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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곯는 아이! 배고픈 어른 된다
기획취재 고은희 기자
2006-04-18 16:30
아동복지법 개정,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로
지원규정 까다로워 어려운 센터 운영 못해
수요나들이로 다녀온 이천에서 학생들과 함께
아이들의 선생님이자 아버지 역할을 자청한 심 목사. 그의 뒤로 빼곡히 적힌 일정표가 눈길을 끈다.

얼마전 파문을 일으킨 결식아동 도시락 이후 ‘배곯는 아이’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남다르다.

그러나 편모·편부 가정이나 결식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밥 뿐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월 100만원 이상 소득자와 강남 상류층의 사교육비의 차이가 최고 16배에 육박한다는 방송만 보더라도 결식아동들이 사회에 나와 대학에 진학하고 가난의 굴레를 벗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소득층 아동의 경우 부모들이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 가정에서의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국가지원단체가 교육과 정신적 상담까지 책임지는 등 1인 1만달러를 제공해 연간 8만달러 이상의 국가 소득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는 만큼 우리에게도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지금처럼 저소득층 자녀를 방치한다면 결국 대한민국엔 가난의 고리를 끊을 대안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가난한 아이는 가난한 어른이 되는 세상, 이제 민간단체의 힘 만으론 부족하다. <편집자>


우리나라에 공부방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960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생겨난 도시 빈곤지역에서 빈민 운동가들이 지역 아동들의 보호와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IMF 위기를 거치면서 가족 해체, 결식 아동 문제가 사회의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전국적으로 공부방을 찾는 아이들이 급속히 증가했고, 공부방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저소득층의 돌출구 역할을 하게 됐다.

이런 관심 덕분에 공부방은 2004년 1월 개정된 아동복지법을 통해 지역아동센터로 명칭을 새롭게 하고, 법정 아동복지시설로 승격되는 결실을 맺었다. 사회가 빈곤해 질수록 빈곤아동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특징 중 하나다.

아이들 스스로가 가난을 책임 질 수 없고 보호자에 의지해야만 하는 약한 존재임과 동시에 관심을 갖는 일이야말로 빈곤을 되물림하지 않고 단절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는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기보다는 예방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현재 우리 구에서 아동복지법 시행령에 의해 지원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옹달샘」과 「나무를 심는 학교」 2곳이다. 이 곳은 사단법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에 속해 있다. 이 외에도 홍은2공부방, 북가좌2공부방, 청소년문화의집 공부방 등 구립 청소년공부방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 곳은 청소년들이 공부한 하고 돌아가는 곳으로 「도서실」기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되는 지원금은 한달에 200만원으로 급식비는 학생들 수에 맞춰 따로 지원된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한다.

지난 해 7월에 새로 공표된 아동복지법 시행령을 보면 아동복지센터를 설치하기 위해서 사무실 16.5㎡(5평), 조리실 및 식당 33㎡(10평), 지도실 33㎡(10평) 이상이어야 하고, 아동 30인 이상인 센터에서는 시설장 1인, 영양사(50인이상)1인, 생활복지사 2인(아동 50인 초과시 1인 추가)을 고용해야 하며, 아동이 30인 미만에서 10인 이상일 때는 시설장 1인, 생활복지사 1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나무를 심는 학교」의 심상혁 목사는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는 환경이 열악해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원기준을 보면 돈이 있는 곳에 지원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시설평수나 학생들 수로 센터를 평가하지 않는 제대로된 기준을 세워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심목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가정복지과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가 지원을 받으려면 1년간 운영실적이 있어야 하고 운영을 1년간 지속하려면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거나 자력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라며 『현재 지원되고 있는 200만원은 보조금 형태이기 때문에 이 돈 만으로는 운영이 힘들다』고 전했다.


