶은 거리조성, 도시경관디자인사업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문화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문화」라는 추상적인 것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성과위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예산이 한해 평균 30조에 달한다. 심의로 인해 얻은 성과는 무엇이며, 시책사업 중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 도시디자인사업본부에서 사업예산을 편법으로 사용하려다 적발 돼 크게 예결위의 지적을 받고 시정한 적이 있다. 08년도 본 예산서에 사업 진행비를 19억 4000만원으로 책정하고, 예비비 중 80억원을 추가로 사용하려다 적발된 사롄데, 20억원이 넘으면 사업심의를 거쳐야 하는 절차를 피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려고 한 것이다. 예결위원회에서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예산을 재심의해 디자인본부장의 잘못을 시인받고, 중복예산을 삭감하는 등 경종을 울렸다.
공무원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공무원들이 관례상 사업진행절차를 무시한 채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공유재산심의를 할 경우 공사비를 먼저 심의 받고 안을 상정해야 하는데 절차를 거치지지 않고 올리는 경우다. 일례로 인도와 싱가폴 등지에서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의료관광산업을 현행법상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겠다고 안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또, 「문화」라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진행하면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가시화하려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서울 서민들은 잠잘 곳, 먹을 것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데, 과연 문화에 대한 욕구가 높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 현 서울시의 행정을 평가해달라.
■ 예산은 한정된 돈을 얼만큼 유용하게 써 시민들의 편익을 도모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는 다른 말로 「선택과 집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중요사업을 선택해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업의 성과를 표면적으로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공무원들은 근본적으로 서울시는 시민의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하고,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것 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 강남·북 지역격차 해소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면?
■ 강남·북간의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해소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기반시설이 강남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강북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로, 교육, 문화 등에 대한 예산을 써야 한다.
얼마 전, 오 시장의 「뉴타운지정 시는 없다」는 발언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서울 전역에는 개발해야 하는 취약지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강북 재개발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회간접자본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 후임 위원장에게 조언 한 말씀.
■ 뒤 돌아보면 항상 후회스러울 때가 많았다. 「조금 더 꼼꼼하게 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 또한 많이 남는다. 후임 위원장도 예산은 시민들의 혈세라는 점을 가슴에 새기고 조금 더 꼼꼼하게 예산을 심의 하다가 보면 분명히 남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시민들에게도 한 말씀.
■ 서울시는 시민들의 편익 증진을 위한 행정을 펼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시의원들도 시민들의 눈과 귀가 돼 의견을 대변하고자 있는 사람들이다. 지역민원의 경우도, 시의원들을 잘 활용한다면 대부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시의원들과 만나고 이야기 하면 상당부분의 불편과 불만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의원들의 활동을 여유 있게 지켜봐주시고,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 또한 아끼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신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