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기자수첩
대학 담장허물기
고은희 기자
2006-04-18 17:04
주민과 학교 마음의 벽도 허물어 지길

서울시내 대학들이 가려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서울의대, 고려대 등이 베일을 벗었으며, 우리 구의 명지대, 연세대 등도 담장을 허물고 있거나 준비 중에 있다. 지역 주민들은 담장허물기 사업으로 녹지공간이 조성된다는 의미 외에도 그동안 단절돼 있다고 생각했던 대학들이 개방되면서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더욱 반기는 입장이다.

하지만 몇몇 대학들의 경우, 담장허물기는 「썩 내키지 않는」 사업처럼 보인다. 연세대가 「지역주민을 위한 학교 개방」은 어쩔 수 없이 하는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연세대 관계자는 『신촌은 상업ㆍ유흥도시이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데 반해 그에 따른 방범활동은 미비한 상태』라며 『이번에 허물 예정인 90m의 담도 「실험」이란 생각으로 사업에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담장허물기사업이 서울시 지침이기 때문에 우리 외에 다른 대학들도 자율적으로 하는 곳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담장허물기를 완료한 성북구와 대학로 주변 학교들의 반응은 연세대와는 사뭇 다르다. 실제 성북구나 대학로 역시 유흥업소와 인접해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담을 허물고 나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는 학생과 주민들의 의견도 다수를 이룬다.

신촌민회 재창립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연세대 이신행 교수는 『문을 여는 만큼 얻는 것도 많을 것』이라는 말로 학교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교수는 『일방적으로 학교에만 개방을 원해서는 안될 것』임을 조심스레 얘기한다. 실제 자치단체의 지원과 배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학교에만 많은 것을 원할 경우 지속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의 특권의식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연세대학교는 출퇴근시간에는 3000원, 주간에는 2000원으로 통행료를 인상해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주민들은 『단순통행하는데 3000원이라니 너무하다』, 『세금도 오르는데 통행료까지 인상되니 많이 부담된다』며 『차라리 학교를 옮겨라』라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반면 버스중앙차로제를 실시하면서 일반차들의 도로가 좁아져 학교를 통과하는 차량이 늘어나 수업에 지장을 준다는 학교의 입장도 팽팽히 맞선다. 이 길을 이용하는 주민은 대부분 서대문에 오래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로 부터 받은 통행료는 주차용역회사 인건비와 남은 돈은 학생들 장학금으로 쓰인다고 하니 주민이나 지역에 환원되는 것은 없는 셈이다.

물론 담을 허문 뒤 학교를 이용할 주민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쓰레기무단투기나 잔디훼손을 방지하는 등 주민들 역시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줘야 할 때다. 담장 90m를 헐면서 심각한 고민을 해왔다는 학교측의 설명을 들으며 주민을 위해 학교를 활짝 열고 도서관 등 시설을 개방했다는 성북구의 소식이 한없이 부러워진다. 담장을 허무는 만큼 대학의 특권의식과 폐쇄성도 허물어 뜨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