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아서면 왠지 반가운 사람을 만날 것 같은 선술집의 풍경이 그대로 재현된 연희동 성산회관 방면에 자그마한 연희쭈꾸미(대표 이긍수·성낙길). 비오는날이면 유리창 너머로 운치를 느끼며 벗과 함께 소주한잔을 기울여도 좋을 듯한 연희쭈꾸미의 주메뉴는 매콤하고 얼큰한 쭈꾸미다.
입맛없는 여름철. 입안이 얼얼해 질 만큼 칼칼한 요리가 먹고 싶다면 연희쭈꾸미의 손맛을 느껴보는 것도 제격일 듯.
연희쭈꾸미는 30년전 전주가 고향이었던 한 할머니가 문을 연 이래 남가좌동에서 지금의 이긍수 사장 어머니가 그 상호 그대로 국밥집으로 바톤을 이어받아 전주옥으로 운영돼 오다 얼마전 뉴타운 개발과 더불어 연희동으로 자리를 옮겨 연희쭈꾸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긍수 사장은 어머니가 5년간 운영해 오던 국밥집 시절부터 이 식당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애환이 많은 모래내 사람들이 국밥 한 그릇에 허기를 채우고, 또 저녁에는 일과를 마치고 술한 잔 기울이며 하루를 위로받기도 하던 곳이어서 같이 이야기 나누며 고민을 해결할 때도 많습니다』
연희쭈꾸미의 금실좋은 부부사장 성낙길(좌측), 이긍수 사장이다.->
오랜 밥장사를 하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이 사장은 부인과 함께 메뉴를 개발, 매콤하고 얼큰한 쭈꾸미로 다시 식당을 재탄생 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손님들의 고민을 함께하고 기쁨또한 나눈다는 점이다.
이긍수 사장은 전주옥에서 장사꾼으로서가 아니라 인생상담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장사하면서 이혼위기에 처한 손님들을 다독여 잘 살 수 있도록 한 적도 있고, 요즘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손님들과 마음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번만 들어도 친근함이 뭍어나는 그에게 입담 비결을 묻자 『비바람 맞아보면 다 잘하게 된다』고 의미심장한 대답을 전한다.
연희쭈꾸미의 손맛은 이긍수 사장의 부인 성낙길씨의 몫이다. 전북 신태인 고추가루를 직접 가져와 담근 고추장이 쭈꾸미와 꼼장어 양념의 베이스가 된다.
뿐만아니라 계절별로 맛을 내 담그는 김치야 말로 성낙길 씨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작품들이다.
『갓김치, 신건지(동치미), 파김치, 열무김치, 배추김치 등 전주옥에는 항상 대여섯가지의 김치들이 손님상에 오릅니다. 김치맛을 보러 들르는 단골들도 있을 정도죠』
매일매일 야채값만 10만원이 넘을 정도로 신선한 김치들을 담궈냈다는 성낙길 사장의 손맛은 남편이자 동업자인 이긍수 사장도 인정한다.
『안사람의 음식은 정말 국가대표급입니다. 음식 하나하나 정성 안들어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맛도 어디 내 놔도 자신있습니다』
고되고 고된 식당일로 세번씩이나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지만 아직은 살아야 할 이유가 있어 다시 전주옥의 안주인으로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는 성낙길 사장. 그녀를 두고 남편 이긍수 사장은 손맛의 일인자로 평가하며 그간의 고마움을 담아낸다.
연희쭈구미의 또하나의 별미는 쭈꾸미를 먹고 난 후 비벼먹는 날치알밥과 치즈볶음밥이다. 매운맛에 젓가락 한번 제대로 대보지 못한 아이들도 날치알밥과 치즈볶음밥은 맛있게 그릇을 비울정도.
이 곳에서는 점심메뉴로 철판쭈꾸미 정식을 먹을 경우 (2인 이상) 1인분에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숨겨진 팁이다.
<-연희쭈꾸미의 푸짐한 상차림. 항상
대여섯가지의 김치가 상에 함께 오른다.
『가게터가 외진 곳에 있다보니 손님이 나고 드는데 한계를 느끼기도 하지만 출출한 저녁, 전주옥의 맛을 잊지 못해 가게문을 여는 손님들에 대한 감사함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두 부부사장의 말 속에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싯 구절이 떠오르는것은 왜일까?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예약문의 335-2232)
<옥현영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