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텔레비전의 뉴스를 통해 노인들의 자살 소식을 듣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그만큼 노인자살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게다. 자녀가 떠난 빈둥지에 남은 노인들이 약해진 몸과 마음을 의지할 곳 없이 혼자 살아가다 선택하는 「자살」의 길. 왜 노인들은 자살을 선택해야만 했을까? 노인자살을 부르는 요인과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지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주>
노인의 자살이 해마다 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새 노인들의 자살률이 위험수위에 달해 OECD국가 중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04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자살자는 4118명, 하루 11명의 노인이 자살하는 꼴로 OECD 국가 중 1위다. 또한, 10년새 노인 자살률이 4배 가까이 늘었다는 보고는 노인자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함을 말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노인자살률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핵가족화, 역할상실, 경제적요인, 건강악화, 배우자 및 친지 사망, 사회관계축소 등 여러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자신이 밥이나 축내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느껴지는 것으로부터 느끼는 무기력감, 노인성 질환 등 신체적 질병에 따른 불안감과 부담 등은 모두 자살사고 즉, 죽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도록 한다.
특히 자녀는 떠나고 노인만 사는 「빈둥지 가족」이 늘어나는 현상이 자살률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설명이다.
서대문정신보건센터의 김성남 정신보건간호사는 『자녀들로부터 받는 소외감에 더해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절망감에 빠지고 우울증이 생기기 쉬우며, 이것이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인자살은 심리적, 생물학적,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에 따른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인이 최종적으로 「무서운 질병,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우울증, 꼭 치료해야 하는 질병
우울증이 자살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란 것은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창천동에 사는 81세의 이 모 할머니는 파킨슨병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 등 온갖 노인성 질환을 앓아 온 지 오래. 자식이 자신을 수발하는 것에 수치감을 느끼고 자살을 시도했다가 딸의 발견으로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이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지기 전 활발했던 성격으로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비관, 자살을 시도했었다. 이 할머니는 『자식들한테 못할 짓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했다』는 당시 심정도 밝혔다.
사업 실패가 잦았던 70세의 김 모 할아버지도 자살을 시도했다. 자신의 무능에 대해 비판한 결과다. 사업실패로 술 마시는 횟수가 늘고 우울증까지 겹친 김 모 할아버지는 술을 마셔 정상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은 양의 수면제를 먹었다.
문제는 노인의 상당수가 이같이 자살에 이르게 하는 무서운 우울증을 갖고 있다는 것.
정신보건센터가 관내 복지관이용 노인 19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우울증·치매에 관한 조사연구를 실시한 결과 45%가 중등도 우울증을 보였으며, 15%가량이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김성남 정신보건간호사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분들임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면서 『여가프로그램 참여가 거의 없거나 활동이 적으신 독거노인 같은 경우는 더 충격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장기간의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신체적 고통까지 동반,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므로 꼭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은 우울증도 하나의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는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자살 예방활동과 주위의 관심 중요
노인자살률 증가에 따른 대책으로 노인들의 사회활동 참여 및 경제적 지원 등 정부의 노인복지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는 중장기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다. 당장에 시급한 것은 자살의 예방과 사례관리.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일반적인 「노인자살예방센터」가 전국에 걸쳐 한 곳 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마저도 어려울 것을 예상케 한다.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은 복지관 내에 노인전용자살예방센터를 설치, 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 센터는 복지관 자체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모사업에 당선돼 운영하는 형태로 지속적인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이인원 복지팀장은 『노인자살과 같은 문제를 우리나라보다 일찍이 겪은 미국에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노인전용자살예방센터가 활성화 돼 있어 캠페인, 교육 등을 통한 예방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노인자살률도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노인전용자살예방센터는 사회적·정서적으로 고립돼 자살위험에 처해 있는 노인들을 위한 상담과 위기개입, 인식개선을 위한 자살예방교육, 게이트키퍼(Gatekeeper) 양성 등을 통해 노인들의 자살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팀장은 특히 『사회복지사나 요구르트 아줌마의 활용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에 처한 노인들과 가장 접하기 쉬운 또래의 건강한 노인을 게이트키퍼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가족과 주위사람들의 관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팀장은 『흔히들 「늙으면 죽어야지」하는 노인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노인자살 경고의 언어성 징후』라며 『이러한 노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 자살을 크게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노인자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노인자살을 예방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사업 또한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노인전용자살예방센터 3633-119
노인전용자살예방센터에서는 무기력감과 절망감, 노후 각종 상실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이 즉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응급전화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