나무를 심는 학교의 하루
부모, 선생님, 친구 1인 3역 자원봉사자


나무를 심는 학교는 보통 1시 반에서 2시 사이부터 활발해진다. 초등학생들이 방과 후 찾는 시간이 그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오자마자 알림장을 체크해 과제물과 준비물을 챙겨준다. 2시 이후부터는 수학과 영어 등을 배운다. 같이 간식도 먹고, 사물놀이, 바이올린, 책읽고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는다. 저녁 6시 이후부터는 중ㆍ고등학생들이 속속 도착한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수학과 영어를 배우는데 영어는 특히 연세대 교육대학원의 조기영어팀이 매주 번갈아 가며 자원봉사해주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나들이를 가는 날. 가까운 고궁이나 주변 공원 등은 다 둘러봤다.

심상혁 목사는 『주변 지역을 다 둘러보고 나니까 이제 갈 곳이 없을 지경』이라며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텃밭가꾸기』라고 전한다. 이들은 연희동 뒤쪽 산에 텃밭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번씩 들려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연과 만나고, 주변 시설을 돌아다니면서 익히는 것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나들이를 나간다』고 설명하는 심 목사는 지난 25일 아이들과 함께 이천 도자기축제에 다녀왔다.


공부방 대부분 종교단체 운영
지역아동센터 다양화 부족 심각


현재 지역아동센터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바로 대다수가 종교단체라는 점이다. 그래프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몇몇 단체에서 2004년 4월부터 6월까지 지역아동센터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것이다.

아이들 의견 우선 존중
모둠활동 통해 외톨이 탈피 도와


나무를 심는 학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아이들의 의견이 존중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모둠을 만들어 무슨일이든지 상의해서 결정한다. 나들이를 가거나 할 때도 모둠활동을 통해 나온 의견들이 많이 반영된다. 자원봉사를 하는 선생님들 역시 아이들이 공부방에 도착하면 사무실에 앉아있는 일이 없다.

항상 옆에서 돌봐주고, 함께 공부한다. 사랑을 모르고 자라는 아이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는 그 아이에게 공부하고 선생님을 따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한다. 이런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주변환경이 좋지 않아 공부를 하지 못하거나 할 마음이 없던 아이들도 이곳에 와서 자신의 꿈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한 학생은 반 3등까지 하는 등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상혁 목사는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야 자신이 왜 공부해야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알게 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기특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Interview …… 심상혁 목사

2002년 개교 나무를 심는 학교, 5명에서 지금은 32명. 나무를 심는 학교는 현재 충정로동에 위치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북아현3동 꼭대기에 살다가 이사온 것이 약 한달 남짓. 처음 5명의 학생들로 시작해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32명의 학생들이 이 학교에 몸담고 있다.

심상혁 목사는 『보통의 경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곳은 특이하다면 특이하게 고등학생까지 있다』며 『나무를 심는 학교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같이 해온 친구들이 지금 고등학생이 돼서 현재 고등학생들까지 공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경제적으로 여력이 안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편부모가정이나 결손가정,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부모들이 맞벌이를 이유로 아이들이 방임되는 경우가 있어 이런 아이들도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한달에 한번 방문하는 봉사자까지 68명의 선생님이 등록돼있다.

심상혁 목사는 『32명의 학생들에게 68명의 자원봉사자가 많은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매일 나오는 분은 몇 분 되지 않고, 그 분들로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많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심목사의 걱정 / 그는 현재 목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공부방과 종교활동은 분리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 현재 나무를 심는 학교는 일주일 내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중 아동부는 일요일, 청소년은 수요일에 예배 드리는 시간이 있다.

심 목사는 『강제적으로 예배를 드리게 하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공부방과 교회가 함께하는 것이라 여겨질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는 급식과 교육의 문제다. 현재 나무를 심는 학교를 비롯해 많은 지역아동센터에서 급식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가지를 중요시하면 다른 한가지는 소홀해질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배고파하는 아이들은 교육보다는 한술의 밥이 더 절실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체계적인 교육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소홀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심상혁 목사는 현재 아이들을 위해 급식과 교육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는 『급식과 교육 두가지 모두 중요시해야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1차적인 욕구가 해결돼야 그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평소 그의 생각이다.

심 목사는 『아직 많은 청소년들이 먹고, 씻고, 자는 것조차 제대로 해결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며 『이 부분들을 해결하고 나서 2차적인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체계적인 교육의 필요성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아이들에게 맞고, 각 지역아동센터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