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를 그릴때 그의 섬세한 작업을 지켜보던 한 사람이 『누가 안다고 그 구석까지 그림을 그리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내가 그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
「나」를 속일 수 없다는 진실이 그의 말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얼마전 일이다. 10년넘게 자동차 기름을 넣었던 남가좌동의 한 단골 주유소에 습관처럼 기름을 넣으러 들렀다. 가득 넣어달라고 주문한 뒤 지갑을 찾으니 아뿔사! 지갑을 두고 온 것이다. 주유소 사장과도 일면식이 있었던 터라 직접 사장을 찾아 사정을 설명하고 기름값을 가져다 주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갑자기 종업원을 향해 큰 소리로 『야! 2만원어치만 넣어!』하며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내가 그 집에서 받아온 쿠폰만 얼추 600만원어치 정도 되니 10년동안 넣은 기름값이 600만원은 넘을 터였다.
뒤돌아서며 다시는 그 집에서 기름을 넣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을 삭이기 힘들었다.
몇일 뒤 저녁 장을 보러 정육점을 찾았다. 매번 슈퍼에서 장을 본 뒤 한참 떨어진 정육점에 가느라 번거롭고 힘들었는데 슈퍼 바로 인근에 조그만 정육점하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삼겹살 두근을 사고 카드를 내밀었더니 카드기가 고장이라는 것이다.
가진 현금은 삼겹살 한근값 뿐이어서 그것만 달라고 했더니 주인은 『썰어놓은 것이니 그냥 가져가고 돈은 다음에 달라』는 것이다. 나는 그 집을 처음 찾은 첫 손님이었는데도 말이다.
두 가게의 주인이 대처하는 법을 보며 과연 두사람 중 「나」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은 누구였을지 짐작이 간다. 손님 하나쯤 다시 오지 않아도 되고, 기분 나쁘면 그 사람에게 물건을 팔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오직 「나자신」이 하는 것이지만 그에대한 결과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얼마전 한 방송사의 「고맙습니다」란 드라마가 종영했다. 유별난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방송내내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는 주인공들의 대사덕분에 즐겨보게 됐다.
한 미혼모가 병원의 실수로 에이즈에 걸린 어린딸과 치매에 걸린 할어버지와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 모티브였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언제나 항상 드라마의 제목처럼 『고맙습니다』를 외치며 산다.
무거운 짐을 실어올리는 할머니를 도와주면서도 고맙고, 삶을 힘들게 하는 치매 할아버지에게도 고맙고, 자신을 미혼모로 만들고도 모른채 했던 아이 아버지에게도 고맙다. 그 드라마에서는 각박한 세상을 사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지금 현실에서 감사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찾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눈 앞의 이익때문에 10년 단골을 내치는 주유소 사장이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험담을 일삼는 이들, 조금있으면 열릴 홍제천 축제를 두고 말도 안되는 소문을 만들어 확대 재생산하는 몇몇 이들에게 나 역시 『고맙다』 말하고 싶다.
나는 새로운 친절한 주유소를 찾아 인정미 넘치는 단골이 될 것이며, 그들의 유언비어를 거름 삼아 힘을 모아 더 좋은 신문, 더 좋은 문화환경을 만드는 뿌리깊은 튼실한 「서대문사람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봄바람은 잦아들고 햇살좋은 여름이 오고 있다. 진실은 언젠가 통한다는 성인들의 이야기가 곧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다.
새터새바람
하기 힘든 말 <font color=#ff6600>‘고맙습니다’
옥현영 차장
2007-05-17 18:00
목적 위한 유언비어, 진실은 밝혀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