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궁동산을 꽃동산으로’
sdmnews
2008-06-04 18:10
3년 전 약속 지킨 정춘모 할아버지 궁동산 일대 1km에 걸쳐 3천그루 꽃나무 심어 산책로 조성
 

 아카시아잎이 5월 봄바람에 흩날려 연희동 뒷산에 가득 내려앉은 날.

 3년 전 산림훼손이 심했던 궁동산을 3년 뒤에는 꽃동산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쉼터로 제공하겠다고 장담했던 정춘모(69)씨가 본지에 연락이 왔다.

 2006년 5월「궁동산 3년 계획안」을 본지에 밝혔던 인터뷰 이후 딱 만 3년만의 일이다.

 정 씨를 만나러 궁동산을 오르며 산책하는 주민 여럿을 만났는데 그들은 누가랄 것도 없이 오가며 휴지를 줍기도 하고 바람에 어지럽혀진 산책로를 정돈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정춘모 씨가 궁동산을 아름다운 산책로로 변모시키기 위해 3년을 매일같이 오가며 나무를 식재하고 가꾸고 주변을 정돈하느라 온 정성을 다해오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

 

『여기 오는 수 백 명 주민들이 다 나를 알아요. 새벽에도 오고 밤에도 오고, 태풍 불 때는 걱정이 돼서 궁동산에서 꼬박 밤을 샌 적도 있으니까. 허허. 주민들이 나를 반기며 고마워할 땐 그저 뿌듯하지.』

 쓰레기장을 매립해 월드컵공원이 조성된 때 궁동산 또한 그와 같은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지 않을까한 것이 계기였다는 정씨는 그동안 벚꽃, 단풍, 매화, 소나무 등 꽃나무 10여 가지 총 3천 여 그루를 1km에 달하는 사이 길에 심어 산책로를 조성했다.

 구청 공원녹지과에 의뢰해 산책로를 보수했고 여러 그루의 나무도 지원받았다.

 

 그간 아름다운 산책로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곳을 견학하고 조경에 관한 책을 두루 섭렵해 어느덧 기술자가 다 됐다고.

 그는 궁동산을 주민들에 꽃동산으로 변모시켜 선물하는 일 외에도 서울․경기권 대부분의 병원과 전국 교도소를 돌며 봉사를 해오고 있다.

『어제는 인천 부속병원 환자들에게 찾아가 노래도 불러주고 상담도 하고 했는데, 환자들이 차차 건강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참 기뻐요. 순수한 봉사자로 살다가 죽는 게 내 목표거든.』

 순수한 봉사자로 사는 것이 기쁨이라는 그는 오는 27일 우수봉사자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한다.

 진정 행복한 노년이 어떤 삶인지 몸소 보여주는 그가 무력하게 지내는 노인들에 할 말이 있다.

『산에서 싸우고 화내는 사람 봤나요? 자연과 더불어 지내면 건강해지기 마련입니다. 정서가 맑아지고 불안이 해소되지요. 가까운 동산에 올라 바람과 산새소리, 아름다운 꼭과 나무와 함께하세요』      <백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