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천을 일군 사람들 / 탐방- 서대문구 토목과
착공 2년여만인 지난 6월 홍제천에 드디어 물길이 열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홍제천이 비로소 하천으로서의 제모습을 찾은 것.
뜨겁고 치열한 현장에서 불가능과 싸워온 서대문구 토목과 탐방을 시작으로
4회 연속 기획시리즈 ‘홍제천이 주민의 삶을 변화시킨다’를 싣는다.
신문의 창간부터 화두였던 홍제천. 그 현장속으로 떠나보자.
<편집자주>
1 홍제천을 일군 사람들/탐방- 서대문구 토목과
2 달라진 홍제천 명소를 가다.
3 청계천 VS 홍제천 무엇이 다른가?
4 홍제천이 주민의 삶을 변화시킨다
서대문 주민의 생활속 변화 일군 홍제천
홍제천이 물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된 지 두 달. 서대문주민들의 생활에는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무더운 여름 물 속에서 장난을 즐기는 아이들로부터 저녁식사 후 가족과 함께 백련교 분수대를 찾아 한가로이 산책하는 여유로움이 즐겁다.
지난 2003년 사업용역 착수, 2006년 3월 착공 이래 2년여 만인 지난 6월 26일 첫 물길이 열린 홍제천과 더불어 서대문은 서울 도심내 가장 친환경적 하천을 가진 자치구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그 중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온 서대문구 토목과(과장 서창기) 30명의 공무원들은 하루하루를 「자연과 생명」이라는 과제와 싸우며 전력을 다해왔다. 특히 홍제천복원팀 정회평 팀장을 위시한 5명의 담당자들은 홍지문에서 한강까지 8.2㎞를 누비며 홍제천 복원의 청사진을 그려왔다.
물길잡는 치수, 일정한 수량공급으로 해결
홍제천 복원의 일선에서 직원들을 이끌며 선봉장 역할을 해 온 서창기 과장은 『혹자들은 홍제천을 일컬어 「꼬마 청계천」이라고도 하지만 홍제천은 청계천이 치수를 위해 시멘트로 바닥을 만들고 인공 설치물을 하천 주변에 조성한 것과 달리 철저히 자연하천으로 복원됐다』며 일축한다. 방수포를 이용해 물길을 잡은 도심하천들의 복원방법도 홍제천에서는 철저히 배제됐다.
처음부터 모래가 많은 사천(沙川)인 홍제천의 치수가 가장 큰 난관이었으나 한강 수위로부터 12m 내려간 암반수를 길이 200m의 치수관 9개와 4개의 집수정을 통해 뽑아올려 하루 4만3000톤이라는 물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다면 지하수와 상층의 물이 교류하며 치수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홍제천의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오히려 하천 바닥에 깔려있던 콘크리트와 내부순환로 석축을 제거하고 도심하천이 기본으로 채용하고 있는 어도를 만드는 대신, 사천교와 연가교, 홍연교 백련교 등 11개소에 자연여울을 만들어 물고기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이는 서창기 과장은 『가장 자연과 가까운 하천의 형태로 복원된 홍제천이기에 오히려 청계천보다 유지비도 줄일 수 있으며 앞으로의 하천 복원은 홍제천을 모델로 해 이뤄져야 한다』고 자신있게 설명한다.
홍제천 용수 공급 위한 연간 비용 5억원. 청계천의 1/14
실제 홍제천의 용수공급을 위해 연간 사용되는 비용은 대략 5억원 정도. 이 비용도 앞으로 서울시의 지원을 받게 된다면 더욱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서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대부분의 주민들은 홍제천 유지를 위한 예산에 대해 우려를 하지만 청계천을 유지하는데 드는 연간 비용이 70억원인데 비해 홍제천은 그 비용이 1/14수준』이라면서 『이를 통해 여름철 평균 기온을 2℃정도 낮출 수 있어 도심열섬화 현상을 줄이는데다 수증기 공급으로 감기 등의 질환이 감소하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인다.
홍제천복원팀 정회평 팀장 역시 복원된 홍제천에서 가장 자부심을 갖는 부분이 『직선화된 하천을 최대한 자연하천 형태인 사행화(뱀처럼 구불구불한 형태)하고 여울을 조성했으며 습지를 통해 고기들의 서식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손 꼽는다. 또 하천 주위에 야생초인 수크렁을 기본식물로 해 달뿌리풀, 노루오줌, 비비추, 쑥부쟁이, 줄, 부들 등 40여종의 홍제천에 적합한 야생초화류를 식재해 마치 고향집 앞 하천과 같은 풍경을 만든 것도 다른 도심하천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홍제천3경, 이미 주민들의 명소 거듭나
안산과 홍제천이 만나 「홍제천 3경」이라 불리우기도 했던 백련교 부근에는 음악에 따라 춤을 추며 최고높이 30m로 솟구치는 시스템분수, 정선의 백전리 물레방아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독을 옮겨놓아 생활과 만나는 공간으로 조성, 이미 주민들이 시간을 맞춰 찾는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도록 놓여진 하천바닥의 돌들 또 한 대기업이 섬진강에서 채취해 놓은 것을 경매를 통해 구입해 홍제천에 옮겨놓음으로써 안산의 절경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홍제천이 새로운 생명을 찾게 된 데에는 자연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해박한 지식을 소유한 서창기 과장의 역할이 컸다.
종합건설본부 시절 한강개발기본용역에 참여하면서 이미 하천복원에 대한 성과와 실패 경험이 풍부한 그는 수석전문가이기도 한데다 96년부터는 전국의 야생화를 찾아다니며 사진에 담아 알려온 우리꽃산야초 동호회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깨끗한 홍제천 유지, 이제는 주민들의 몫
『과장님의 해박한 지식은 전문가 그 이상』이라고 소개하는 정회평 팀장은 『과장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홍제천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유량확보가 어려우니 하천 폭을 줄이라는 서울시와 맞서 지금의 홍제천을 탄생하게 한 서 과장은 『주민들이 하천에 접근하기 쉽도록 홍제천 요소요소에 돌을 많이 가져다 놓았다. 여유 공간에도 잔디를 심고 잔디 사이에 돌을 놓아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을 생각』이란다. 다른 곳에서는 오염을 우려해 접근을 못하도록 하지만 홍제천은 쉽게 접근해 놀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다. 단, 깨끗한 홍제천을 만드는 일은 이제 이 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몫」이라는 것.
앞으로 홍지문과 옥천2교사이 노출돼 있는 분류하수관을 홍제천 밖으로 빼냄과 동시에 석축과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등 완공까지는 보다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다. 그러나 숨막히는 콘크리트 건물속 도심하천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지 하천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홍제천과 더불어 일궈질 하루하루의 삶과, 어린시절의 추억과 또 마음의 휴가 등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변화가 지금, 바로 우리의 생활 곁에서 일어나고 있다.
<옥현영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