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작은이가 만드는 큰 세상
최돈산 할아버지/홍제동
고은희 기자
2006-04-22 17:40
“거리의 청소부 환경미화원 돕겠다”
1년간 모은 고철로 어려운 사람에게 쌀 전달
1년간 모은 고철로 어려운 이들에게 쌀을 지원하고 있는 최돈산 할아버지. 요즘은 건강이 나빠져 일을 나가는 시간이 적어졌지만 봉사의 손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도 전한다.

『나는 한 일 하나도 없어~ 고철 주워서 나온 돈으로 어려운 분들 도와주는 게 무슨 일인가?』 3년째 고철, 빈병, 종이박스를 모으며 그 수익금으로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쌀을 전달하는 봉사를 해온 최돈산(황해사 부동산 운영ㆍ79ㆍ홍제동) 씨.

한 일이 없어 신문에 이름 나가는 것이 부끄럽다고 자꾸 손을 내젓는 것을 간신히 설득하고 마주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옛날 황해도에서 살던 이야기를 꺼낸다. 19살이었던 그는 농사를 가르치는 집을 몰래 나와 지금의 마포에서 능금장사를 하며 돈을 벌었다.

그러면서 고향에 돈을 부쳐주는 등 여유롭게 살기도 했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그 상황에 군대까지 갔다오면서 생활이 많이 힘들어졌다. 간신히 아내와 함께 강화에 자리를 잡았지만 먹고 살기 위해 십릿길을 걸어서 장사를 했었다고. 힘든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고철수집. 최 씨는 지팡이를 짚을 정도로 몸이 불편한 와중에도 조카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빈병과 박스, 직접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고철 및 고물들을 모아 돈을 마련했고, 그 돈으로 12월 말이면 동사무소를 통해 3년째 쌀을 전달해오고 있다. 지난 일년간 모은 고철은 20kg짜리 쌀50포대로 분해 어려운 사람들에게 귀중한 선물이 됐다. 이런 그에게도 시련은 있기 마련.

고철이나 빈병을 수집하러 돌아다니다보면 주위로부터 안좋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닌데도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 소리를 듣다보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러려니하고 넘어간다. 그래도 최 할아버지의 마음을 가볍게 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다.

동장이 전화해 『고맙다』 전하기도 하고, 옆집에 살고 있는 한 할머니는 떡을 가져와 격려를 해주기도 했다. 한번은 그에게서 쌀을 받았던 환경미화원이 찾아와 『쌀 잘 먹었다』며『정말 감사하다』고 말했을 때 그는 『그 환경미화원에게 한 일 하나도 없다고, 그런 소리 말라고 했지만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라고 전했다.

『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것 외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도 나에게는 큰 선물』이라고 이야기하며 그는 환히 웃는다. 특별히 환경미화원을 돕는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니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여러 어르신들도 돕고 있지만 환경미화원은 빼놓지 않고 쌀을 전달하고 있다』고 전하며 『환경미화원은 새벽에 잠못자고 나와 냄새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텐데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많이 배운다』며 환경미화원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은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서 돌아다니는 일 마저도 힘들다. 하지만 눈을 감을 때까지는 계속 봉사를 하고싶다』고 전하는 그에게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