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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학 진학 꿈꾸는 <br><br> ‘황혼의 문학소녀’ 정봉남 할머니
이희애 수습기자
2007-03-13 14:54
자녀만을 위했던 청춘, 이젠 ‘나’ 위해 쓰고 싶어
손주들에게 돈보다 소중한 ‘배움’열정 물려주고파
보다 많은 이들이 배움의 기회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정봉남 할머니는 꿈을 위해 한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지난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이었다.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생활고에 허덕이던 미국섬유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의 권리 인정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데서 기인, 2년 뒤 1910년 전세계적으로 성장한 여성노동자들이 미국섬유운동의 기폭제가 된 3월 8일을 매년 「세계여성의 날」로 기념할 것을 결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올해로 꼭 98년이 되는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입학식을 가진 양원주부학교에는 배움에 목마른 여성들이 모여 뒤늦은 학구열을 뜨겁게 발산하고 있었다.
양원주부학교에서 만난 정봉남(68.연희동)씨는 우리네 할머니들이 그렇듯 여건상 공부의 기회를 갖지 못해 자신의 삶보다는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한평생을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만학도다.


정 씨는 어려서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갖은 고생 끝에 결혼 했지만,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서 세 아이를 모두 대학까지 보내며 결혼시키느라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았다. 어려서 배우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은 그녀는 한을 풀고 여생을 보람되게 보내고 싶어 방법을 찾던 중 후배의 소개로 양원주부학교를 만나게 됐다.


학교수업 중 특히 음악과 문학을 좋아해 중·고등학교 졸업 후 국문과나 음대에 가고 싶다는 정씨는 요즘 바쁜 아이들을 대신해 손자들을 돌보는 틈틈이 피아노레슨과 글을 쓰며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늦깎이 학생으로서의 재미를 톡톡히 느끼고 있다.
손자들에게 돈이 아닌 배움에 대한 열정을 물려주고 싶어 더욱더 학업에 정진한다는 그녀는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했다. 하지만 글을 몰라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창작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더 일찍 글을 배우지 못한 게 후회 된다』며 마음껏 글을 쓸 수 있는 지금 순간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자신과 달리 아직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여성들에게 『배움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큰 힘이 되고 자신감이 된다』며 『글 모르는 사람이 배움의 기회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부하는 정봉남 씨에게서 100여년전 일터를 무대로 목소리를 모았던 여성들의 열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