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때. 떠들썩한 연말과 연초 분위기에도 어두운 곳에서 바깥세상을 등지고 사는 이들이 있다. 몸도 불편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불편한 사람들, 바로 우리 이웃에 있는 장애우들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남의 일이라 여기며 그들의 안위 따윈 관심 없이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 비록 장애를 입었지만 세상과 소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을 조명하면서 그들을 통해 새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장애인 문화협회 서대문구지부
‘문화를 통해, 장애를 넘어, 세상의 빛으로’
경증장애인 지원 턱없이 부족, 인식 재고 필요
장애인에게 더욱 소중한 문화체험 기회 제공
한 해 동안 다양한 행사로 장애를 가진 이들의 답답한 마음 구석구석을 긁어주었던 장애인문화협회는 지난 22일 활동보고를 겸한 송년회를 마련했다.
장애인문화협회 박건재 서울시협회장, 각 지부장, 서대문구 사회복지과 김종두 과장을 비롯한 회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사다난했던 일 년 간의 활동보고를 시작했다.
「문화를 통해, 장애를 넘어, 세상의 빛으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남북한 장애인 복지대회 참가를 필두로 6월 장애인 생활문화체육대회를 개최했고, 8월에 접어들어서는 바캉스를 즐기기 어려운 장애우들과 2박 3일간 목포 외달도에서 해변문화체험대회를 열었다.
9월엔 장애인 e-스포츠대회를 개최, 「스타크래프트」대전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홍보하고 장애우들에게 새로운 여가 문화를 제시했다. 10월은 문화예술분야의 재능 있는 장애인들을 발굴하고 지원·육성하기 위한 장애인문화혁신대회 및 예술대상 시상식을 주최했다.
생활 공예, 악기 연주, 연기, 댄스, 노래, 패션코디 등 다양한 분야에 소질 있는 장애우들이 실력을 발휘해 위상을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11월은 나눔연극제를 개최, 장애우들이 직접 참여하고 공연함으로써 장애를 극복하는 자신감과 긍지를 갖게 됐다.
2008년도에도 장애인 문화협회는 지난 해 하지 못했던 다트대회, 윷놀이 대회, 봄맞이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 보고가 끝나고 회원들은 함께 식사를 하며 그간의 안부와 정을 나누며 한 해를 마감했다.
경증장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도 마음의 상처 같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남과 다르다는 생각에 이미 마음은 장애인이지요』
장애인문화협회 서대문구지부장 우성기 씨는 경증 장애를 갖고 있는 이들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장애인문화협회는 경증장애인 70%, 중증장애인 30%로 대부분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정신장애인과정신지체장애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대문 회원만 700여명이나 된다.
우성기 지부장은 20년 전 연희IC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사고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구조 작업을 하던 중 미처 사고를 인지하지 못하고 달려오던 차에 치어 한 쪽 팔을 잃었다. 장애등급은 2급이지만 얼핏 봐서는 장애인임을 눈치 챌 수 없다.
<- 우성기 장애인문화협회 서대문구지부장우 지부장은 『멀쩡해 보이지만 사실상 취업이나 결혼문제에 대해서는 똑같이 차별 대우를 받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증장애인에게만 관심이 치우쳐 있기에 경증장애인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국가적 차원에서 재고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예산 책정에서도 중증장애인 및 관련 단체에게는 대폭 지원하고 있지만 경증 장애인에 대해서는 인식 자체를 하지 않고 있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모든 장애우들의 고충을 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장애우를 돕는 것은 내겐 중독과 같은 일』이라는 우 지부장은 2007년 어머니와 아내를 잃고도 협회의 모든 행사에 참가, 다른 장애우의 문화생활을 돕는데 전력해왔다.
날 때부터 장애인이 아니었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마음과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그는 『봉사란 것은 큰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주위의 이웃들을 바라보고 보살펴주면 그게 봉사』라며 회원들을 안내하느라 쉬어버린 목소리로 수삽스레 미소를 띄었다.
햇살아래 자립생활센터
“따뜻한 햇살 아래로 나와 당당히 생활하자”
중증장애인 자립위한 자아개발 프로그램 지원돼야
따뜻한 햇살은 모두에게 같은 축복이어야 한다
<- 햇살아래 자립생활센터의 회원들과 오문영 소장.
지난 해 5월, 가정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채 그늘 아래서만 살아야 했던 중증 장애인들을 따뜻한 햇살 아래로 나오게 해 당당히 살아가게 하자는 취지로 출범한 「서대문 햇살아래 자립생활센터」.
지난 12월22일, 어느덧 햇살아래는 해를 마감하며 지난 8개월간의 힘겹게 걸어온 자취를 돌아보고 회원들 간의 우정을 다지는 송년의 시간을 가졌다.
70여명의 회원들과 예배와 식사시간 이후 이어진 본격적인 행사는 다함께 캐롤을 부르며 시작됐다.
몸 가누기조차 힘겨운 회원, 또렷하게 노래를 부르기 힘든 회원들 모두가 얼굴만큼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박진용 사무국장은 햇살아래 연혁보고를 통해 8월 청소년 봉사학교인 「더불어 가는 배움터」를 주민센터와 공동 개최해 학생들에게 봉사기회를 마련했고 9월 광화문 생존의 횡단보도 걷기 행사에 참석해 장애인 생활편의 개선을 위한 운동에도 일조 했으며 그 외 영화, 연극관람 등의 문화 활동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회원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10월에는 「2007 햇살아래 홍제천 걷기대회」를 개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해 지역사회통합을 향해 발걸음을 맞추기도 했으며, 11월은 전국장애인연합 7대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컴퓨터 소프트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회원들에게 교육해오고 있다.
보고 후 사닥다리 대표 김송삼 회원의 장애의 아픔과 살아갈 이유를 노래한 시 낭송이 이어져 회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게임과 장기자랑을 하며 추운 겨울 힘들게 모인 회원들은 서로의 언 가슴을 녹이며 격려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중증장애, 무엇보다 자립생활교육 시급
햇살아래가 타 장애인단체와 달리 중점을 두고자 하는 부분은 무엇보다 자립생활교육이다.
현재까지는 중증장애라는 큰 어려움으로 다양한 행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나 전산·하모니카 교육 등 다양한 자아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해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의지가 선행돼야 하므로 장애인의 인권을 위한 여러 가지 목표의 집회에도 참가해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예정이다.
<- 「햇살아래 자립생활센터」 오문영 소장
햇살아래 자립생활센터 오문영 소장은 한해를 마감하며 『뜻이 있는 사람들끼리 마음을 모아 시작했으나 아무래도 몸이 많이 불편하다보니 회원들의 참여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출범 초기 시행착오를 지적했다.
이어 『금전적 후원이 부족해 아직 디지털카메라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센터의 역량강화를 위해서 동료상담이나 자립생활교육이 시급한데 교육인력이 태부족하다』고 정부와 지역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