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우리동네 맛집
연희동 「노란 손수건」
백민아 기자
2008-07-11 15:10
분위기는 있지만 가격표는 없네?
“감동에 의해 금액 지불할 수 있도록 배려”
사랑과 용서 담아 노란손수건 걸고 기다리는 것
외쪽 아래는 소설 속 노란손수건을 걸었던 나무를 형상화한 인테리어
오른쪽은 편안한 분위기를 원하는 손님을 위한 테이블.
노란손수건은 안락하고 자유스러운 분위기 탓에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즐겨 찾고 있다.
좌측위는 카페 운영 목적의 첫째가 타인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는 김민한 사장이다.

피트 하밀(Pete Hamill)의 소설 「노란손수건」.
4년간의 감옥살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 윌리는 출소 전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당신이 만약 나를 용서하고 받아준다면 그 표시로 집 앞 참나무에 노란손수건을 걸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겠노라고.
출소 후 돌아간 고향집엔 참나무에 수 백 장의 노란손수건이 걸려 있다. 마치 「여보, 나는 당신을 용서해요, 그리고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연희동에 위치한 카페 「노란손수건」은 이 소설에 기인한 운영자의 철학으로 개업했다. 「사랑」과 「용서」를 모토로 한 이 카페는 메뉴판에 가격표가 없다.
손님은 대접받은 만큼 지불하고 싶은 금액을 출입구에 있는 나무상자에 넣고 나가면 그 뿐이다. 그렇게 운영해 온 시간이 어느 덧 8개월. 인근에서는 이제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져 오후시간엔 자리가 없어 2~30여명이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돌아가기 일쑤다.
과연 이 카페의 사장은 카페로부터 수익을 내기는 하는 걸까? 무슨 생각으로 이런 운영방식을 택한 걸까?

카페를 들르는 모든 손님이 궁금해 할 이야기를 운영자에 직접 들어 봤다.
여느 카페와 달리 계산대가 없는 노란손수건에 들어서니 한참 구석에 바리스타들이 커피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누가 사장일까? 한참을 둘러봐도 쉽게 찾을 수 없었는데 그는 다름 아닌 홀을 가득 채운 손님들의 커피를 만들어내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바리스타들 중 한 사람이었다.

앳된 외모에 서른다섯이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맑은 미소를 지닌 김민한(35)사장.
노란손수건을 개업하기 전까지 그는 스포츠의학 박사과정을 밟는 유학생이었다.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단호히 접고 카페를 개업하게 된 계기는 신앙생활에서 어느 한 접점을 만났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기도 중에 그런 뜻을 받았어요. 신앙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그전까지 생활은 형편없었어요. 알콜에 의지해 지내기도 하고 우울증도 겪었고요. 하지만 그 이후 제 삶은 180도 바뀌었죠』
그렇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시작하기에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그의 말처럼 정말 신의 뜻이었는지 모르겠다.

『돈 버는 것? 물론 중요하죠. 월세도 내야하고 가게를 운영하려면 운영비가 있어야 하니까요. 돈은 누구나 벌 수 있죠,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일 순위가 사람들에게 사랑과 용서의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운영수익에 대한 그의 고민은 깊다.
『워낙 많이들 와 주시니 감사하지만, 인원수대로 따지자면 일반카페에 규정한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요. 주문한 메뉴에 베이글이나 여타 메뉴를 서비스로 제공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여러 명이 오셔서 천원을 내고 가거나 할 때는 솔직히 많이 속상합니다』

어느 날 오후 커피가 동이 나 직원들에게 이후 오늘만 커피를 조금씩만 타서 내라고 지시하고 퇴근한 적이 있었는데 다음 날 출근했더니 그 이후로 커피를 주문한 고객이 한 명도 없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제가 마음이 힘들 때마다 깨달음과 같은 일화들이 일어나요. 그 분의 뜻이기에 그저 즐겁게 받아들이고 오늘 제 임무를 다 하는 거예요』

독실한 크리스천인 부모님도 독특한 카페 운영에 처음엔 만류하셨지만, 화원을 운영하는 부모님이 카페를 생화로 가득 채워 놓으실 정도로 이제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다고.
2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고객이 찾는 이곳을 문화적 혁명의 시발로 삼고 싶다는 김민한 사장은 프로페셔널한 재즈가수의 공연과 촛불의 밤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고객들에 선사하고 있다.

『관점의 차이예요. 손님의 지갑을 볼 것인가 아님 손님들이 머무는 동안 어떻게 최상의 서비스로 감동을 선사할 것인가의 차이지요. 전 후자를 택했고 앞으로도 음악과 인테리어, 커피 삼박자 서비스를 제공해 사랑의 마음을 전달할 겁니다.』

<백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