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떡을 찌는 하얀 시루의 연기가 모락모락 어두운 아침을 맛있고 훈훈한 떡내음으로 가득 채운다.
연희동에서만 3대째 떡을 만들어 전국에 이미 그 명성을 알리고 있는 대구떡집의 숨은 비결은 무엇일까?
오후 2시경 찾은 떡집 내부는 그저 일반 떡집들과 다를바가 없다. 단지 떡 찌는 손길도 한가하고, 판매대를 메우고 있는 떡들도 여섯봉지 정도가 전부라는 것 정도가 조금 특이하다.
인터뷰 중간중간 떡을 사러 들르는 손님은 있지만 팔 떡이 떨어져 유장열 사장(연희동·61세)은 연신 죄송하다며 미안한 기색이다.
『새벽에 떡을 만들면 오후 2시쯤이면 거의 다 팔리지만 다시 떡을 찌진 않아요. 욕심부리고 떡을 쪄냈다가는 팔리지 않는 맛없는 떡을 손님에게 드리게 되니까요』 친정어머니의 떡집을 고스란히 인계받아 올해로 15년째 떡을 만들고 있는 유장열 사장의 고향은 의아하게도 「천안」이다. 그런데 가게 이름은 천안이 아닌 대구라니?
그에대한 설명은 너무도 간단하다. 원래 어머니가 떡집을 인수할 당시의 이름이 대구떡집이였다는 것.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떡집의 이름에서조차 주인장의 욕심없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
대구떡집의 폐점시간은 오후 6시경이지만 이미 4시를 넘기면 파장 분위기다. 그도그럴것이 팔아야 할 떡이 다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구떡집의 효자 종목은 뭐니뭐니 해도 노란 고물 시루떡이다. 대두콩을 살큰 데쳐 곱게 계피를 낸 뒤 시루위에 얹어 쪄내는 이 떡은 사찰이나 교회 행사때 단골 메뉴가 됐다. 쫀득쫀득하면서 고소한 노란 고물 시루떡은 입에서 입으로 그 맛이 전파돼 부산, 청주, 원주 등 지방에서까지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란고물 시루떡은 대구에서 해 먹던 전통 떡인데 어느날 손님이 방법을 알려주며 만들어 달라고 어머니께 주문을 하셨나봐요. 어머니가 아무리 고물을 곱게 내려고 해도 번번히 실패를 한 후 방법을 터득해 만든 것이 바로 이 떡이었지요』
유 사장의 설명 하나하나를 들으면 뭐 특별할 것도 별다를 것도 없지만 그가 자랑하는 단 하나의 비법은 바로 가장 좋은 재료를 쓰는 일이다.
우선 최상품의 쌀을 주문하는 것은 물론 4월이면 제주도에서 나는 봄쑥을 예약해 냉동보관 후 쑥떡을 만든다.
요즘 웰빙 떡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품목은 밤호박 찰떡으로 강남의 대치동, 서초동 등지에서 퀵으로 배달을 시킬 정도다.
배달은 아들 이형선(37)씨가 도맡아 돕고 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떡집 일을 못마땅해 하던 아들이 이제는 두 팔을 걷고 어머니를 도와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
『떡만드는 일은 보통 노력으로 이뤄지는 일이 아닙니다. 판매하는 떡의 종류는 10여가지 정도지만 일일이 손이 가야 하고, 정성이 없으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친정어머니로부터 떡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던 첫달 가루 빻는 기계에 오른손 검지부터 4개의 손가락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는 유 사장. 하지만 그는 불편한 손으로 어머니의 정성과 마음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아들에게 다시 전하고 있다.
그의 요즘 소원은 아직 독신인 아들이 좋은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가을이면 추수감사절 주문으로 유난히 눈코뜰 사이 없이 바쁜 대구떡집은 삼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보기 드믄 장인 떡집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취재가 끝나갈 무렵 한 손님이 가게 문을 살며시 열고 노란고물 시루떡을 찾는다.
『오늘도 한 발 늦었네요. 내일 다시 올게요』
또 한명의 손님이 허탕을 치고 가게문을 나선다.
(문의 324-2913, 323-0377)
전라도 별미 모시떡이 나오기까지… 모시떡은 쑥 대신 한산모시 잎을 넣어 만든 떡으로 색은 쑥보다 약간 흐리지만 모시특유의 향이 배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