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탐방
손주에게 끓여주던 할머니의 손맛 그대로 연희동 덕이설렁탕
옥현영 차장
2006-04-18 16:48
뼈로만 우려낸 진국 사골 설렁탕
‘목’보단 ‘사골 맛’으로 승부수
양평청정수로 담근 칼칼한 김치맛 일품
직접 구운 도자기 인테리어 눈길
개업당일 문전성시를 이룬 손님들
직접 구워온 도자기에 담긴 먹음직스런 김치.
지난 26일 연희동에 덕이설렁탕 6호점을 오픈한 한준희 사장. 그는창업 6년만에 직영점 6개를 운영할만큼 설렁탕 사랑이 유별나다. 조미료나 소내장 등 잡다한 맛 보다는 할머니로부터 전수한 전통의 맛을고집하는 것이 덕이설렁탕 만의 비법이라면 비법. 거기다 양평서 시원하게 담가온 김치가 숨은 비법인셈이라고한 사장은 설명한다.

어느해 부턴가 맛집들이 모여 식당가를 이룬 연희동 먹자골목. 그곳을 약간 벗어난 곳에 전통음식인 설렁탕 전문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오픈 첫날 자신있게 무료시식을 하겠다고 나선 연희동 덕이설렁탕 한준희 사장. 그만큼 맛에는 자신있다는 배포가 묻어난다. 이날 연희동은 식당 앞에 줄을 서서 시식을 기다리는 설렁탕 매니아들로 진풍경을 이뤘다. 대체 어떤 설렁탕이기에 이렇듯 왁자한 신고식을 하는 걸까?

덕이설렁탕 한 사장의 이력을 듣고 보니 범상치가 않다. 설렁탕집을 시작한 것은 올해로 6년째이지만 할머니로부터 전수해온 「뼈로만 우려 끓이는 설렁탕」과 김치의 매력에 빠져 벌써 6개의 직영점을 갖고 있다. 성산동, 연남동, 녹번동을 비롯해 양평과 안양 그리고 마지막이 연희점이다.

모두 형제이거나 가족이 오픈했다. 체인사업도 계획하고 있냐는 물음에 간단히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린시절부터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설렁탕맛과 칼칼하고 시원한 김치맛을 그대로 전수받아 유지하고 싶어 덕이설렁탕을 개업했고 맛을 지키기 위해서 체인사업은 적당하지 않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여러 곳에 덕이설렁탕이 문을 열게 되면 맛 관리나 음식의 질이 떨어질까 하는 우려도 담겨있다. 한 사장의 전력은 화려하다. 양평에서 도자기를 직접만들어 유통하는 사업을 하다 IMF를 맞으면서 직업을 바꾸기 전까지는 사진작가로도 활동했었다. 그래서인지 덕이설렁탕 내부에는 곳곳에 그의 예술적 취향이 스며있다.

지금도 양평에 도예시설을 갖추고 도자기 굽는법을 무료로 가르쳐주기도 하고 아이들의 견학공간으로 제공하기도 할 만큼 애정이 크다. 『덕이설렁탕에서 쓰고 있는 모든 그릇들은 양평서 직접 구워온 것들입니다』 등에서부터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타일과 유리 앞면을 가득 메운 도자기 조각으로 장식한 벽들이 그의 이런 이력을 말해준다.

개업한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점심에만 평균 150그릇 이상 나가는 것을 보면 설렁탕 맛을 내는 비법이 숨어 있을 법하다.

『비법은 없어요. 오시는 손님이 모두 내 집 식구라고 생각하며 뼈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곳의 설렁탕이 약간 노르스름하다면 덕이설렁탕 국물은 하얀색이 나고 국물맛도 구수하죠』

다른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조미료 맛이 나지 않아 『맛이 없다』는 손님들도 있다. 하지만 집에서 먹는 것 같은 진한 국물맛을 못잊고 찾는 손님들만으로도 「덕이설렁탕」의 명성은 이미 입증됐다.

그래도 한 사장에게 숨은 비법이 하나쯤은 있지 않냐는 질문에 『양평의 깨끗한 물로 담가 나르는 김치맛 만큼은 어느 설렁탕집보다 자신있다』고 은근한 자랑을 한다. 지하 130m아래서 퍼 올리는 지하수로 매일 담다시피하는 김치의 양이 하루 150포기가 넘는다.

6곳의 덕이설렁탕에 공수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하다. 그래서 덕이설렁탕집은 끓이는 사람따라 설렁탕 맛은 다를 수 있어도 김치맛은 모두 같다는 것이 한 사장의 설명이다. 싸달라는 손님들이 하도 많아 아예 포장김치로 담아놓고 판매까지 하고 있으니 설렁탕집이 아니라 김치공장을 했어도 성공했을 것 같다.

설렁탕은 아미노산이 많고 소화가 잘되는 영양식으로 조선시대 선농단 동대문 138번지)에서 세종이 친경 후 제사지낸 소고기를 백성과 나누어 먹기 위해 끓였다 해서 유래됐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또 선농단에서 갑작스런 비를 만난 세종이 소를 잡아 끓여먹었다해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꾸준히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설렁탕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한끼 영양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덕이설렁탕에서는 일반 설렁탕 외에도 여름을 겨냥한 시원한 물냉면(5000원)과 차돌양지, 우설, 도가니가 푸짐히 들어간 특 덕이탕(1만원), 뜨끈한 돌솥에 끓여낸 돌솥설렁탕(7000원), 해장국·황태국(5000원), 통김치삼겹살, 그리고 술안주로 제격인 해물파전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배고픈 백성과 국 한그릇을 나누고 싶었던 나랏님의 마음처럼 깊고 구수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맛의 정직함」이 필요한 음식인 것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문의 334-3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