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신촌을 사랑합니다
대신·봉원·창천동 일대 이른바 「신촌」을 살리자는 풀뿌리회의체 「신촌민회」가 재탄생을 위해 모였다. 이런 움직임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연세대학교 정치회교학과 이신행 교수(63)의 수업을 듣는 제자들이 학교 밖 공간에서 지역을 위한 시민사회운동을 벌여보자는 취지로 시작 최선, 성용욱, 원종우 학생을 신촌민회준비모임 학생대표로 추진됐다.
지난달 27일 신촌 마을카페 체화당에서 열린 신촌민회 재창립 총회에는 올 초 부터 모임을 준비해온 연대 학생들과 대신교회 조종철 목사, 봉원교회 김희경 집사, 봉원사 서무를 맡고 있는 광화스님, 이화여대부속고등학교 박진홍 교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앉았다.
신촌민회준비모임 학생대표중 한명인 최선 씨는 『민회재창립을 위해 이 지역에 주민등록이 된 주민 뿐 아니라 하루 8시간 이상을 신촌에서 보내는 연대, 이대, 서강대, 이화여대부고 학생 등 실제 주민들 196명을 대상으로 나흘간 주민투표를 벌인 결과 92.3%의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투표인 비율은 학생주민 50%, 생활주민 40%, 연고주민(졸업생 등) 10%로 「다공동체적 복합투표」라는 조금은 생소한 방식을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주민과의 화합위해 “연대의 열린 자세 필요하다” 25년간 대신동에 살고 있는 김희경씨(53. 민속품점 집안 대표)는 『연대, 이대, 서강대 등 국내 큰 대학이 모여 있는 신촌에 살고 있어서 자부심을 느끼기 보다는 혼잡한 교통과 소음 등으로 불편한 점이 더 많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이에 봉원사 광호스님도 『연대에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동문쪽으로 문을 내 통행료를 3000원씩 징수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면서 『봉원사도 인근에 땅이 많은데 우리도 통행료를 받아야 겠다』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또 이대부고 박진홍 교사는 『신촌민회와 체화당이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가』라고 묻고 『여기 계신 주민이나 나는 앞으로 수년 이상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살겠지만 주체가 된 학생들은 졸업이나 군대 문제로 얼만큼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신촌민회는 이미 2000년 5월 19일 연대·이대 총학, 봉원·대신·창천교회, 봉원사, 이대부고 등을 가맹체로 결성, 창립총회를 열고 2002년 3월까지 8차례 회의를 갖고 금란슈퍼 앞을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려 했었다.
지속적 활동위해 「신촌자료」 문서화 작업 그러나 주차문제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하고 중심역할을 하던 학생들이 하나둘 학교를 떠나면서 민회가 제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신행 교수가 1999년부터 자신의 사택 1층과 지하를 주민에 오픈하고 학생들과 함께 마을카페로 꾸미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정기적인 마을음악회인 「체화당 음악회」를 개최하고, 방학중 어린이학교를 운영하는 등 학생과 주민간 네트워크를 만드는 시도를 현재까지 벌여오고 있다.
재창립된 신촌민회의 사무국장을 맡은 성용욱(연대정치외교학과 4년·26)씨는 『회의체 역할을 하게 될 신촌민회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아닌 지속성』이라면서 『학생들이 주축이 되겠지만 안건이 발생하면 조사와 연구를 통해 문서화함으로써 신촌에 대한 꾸준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무엇보다 폐쇄와 이기의 산물로 주민들에게 인식돼 왔던 학교가 대화의 빗장을 풀고 주민의 곁으로 다가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주민의 희망과 학교의 특권주의 사이에서 넘어야 할 고비는 적지 않을 듯 하다. 앞으로 신촌민회가 회의체가 아닌 「신촌사랑」의 중심체로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
Interview …… 이신행 교수(연대 정치외교학과)
“학교는 성역 아니다”
주민과 숨쉬는 사회현장 일궈야
‘신촌’통해 풀뿌리 굳은 뿌리내리길
『학교라고 해서 「성역」은 아니다. 학교가 지역사회 뿐 아니라 사회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현실속에서 신촌이 사회현장이 되기엔 간격이 너무 크다. 풀뿌리는 쉽게 고사하기도 하고 약한 외압에도 주저앉는다. 보살피고 양분도 주는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신촌민회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연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신행 교수의 「신촌민회」가 존재하는 필연성은 이렇다. 그는 자신의 사택 1층과 지하공간을 마을카페 체화당으로 만들어 99년부터 주민과 학생이 사회문제를 공유해 가는 「현장」으로 제공해 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을 위해서는 자연현장이 필요해 지리산과 덕적도 해변 등 학생들과 학습을 떠나 토론을 통해 지속적 고민을 해오고 있다』고 이교수는 설명한다.
이 교수가 말하는 신촌은 「동아시아에선 보기드문 자연현장」이다. 그러나 문화성을 포함한 학습의 장이 필요해 마을카페 「체화당」을 운영하게 됐다. 『경북 상주에 있는 강론장의 이름을 따왔다. 마치 조선시대의 향약과 같은 역할을 체화당이 하길 바라고 있다』 그의 바람처럼 그간 신촌민회가 제활동을 못할 때도 체화당은 음악회와 토요교실 등을 열어 마을주민들을 이끌고 한자리에 모이게 해왔다.
체화당 자리는 원래 「내마음」 등을 작사한 시인 김동명씨의 자택이었다.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던 김교수의 시비를 체화당 안에 세우는 것이 이교수의 작은 바람이다. 또 이교수는 『체화당이 이대 담벼락을 끼고 있어 철근과 철조망이 단절을 상징하는 것 같다.
앞으로 신촌민회를 통해 담을 허무는 일을 시도해 볼 계획이다. 그것이야 말로 체화당이 추구하는 지역공동체의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학교 담장허물기 사업에 대해서도 『학교도 문을 열면 더 얻는게 생긴다. 서울시민만의 관심이 아니라 학교의 개방은 전국민적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시나 구도 훼손자적 입장에서 학교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역시 2003년 무분별한 학교 개발에 반대하고 나선 에코캠퍼스운동의 주역 답다. 끝으로 『신촌민회를 재창립한 학생들에게 따뜻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제자사랑이 엿보인다.
Interview …… 성용욱 사무국장(연대 정치외교학과 4년)
“주민의 소리 듣는일 중요”
처음이아닌 만큼 지속적 활동이 숙제
주민과 만나는 폭넓은 교류 절실
『신촌민회의 주체는 학생이지만 중심에는 항상 주민이 있다』 지난 5월 재창립총회를 가진 신촌민회 성융욱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신촌민회는 일단 회의체로 출발해 신촌에 대한 안건이 발생하면 조사·연구를 거쳐 문서화해 정리하는 역할을 우선할 것이다』라는 활동방향을 덧붙인다.
활동을 처음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인만큼 지속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단다. 우선 예산 문제들이 발목을 잡는다. 현재 소속돼 있는 가맹체를 중심으로 자금지원을 받아 사무실을 꾸려나갈 생각이다.
『축제도 열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아직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그의 고민은 주민에게 다가서는 방법이다. 음악회나 토요학교를 통해 체화당이 꾸준한 노력을 해왔지만 보다 폭넓은 교류가 절실하다. 신촌민회 재창립을 위해 나흘간 투표를 하면서 주민의 소리를 듣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제대로 체험했다. 그러나 젊음의 패기와 학구적인 자세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겠단다. 재창립된 신촌민회에 거는 기대가 슬며시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