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기고
이름 없이 조국 위해 산화한 선열의 나라사랑 본받으며
이 정 민 / 서울지방보훈청 행정주사보
2007-06-22 11:31
잊을만하면 터지는 병역비리, 부끄러운 현실
아들에게 자신있게 군인의 역할 알려줘야
이 정 민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뉴스 중의 하나가 병역비리 문제다. 사회지도층이나 유명 연예인과는 상관없는 사건도 있겠지만 적어도 보도되는 병역 관련 비리 사건은 대부분 그들과 연루되어 있고, 뉴스를 통해 그러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평범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이를 볼 때 아직도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병역 비리 문제는 아주 민감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병역 비리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평범한 서민들의 마음속에는 모종의 피해의식이 들어있는 듯 하다. 달리 말하면, 나도 돈이나 권력이 있으면 내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을 방법을 찾아보겠다. 그러나 「나는 돈도 권력도 없어서 아들을 군대에 보낼 수밖에 없다. 내 아들의 희생 위에 저 유명 인사들의 아들은 두 다리 쭉 뻗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군 입대를 앞 둔 부모라면 더욱 강하게 할 것이다. 자식을 위험한 곳에서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는 생각이며, 이것이 곧 부모의 마음이다. 얼마 전 연예인 병역관련 뉴스를 같이 보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엄마 나 군대가기 싫어 정말』하며 내일 당장 입영을 해야 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정말 얘가 군대가면 어떡하지? 군대 안 가게 하는 방법이 뭐 없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다는 것만 보더라도 나 역시 평범한 부모 중의 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을 조금만 가다듬고 생각해 보면 평범한 한사람으로서 내 머리 속에 떠오른 이 생각이 과연 옳은지는 의문이다. 지난 6월 6일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은 6.25 전쟁 발발 첫날 포천지구에서 전사한 병사의 낡은 운동화 한 짝과 만년필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였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내 자식만이라도 군대에 안 보냈으면 하는 이기적인 생각을 한 나 자신이 너무 나도 부끄러웠다. 우리는 1년 12달 중 유독 6월이 되면 가슴 한 구석이 아리고 찡해 지는 것을 느낀다. 그건 아마 6.25라는 완치되지 않은 상처 때문일 것이다. 6.25때 자기 부모, 자식, 형제가 다치거나 전사하지 않았어도, 6·25를 겪은 사람이건 아니건 우리는 다같이 6월이 되면 마음이 아프다. 이것은 우리들 모두의 마음 속 저 깊은 곳에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우리 민족 깊은 곳에 공유되어온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나눌 수 있는 상징물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 민족이면 다 가지는 이 마음을 서로 전하고 나눌 수 있는 상징적인 뭔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국가보훈처에서 만든 것이 바로 「나라사랑 큰나무」다. 「나라사랑 큰나무」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포천지구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전사한 병사처럼 국가를 위하여 희생하거나 공헌한 분들의 숭고한 정신위에 이룩되었으므로, 모든 국민들이 그러한 희생과 공헌을 정신적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이며, 다른 하나는 그러한 희생과 공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으로 승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는 이제 아들에게 진심으로 자신 있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들아 군대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라를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포천에서 전사한 어느 이름 없는 병사처럼 나라사랑 큰나무가 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