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 12주택재개발조합이 건축심의를 끝내고 사업시행인가에 앞서 제동이 걸렸다. 355명 조합원의 일원인 홍은제일교회가 위치 선정을 문제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
홍은제일교회(이하 교회) 성도들은 조합 측에 다시 지어질 교회가 역과 가까운 현재 위치에 준해 반경50m내외로 설계해줄 것을 요구, 한 달 간 시위를 벌여왔다.
하지만, 조합측은 이미 구역지정을 받아 건축심의까지 마친 상태로 재지정과 재설계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시와 구의 입장은 「손익 당사자는 조합원이니 협상 후 추진」하라는 것이다.
교회가 조합원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위치를 재선정해달라는 이유를 들어봤다.
양승용(77)원로목사는 60년대 말 홍은동을 떠올렸다.
양 목사가 전라도에 있던 땅을 팔아 교회를 짓고자 구입한 현재 교회부지는 당시 제대로 된 건물이 없는 산기슭에 위치한 난민촌이었다. 교회부지 뿐만 아니라 현재 재개발로 묶인 12구역 전체가 판자촌의 가난한 동네였다고.
땅은 구입했으나 박정희 정권 때 통일로 개발로 인해 건축허가가 나지 않아 천막을 치고 개척교회를 일궈 철거를 밥 먹듯 하다 72년 겨우 건축허가를 받았다.
『천막을 쳐서 선교할 때, 술에 취한 폐병환자며 심지어 이질에 걸린 아이들까지 이곳에 와서 약값을 받아가고 밥을 먹고 했지. 주일이면 라면을 사서 배낭에 메고 산동네를 돌아다니며 가족 수에 맞게 나눠주곤 했어요』 대민지원에 앞장 선 양 목사에게 주민들은 종교를 떠나 성원을 보냈다.
『인근 절에 있는 스님, 경찰들, 다방업자, 기관장들의 헌금으로 이 교회를 지었단 말입니다. 그 때만 해도 교회라면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이 곳 만큼은 특별했어요. 당시 주민들이 정성이라며 벽돌 한 장이라도 사 쓰라고 십시일반 모아준 것으로 운영돼 왔으니까요』
개척시절부터 36년간의 홍은제일교회 역사를 얘기하며 양 목사는 눈시울을 붉혔다.
『구역지정이 된 곳은 현재 교회 위치에서 멀어질 뿐만 아니라 고도가 2배나 차이나는 산꼭대기에 자리한 곳』이며 『아파트도 주택도 짓기 곤란한 자투리땅에 교회 부지를 선정해둬 노인과 어린이가 많은 우리 교회 특성 상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교회란 모름지기 사람이 모여들기 쉬워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위치를 존치해주지는 못할망정 주변이 산과 공원인 경사지에 배치하는 것은 문제』라고 『조합이 다시 설계해 반경 50m이내에 위치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30년간 이 교회의 성도였다는 지미자(54)씨는 『개척 당시 쓰레기장이었던 동네와 힘겨운 주민들을 위해 기여한 교회를 사람들의 접근이 동떨어진 곳으로 옮기라는 것은 너무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조합측은 『교회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정된 교회부지 앞 도로가 10m로 폭이 확장될 예정이며, 엘리베이터도 설치도 고려하고 있다.
또 도보 이동은 어려울지라도 마을버스가 앞을 지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답했다.
또 『사유재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니만큼 대다수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으며 교회 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면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발과 지역역사를 대변하는 종교시설과의 대립은 재개발 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시일이 곧 조합원의 이익과 연결되기에 한 시가 급한 조합과 지역사회를 위해 오랜 시간 존재해 온 종교시설이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약간의 손해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빠른 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성공적인 재개발사업이 되길 바라본다.
<백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