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대학들이 담장을 허물기 시작했다.
2003년 명지대에 이어 올해는 연세대가 시예산 38억원중 일부를 지원받아 담장을 없애고 녹지화할 예정이다. 이화여대 역시 2006년 외벽을 허물고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시가 진행중인 구청과 관공서의 담장허물기 사업이 마무리 되는 단계에서, 시내 대학까지 그 사업을 확대하면서 진행된 것. 대학 담장허물기 사업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모두 150억원으로 15개 서울시내 대학들이 지원사업 대상이다.
이같은 시의 방침은 관과 학교가 담을 허물고 지역주민과 어우르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와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시내 환경을 개선해 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실제 관내 대학의 속사정은 또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었다.
올해 담장허물기사업을 추진중인 연세대를 중심으로 담장허물기 사업의 실효성을 진단한다.
담장허물기사업은?
서울시 15개 대학 150억 투입
지난해 4월 대학 담장허물기사업의 첫 삽을 뜬 외국어대학을 시작으로 서울시는 15개 대학에 총 150억원의 예산을 투입, 교정의 담장을 허물고 그자리에 나무를 심어 지역주민들에 휴식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6월 대학로 소재 홍익대 국제산업디자인 대학원 담장이 100평 규모의 녹색 공원으로 새단장 됐으며, 서울대 의대 역시 담장허물기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대는 담장 대신 들어서게 될 공원에 대한 설계를 지난해 9월부터 실시, 나무 4000그루와 예술성이 뛰어난 조각 9점을 설치한다는 계획안을 마련했다.
지난해 명지대에 이어 연세대학도 올해 사업 대상 학교로 서문 아래쪽 90m의 담장을 허물고 녹화할 계획이다.<그림 참조>
이같은 서울시의 「대학 담장허물기 사업」은 서울도심 속 녹지마련은 부재매입이 어렵기 때문에 대학의 넓은 공간을 주민이 함께 공유한다면 보다 쾌적한 녹지도시가 될 것이라는 의도 때문이었다.
또 문화거리로 이름난 대학로 등은 주변풍경과 잘 어울리는 녹지공간이 도시미관을 살릴 뿐 아니라 학교와 지역주민의 벽도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포함돼 있다.
앞으로는 대학 뿐 아니라 80여개의 공공기관까지 담장허물기 사업에 동참, 관내에도 서대문구청을 비롯한 일부 초·중·고교와 구청 등 공공기관의 담장을 허문 자리에 공원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반 주택에도 그린파킹을 실시, 담장을 허물면 주차장과 마당녹화사업을 지원하는 등 「담장 허물기」사업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효성 얼마나 있나?
고대 3.7㎞허물어 주민과 한마음
성북구 관학공동협력조인식 가져
관내에는 연대를 비롯, 이화여대, 명지대, 추계예술대학과 각종 신학대학 등 5∼6개의 대학이 위치해 있다.
서울시내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대학이 위치해 있는 성북구의 경우는 고려대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총 3.8㎞에 대한 담장허물기에 착공, 이미 8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담 하나만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그간 지역과 학교간에 쌓여있던 보이지 않는 거리감을 해소하는 상징적 의미임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달 20일에는 성북구청과 고려·국민·성신·동덕여대 등 10개 대학총장들이 「관·학 공동협력협정조인식」을 갖기도 했다.
다음날은 성북구 관내 초·중·고교장들도 똑같은 행사를 가지고 학교는 교육인프라와 노하우를 주민에 제공하고 구청은 학생들의 학업을 위해 주변환경을 최고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증명하듯 고려대는 주민 100여명을 선정해 도서관을 연중 개방키로 하고, 한성대는 자료열람실을 주민에게 활짝 열었다. 특히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제2교사가 준공되는 2006년부터 학교를 주민에 전면개방키로해 주민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단순한 공간 개방만이아니라 지역주민에 수준높은 문화와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논어강좌(고려대), 법률무료상담센터(국민대), 인터넷 등 영상콘텐츠 제작(동덕여대),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한성대), 주말문화여행교실(예술종합학교) 등의 강좌를 개설했거나 계획중에 있다.
