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허락하는 그날까지 지역 내 독거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던 대한적십자사 서울시지사 홍은2봉사회(이하 홍은2봉사회)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어르신들을 방문해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전했다.
홍은2봉사회는 추석을 일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난 8일 서대문구적십자봉사관(관장 황명희)에서 마련한 구호품 쌀20kg 한 포대와 참치세트를 들고 고금희(76) 할머니 댁을 찾아 그간 지낸 얘기들을 나누며, 조금이나마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달래줬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지만 여전히 따가운 햇살에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는 날씨에도 구호품을 등에 지고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홍은2봉사회는 익숙한 발걸음을 재촉해 골목골목을 돌아 할머님 댁에 도착했다.
깊이파인 주름, 앙상하게 마른 체구가 오랜 세월 고생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듯 했지만 고금희 할머니는 이내 밝은 미소로 홍은2봉사자들을 맞아줬다.
『딸들 왔네. 더운데 고생스럽게 이런데 까지 왔어. 날 좀 선선해지면 오지.』
고금희 할머니는 홍은2봉사회 봉사자들을 친딸처럼 여긴다며 「딸」이라고 불렀다.
한 달여 만에 찾아온 딸들에게 변변히 내어줄 게 없어 내심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할머니는 그간 쇠약해진 병세를 걱정하자 『괜찮다』며 두 손을 움켜 잡는다.
약은 잘 먹고 있는지, 더 아픈 곳은 없는지, 식사는 잘 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할머니를 살피는 봉사자들을 보면 정말 친정엄만가 싶을 정도다.
홍은2봉사회 박양순 씨는 『할머니 뵈러 다닌지 벌써 2년째』라며 『관절염에 위장도 안 좋아 나이가 드실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 많아 졌다』며 한숨을 내쉰다.
손 씻는 물도 아끼기 위해 설거지하고 남은 물에 손을 씻는 고금희 할머니가 안쓰러운 봉사자들은 『할머니가 일을 할 수 있어서 조금이나마 돈을 벌면 지금보다는 더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나이가 많아 어디서 일도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항상 올 때마다 더 편하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죄송한 마음만 앞선다』고 말한다.
또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뵈러 가야하는 봉사자들을 떠나보내고, 뒤켠에서 한참을 바라보던 고금희 할머니는 이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홍은2봉사자들을)보면 작년에 간암으로 변변한 치료한번 해보지 못하고 고생만 하다가 죽은 친딸 생각이 많이 나. 추석도 다가오는데 딱 한번이라도 딸 만나서 따뜻한 밥이라도 한 그릇 해 먹이고 싶은데 그걸 못해줘서 너무 가슴에 한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고금희 할머니.
넉넉지는 않지만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눠주는 봉사자들이 있어 고금희 할머니의 외로움이 한자락 잦아든다.
<신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