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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은 정보단 기르는 정’
백민아 기자
2008-07-11 14:33
8년간 16명의 아기 위탁받아 돌봐
갱년기, 우울증 모르고 살고 부부애는 좋아져
새록새록 사랑 배우는 사길심(50), 김은식(53) 부부
사길심, 김은식 부부가 위탁받은 16번째 아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6번째 위탁아기인 보영이를 돌보고 있는 김은씩 씨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2007년 입양아는 2천500여명. 입양이 되기 전 신생아에서부터 만1세가 되기까지 아이를 돌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위탁모 가정이다.
동방사회복지회에서 활동하며 위탁모로 8년간 봉사중인 남가좌동 사길심(50), 김은식(53) 부부를 찾았다.

현관에 들어서자 아기 특유의 향기와 웃음소리가 취재진을 반겼는데, 사 씨 부부가 16번째 위탁받아 기르고 있는 8개월 된 보영이다. 두 부부와 오빠, 언니의 관심 속에 자라서인지 유난히 밝고 어느 누구에게도 거리낌 없는 미소로 반긴다.

사 씨의 막내딸이 고3인 시절, 시장에 나섰다가 위탁모로 활동 중이었던 지인이 아기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결심하게 돼 일을 시작했다는 사 씨.
평소 직장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퇴직을 고심 중이었고 워낙 부지런한 성격에 집안일만으론 성에 차지 않아 위탁모에 지원했다.

지원 후 기다리길 두 달. 딸이 수능을 치른 후 위탁모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그렇게도 기쁠 수가 없었다고. 수험생활을 마친 딸은 자유를 만끽할 겨를도 없이 밤낮으로 아기의 우유를 타고 달래는 일에 투입됐지만 그 공으로 교육대학에 진학하고 현재 고교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고속버스 운행을 하는 남편 김은식 씨는 새벽근무에 야근이 잦아 충분한 수면이 절실했고 위탁받은 아이가 혹여 아플까 걱정해 부인의 뜻에 처음엔 반대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육아전문가가 다 됐다.

『이런 물약은 조금씩 나눠서 먹여야 해. 한꺼번에 먹이다 뱉어내면 다시 먹여야하거든』. 목감기에 걸린 보영이를 안고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고 약을 먹이는 모습이 첫 아이를 키우는 다정한 신혼부부 같았다.
김씨는『운전을 하다가도 아기 생각이 나서 웃기도 하고, 전화해서 아기에게 휘파람으로 노랠 불러주기도 하는데 그 때마다 꺄르르 웃고 옹알이로 대답하면 정말 기분이 좋지』하며 안고 있는 보영이에게 웃어주자 아기는 눈을 찡긋하며 윙크로 화답한다.

사씨는『남들은 손자들도 안 봐주려는 요즘에 8년 동안 어떻게 아기들을 맡아 키우는지 대단하다고 하지만, 사실 우울증도 예방하고 갱년기도 없이 잘 넘기고 있고 무엇보다 아기 덕분에 부부 간 사소한 갈등은 쉽게 해소된다』며 장점을 늘어놓는다.
한 번은 아기를 입양 보내고 울릉도로 관광여행을 갔다가 버스에서 흘러나오던 「정 하나 주고」란 노래를 들으며 여행 내내 울고만 왔다고. 그 이후로는 아기를 보낸 후 바로 다른 아기를 맡아오다 보니 16명의 아기가 사 씨 부부의 손을 거쳐 갔다.

『처음 신생아를 데려와 부서질 것만 같은 작은 몸을 목욕시키고 먹이고 입혀 커가는 모습을 보면 그저 신기하고 입양된 후에도 자란 모습의 사진과 편지를 보내오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라며 『우리 부부가 좀 더 젊었다면 아이를 입양해 끝까지 키우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장가도 안간 내 아들에게 입양하라고 권유하기도 한다』고 웃는다.

『이 아이가 이렇게 컸어. 어렸을 땐 토실토실했는데 얼굴이 갸름해졌네』
『우리집 전화기는 얘가 부셔먹었어, 하하』
오늘도 8년간 부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아기들 사진앨범을 보며 행복했던 지난 기억들을 더듬는다.


<백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