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인터뷰
공무원문예대상 영예 안은 서대문구청 김 성 기 계장
백민아 기자
2008-07-11 14:53
소시민 입장에서 그려내는 소외된 이들, 혹은 보통사람 이야기「맹인과 등불」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맹인입니다. 거기서 오는 오해와 갈등 그로인한 소통의 부재 넓게는 사회와 사회, 작게는 너와 나
당신과 나 사이에는 어떤 오해가 있고 그 진실은 무엇일까
△공무원 문예대상 김성기氏(서대문구청 교통지도계장)

문인하면 떠오르는 자유분방함과 공무원하면 연상되는 정형화된 느낌 중 어떤 인물에 가까울까하는 호기심을 갖고 제11회 공무원 문예대전 대상 수상자 김성기(52)씨를 만났다.
인터뷰 약속을 하고 찾은 교통지도과는 수많은 민원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부서였다. 업무에 집중하느라 여념 없는 김성기 계장 또한 예외가 아니었는데, 한 시간 여의 대화를 나눈 끝에 그는 기이한 문인도 정형화된 공무원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다만 표현의 욕구를 가진, 그 욕구를 글에 잘 담아 타인에게 전하는 재주를 지닌 사람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80년도 서울시 봉천동사무소에서 공무원을 시작한 그는 공무원이 된 이유에 대해 대뜸 「직업이 필요해서」란다. 늘 솔직하고 싶었다는 그는 면접관에게도 같은 대답을 했다니 그의 성품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럼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뭔지 궁금해졌다. 『누구나 말하고 표현하고 싶어하지 않나요? 특히 전 평소에 말을 듣는 편에 속한 지라 속에 쌓인 말을 글로 써서 욕구를 해결해요』
누구에게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답인 듯 했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식은땀을 닦아내느라 바쁜 모습에 좀 더 사연이 있을 것 같았다.

『중학시절 골목입구에 여학생들이 몰려있으면 돌아서 가곤 했어요. 그만큼 숫기도 없고 모든 면에 완벽하려고 하는 강박이 있죠.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고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에 신경을 쓰다보니 긴장의 연속이죠. 그렇게 다 표현하지 못한 것 때문에 글을 쓰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소질이 있어 수상경력이 화려했지만 취업 후 일상생활에 쫓겨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40대가 되어 99세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면서 그는 전환점을 맞게 된다.

『내가 아버지만큼 살려면 아직 인생의 반이나 남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하는 생각 끝에 그는 「성숙한 인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성당을 다니며 야간대학 문예창작과에 진학하게 됐다.
재학 중에 숙제처럼 쓴 작품들이 95년 졸업과 동시에 빛을 보게 되는데 그 당시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고스톱」은 그에게 문인으로서의 희망을 안겨줬다.
평소 처가에서 처제들과 고스톱을 치는 상황을 떠올리며 그 상황을 씨줄로, 그 등장인물들을 날줄로 삼아 인생을 고스톱에 비유해 풀었다고.

이후 그는 전북중앙신문에서 「핸드폰 무덤」으로 대상을 거머쥐고 수많은 지방자치단체 및 크고 작은 문예공모작에 당선됐다.
생업이 있는 그에게 과연 소설을 완성할 시간은 언제였을까.

『스토리 윤곽이 드러나 집필을 시작하면 일주일이면 완성합니다. 다만 그것이 세상 빛을 보기까지는 2년 정도 제 손을 떠나지 않을 뿐이죠. 갈고 닦다 보면 문장이 매끄러워지고 비유나 은유를 재사용해 고조된 부분을 가라앉히길 수없이 하는 거지요』
맑은 정신을 유지하며 글을 쓰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집필하고 평소 마라톤에 참가할 정도로 체력단련에 열중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이번 공무원 문예대상을 거머쥔 단편소설 「맹인과 등불」이다.
공무원이 전직인 인물이 맹인이 되면서 실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만난 노래방도우미의 이야기를 풀어 진정한 등불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내용의 이 수상작은 한국문인협회장 외 14명의 중견작가로부터 탁월한 구성과 문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맹인과 노래방도우미는 완전히 가공된 인물임을 밝혔지만, 실제 과로로 인해 안과질환을 앓으며 맹인과 같은 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고 회식자리에서 가끔 노래방도우미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이면이 궁금하기도 했다고.

자신의 이야기가 녹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는 그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이 순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기쁨이 될 것 같단다.
신문을 읽을 때도 뒷면부터 보다 정치면까지 읽고 싶지 않아 덮어버린다. 거창한 세계관을 가져 타인에게 주입하거나 동화되길 바라는 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그저 오늘을 사는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는 소시민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다고.

80년에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와 같은 공무원들의 이야기. 격동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상황에 따라 보통 사람, 일반 공무원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바뀌어야 살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작품을 구상중이다.

그런 집필의 구상보다 그에게 앞선 고민이 있다면 생활의 안정을 위한 「진급」이다.
개혁이니 혁신이니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보단 기존에 해왔던 작업들에 충실한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밝히며 오늘도 교통민원 전화를 받아내는 그는 나라의 일꾼, 그 이름 공·무·원이다.


<백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