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첫 달인 지난 11일 서해안 기름유출 제거를 위한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막연히 기회가 되면 한번쯤 참가해 보리라 생각했으나 지난 12월 1차 봉사단에는 여러 사정으로 참가를 못했다. 아쉬워 하던 차에 2차 자원봉사자 모집소식에 흔쾌히 참가 신청서를 냈다.
오전 6시 30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구청광장엔 대형 버스 3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천연동을 비롯한 8개동에서 여성단체연합회, 새마을운동 서대문구지회, 서울청소년효행봉사단, 원천교회봉사단, 종교단체, 주민 등 총 670여명은 15대의 버스에 올라 오전 7시 정각 태안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눈발은 점점 굵어져 출발부터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태안군에 있는 만리포 해수욕장 4㎞ 전에 위치한 의향2리 「개목항」 이었다.
항구 입구에는 「국민여러분 도와주세요」 「자원봉사자 여러분 감사합니다」「자원봉사자 여러분의 손길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어 주민들이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얼마나 기다려졌을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버스에서 내린 주민들은 염영철 자원봉사센터장의 작업 안내에 따라 수건, 옷가지가 들어있는 마대를 하나씩 들고 바삐 해안가로 향했다. 기름 유출 사고가 난지 한달 하고도 나흘이 지났건만 해안가는 특유의 비릿한 바다 냄새 대신 역겨운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간간히 여기저기서 『세상에, 세상에.. 이것 좀 봐…』 탄식 섞인 소리만 들려온다. 경상도 사나이로 평소 억센 톤의 교통지도과 석우균 팀장도 나즈막한 목소리로 『세상에 우얄꼬…』를 연발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저 말없이 모두가 돌들을 열심히 닦고 있다. 돌 속에 숨은 돌들도 군데군데 기름찌꺼기가 묻어 있고 땅속을 파 보아도 기름 유막이 나온다.
돌을 들춰 내면 어린 게와 소라, 이름모를 물고기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났을 해안가에 생명체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해안 입구에 「이곳은 마을 공동어장으로 무단 채취는 법으로 금한다」는 표지판을 보며 또한번 억장이 무너진다.
돌을 닦아내는 하얀 면 수건은 금새 시커먼 기름으로 물든다.
얼마나 지났을까? 돌을 닦는 봉사자들의 이마에서 이슬비와 함께 구슬땀이 흐른다. 어느새 봉사자들은 돌에 묻은 기름을 닦는 것이 아니라 어민들의 눈물과 마음을 닦고 있다. 미래의 보고(寶庫)인 바다를 시커먼 기름때로 물들게 한 우리세대. 굳이 기름유출과 직접 관련은 없더라도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리라.
앞으로 어린이들에게 환경에 대해 감히 어떻게 교육 시킬 것인가? 머리는 어지럽다.
작업이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는 12시를 훌쩍 넘고 있다. 식사하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곳까지 서대문적십자사 봉사관 황명희 관장이 인솔한 회원들이 배식차량에 따끈한 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고 있다. 노동에 대한 댓가로 평소 같으면 꿀맛 같은 점심시간이련만 마음이 무거워 입맛도 잃어버렸다.
때마침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이 도착, 성금 650만원을 태안군에 전달했다. 성금은 지난해 말 행정자치부에서 실시한 「2007년도 균형발전 추진사업」 평가결과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받은 시상금 500만원과 천연동 삼호아파트 부녀회에서 모은 100만원. 그리고 50만원은 원천교회 교인들이 정성껏 마련해 보탠 것이었다.
현동훈 구청장은 주민을 격려하고 식사를 마친 후 해안가로 달려가 말없이 돌을 닦고 있다. 그 옆에는 서대문구의회 이기돈·홍길식·오성자 의원도 눈에 띈다. 일부러 주민들과 함께 온 구의원에게서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엿본다.
오후 3시 귀가 안내 소식이 전해졌다. 기름때 자갈, 기름냄새, 모래 속 기름이 떠오른다. 그러나 어려움을 함께 한 구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있고 모두가 염원하는 한 생태계 복원은 한 층 빨라질 것이다.
한편 구 자원봉사센터는 앞으로도 많은 구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연락체계를 갖추고 행정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주민생활지원과 이범주 과장은 『이번에 참석하지 못한 13개동 주민에게도 봉사활동 참여시 장비일체를 지원해주고 개인별로 1년간 자원봉사 상해보험을 들어주기로 했다』고 밝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행사임을 알렸다 .
또 『차량 이용시 고속도로 왕복통행료룰 전액 감면할 계획』이라고 밝혀 태안을 찾는 주민이 자원봉사센터를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구민과 단체회원들이 태안을 직접 찾고, 보고 느끼면서 산하를 사랑하는 조국애와 함께 환경에 대한 소중함, 자원봉사에 대한 성취감을 느껴보길 권장해 본다.
기고
태안 기름 유출제거 자원봉사를 다녀와서
고 재 용서대문구 자치행정과 공보팀장
2008-01-29 15:36
자원봉사자 손길 지속되는 한 생태계 복원은 빨라질 것
자원봉사센터 통하면 장비와 상해보험 등 행정편의 제공
자원봉사센터 통하면 장비와 상해보험 등 행정편의 제공
고 재 용 공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