이에대한 화답으로 성북구도 전국지자체로는 처음 구청내 「으뜸교육도시추진단」을 구성, 구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의 건의를 받아 우선 집행할 방침이다.
연세대 남문 쪽 90m만 개방
서울시 사업이라 어쩔수 없이 참여
추가 개방은 “심각한 고민 수반될 것”
연세대학의 경우도 올해 대학담장 개방사업의 대상학교로 선정, 학군단에서 남문으로 내려오는 약 90m의 담장을 허물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담장허물기사업을 추진한 중앙대 260m, 고려대 3.8㎞등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연세대가 밝히는 이유는 『신촌이 인접, 유동인구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연세대 기획실 김동하 씨는 『연대가 위치한 신촌이 상업·유흥지역이어서 유동인구 통제와 관리가 힘들어 이번 사업에 90m를 선정한 것도 매우 고민해 내린 결론』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또 그는 『담 개방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하더라도 더 많은 담을 허물기 위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수반될 것이며 서울시가 녹화사업 일환으로 내린 방침이기 때문에 실시하는 것일 뿐 자율적으로 학교의 담을 허무는 대학은 없을 것』이라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연세대의 소극적인 자세는 올 5월부터 동문∼북문까지와 봉원동∼연희동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받는 통행료를 출퇴근시간에 1500원에서 100%오른 3000원(주간 2000원)으로 인상해 받고 있는 데서도 엿볼수 있다.
연희동에 직장을 두고 있는 주민 A씨는 『학교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단지 통행한다는 이유만으로 3000원을 받는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이유로 연대 캠퍼스 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B씨 역시 『이 도로는 지역주민이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도로임에도 통행료를 또다시 인상한 연대가 과연 주민과의 거리감을 해소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도리어 반문하기도 한다.
이에대해 연대 관계자는 『지난해 버스중앙차로제 실시 후 일반차량 사용도로가 줄면서 학교가 더욱 혼잡, 학생들이 수업에 지각하는 등 학업에 까지 지장이 초래되고 있어 불가피했다』고 반론했다. 또 주민차량에 대해서는 『연희3동 거주주민 에 한해 월 2만원을 받고 통행권을 발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통행료가 인상되면 인상됐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봉원동 주민 C씨는 『연대가 봉원동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문쪽으로 문을 내 통행료를 받으면서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다』며 『차라리 전면통제를 고려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서대문구청 교통지도과에서도 『연세대학 부지가 사유지이고 사유지내 주차비 징수에 대해서는 구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시의 담장허물기 사업이 주민과 학교간의 거리감 해소에 얼만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현실속에서 성북구의 경우와 같이 바람직한 학교 주민간 연계는 서대문에서는 실효성이 거의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주민을 위한 학교시설 개방은 더욱 먼 얘기로 들린다.
개방후 주민의 질서의식 요구
도난, 음주, 취식 등이 해결과제
선시행학교 “부정보단 긍정적 측면 많다”
물론 담장허물기 사업이 긍정적 측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개방을 추진한 대학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들어와 쓰레기를 버리고 가거나 잔디나 나무가 손상되는 일이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주민도 대학을 소중히 이용해야 함을 공감하고 있다.
개를 데리고 학교안에 들어온다거나 아이들이 잔디밭을 훼손하는 일은 적극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도 들려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역사회와 대학이 공존하는 문화가 정착이 아직은 안돼 있어 시행착오가 있다』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외국 같은 대학도시가 자연스레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보다는 학생들도 환영하는 분위기가 크다. 신촌 못지 않게 유흥가가 밀집한 대학로의 경우도 도난, 음주, 취식 등의 풍기문란 행위보다는 학교가 담장을 허물면서 답답했던 수업분위기가 해소됐다는 긍정적 의견들이 많다. 학교가 문을 연다면 주민도 그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연대측도 「어쩔수 없는 담장허물기」사업에 쓰여진 예산이 소중한 시민의 세금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올해로 개교 120주년을 맞는 연세대학교가 주민에게도 나이만큼 성숙한 아량과 상아탑의 지성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