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물결이 넘실대는 곳에는 항상 이웃사랑이 펼쳐진다. 보릿고개를 넘기 힘들던 70년대, 당장 잘 살아보기 위해 새마을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면서 어느새 새마을지도자서대문구협의회(회장 이종복)도 서른의 나이를 넘겼다.
그리고 그 30여년의 긴 세월동안 많은 회원들이 머물고 떠나갔지만, 여전히 이웃과 더불어 살기를 실천하는 푸르름은 지도자들의 녹색 조끼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남성 회원들로만 구성된 단체의 특성상, 힘들고 어려운 봉사사업의 선두에 항상 그들이 있다.
방역봉사를 비롯해 무료이발, 장례봉사, 집 고쳐주기, 사랑의 연탄보내기 사업 등 낮고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어김없이 지도자들의 손길이 다녀간다. 특히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재작년부터 추진해온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을 통해서는, 총 80여 가구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해드릴 수 있었다.
난방이 되지 않는 차가운 방구들에서 뼈가 시리는 겨울을 나야했던 어르신들이, 지도자들의 손길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시는 모습은 사업에 더욱 힘을 싣는다. 아울러 지하철 네 줄 서기 캠페인과 소하천 살리기 캠페인, 정기적인 새마을 대청소, 골목 지킴이 사업 등 지도자들은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앞장서는가 하면,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농촌 일손 돕기에도 참여하는 등 그 활약상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 하수도가 제대로 갖춰진 동네를 찾아보기 어렵던 80년대, 주택 골목 골목을 누비며 하수도를 설치하던 이들도 바로 새마을 지도자들이었다.
당시 남가좌동에서 협의회장을 지내던 이종복 회장은, 회원들이 자체 회비를 걷어 문패달기 등 기타 여러 왕성한 사업을 추진하던 기억을 회고한다. 그는 『새마을운동이 전국민 운동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호응이 컸고, 덕분에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몸으로 떼우는 일이라면 항상 새마을 지도자들이 달려갔다』고 설명한다. 지금도 여전히 몸으로 떼운다는 일이 지도자들의 몫이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재정적인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새마을운동이 관민주도 사업인 만큼 재정적 지원도 넉넉했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들도 「먹고 살만한」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경제적 성장이라는 그늘에 새마을운동도 가려지면서 어떤 빛도 비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무슨 사업을 하든 그 비용도 고스란히 지도자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지도자들은, 빛이 비치지 않는 어두운 자리에서도 묵묵히 사제를 털어가며 이웃사랑 실천을 멈추지 못한다. 이미 그들 스스로가 낮고 그늘진 곳에 빛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Interview/이종복 회장
21개 동 협의회, 450여 지도자 활동
장례봉사 등 이웃사랑 실천
30년간 쉼 없이 전개된 새마을지도자들의 꾸준한 이웃 사랑의 중심에는 이종복(60)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12년간 동 협의회장을 지내며 왕성한 지도자 활동을 펼치다가 지난 2000년 구 협의회장직에 위촉, 올해로 6년째를 맞고 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서대문 토박이답게, 누구보다 지역 사랑이 남다른 이종복 회장을 만나 새마을지도자협의회의 지난 세월과 활약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 새마을지도자협의회를 소개한다면?
■ 72년 서대문구지회로 활동하다 76년에는 협의회가 발족됐다. 관내 21개 각 동협의회에서 현재 450명의 지도자들이 지역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자영업자 위주로, 덕망과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지도자로 발굴하고 있다.
□ 어떤 봉사 사업들을 하고 계시는지?
■ 깨끗하고 살기좋은 지역사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기적인 방역봉사와 새마을 대청소, 골목지킴이 사업, 지하철 네 줄 서기 캠페인 및 소하천 살리기 캠페인 등을 전개하고 있다.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하는 사업으로는, 무료이발, 집 고쳐주기 및 사랑의 연탄보내기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작고 후 장례를 치러줄 가족이 없는 무의탁 어르신의 마지막이 쓸쓸하지 않도록, 지도자들이 밤을 새며 장례를 치르기도 한다.
□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 무엇보다 재정마련이 어렵다. 어떤 봉사를 하든, 크고 작은 비용들이 소요되기 마련인데 관에서 일부 지원되는 후원금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지도자들이 주머니를 털어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지회차원에서 「홀로서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새마을회관을 설립, 임대사업을 통해 수익금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은?
■ 비록 새마을에 대한 관심이나 규모가 예전보다 작아지기는 했지만, 회원 여러분이 용기를 잃지 않으셨으면 한다. 봉사를 천직으로 알고 새마을 사업을 꿋꿋이 이어가주시길 바란다. 또 주민 여러분이나 관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한다. 따뜻한 말 한 마디에도 새마을 회원들은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