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사회, 안전
<font color="green"> 현실 반영 못한 새소방법에 업주들 분통
최연희 기자
2007-03-05 10:26
“소방법 맞추려면 1년치 월세 투입, 죽으라는 소리”
새 소방법 시행 석달 앞두고 완비업소 44% 그쳐
기존 다중이용업소, ‘예외규정 둬야한다’ 한 목소리
부담은 세입자 몫, 폐업 막으려면 “건물주 책임율 명시를”

다중이용업소의 소방안전 규정이 강화된 새 소방법이 시행을 3개월가량 앞두고 있지만 대상 업소들의 불만어린 목소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소들은 공공의 안전을 위해 소방 관련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에 수긍하면서도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노후업소의 경우 새소방법 법령 기준에 맞추려면 비상구, 간이스프링클러 등을 설치해야 하고 이에 따라 인테리어도 새롭게 해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대부분 영세업자에 해당하는 이들에겐 「폐업하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로 여겨지고 있다. 『기존다중이용시설업소에는 예외규정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신촌에서 Jazz Bar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는 『기존업소들의 경우 법기준에 맞추려면 1년치가 넘는 월세와 맞먹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장사가 안돼 월세도 3-4개월 기본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죽으라는 얘기나 똑같다』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기존다중이용업주들이 비용 등의 어려움을 들며 이처럼 반발하고 있어 새 소방법이 시행되기 3개월을 앞둔 현재 법령 기준에 맞게 소방시설을 완비한 곳은 관내 소급적용 대상의 44%정도에 그치고 있다. 
건물주가 아닌 세입자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것도 업주들의 반발을 키우는 요인이다.


건물주와 업주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이들 권리관계에 따라 업주에게 비용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 대부분의 건물주가 「알아서 해결하라,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세입자 입장에 있는 업주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씨는 『혜택은 없고 세금만 올라가고 있어 버티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자금여력이 없는 세입자들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다』며 『세입자들에게 모든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세입자가 일정부분을 부담하더라도 건물주 책임을 못 박아놔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기준조차 제대로 모르는 업주들도 많았다. 전직원을 동원해 한 달에 한 번 홍보 및 지도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방서 관계자의 설명과는 다르게 취재를 위해 만난 업주들은 소방관 얼굴은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신촌상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의 소식지를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는 것이 업주들의 설명이다.
이에 소방서 관계자는 『3월부터 소방서 내에 상담소를 설치, 새소방법 관련 규정에 대한 문의사항이나 업주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하고, 직접 찾아가 건물구조에 따라 필요한 시설을 알려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3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에 더 이상 미뤄지거나 법 내용이 바뀔 가능성은 적어보인다』며 『공사요청이 한꺼번에 밀리는 경우 가격폭등이 예상되니 이왕 해야 한다면 미리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업소가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어 시행된 이후에도 적잖은 논란이 일것으로 보인다.

달라진 소방법 어떤 내용으로 왜 이뤄졌나?

● 새소방법 주요 내용
새소방법은 다중이용업소의 소방안전규정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중이용업소는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발생시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PC방, 노래방, 비디오방, 찜질방, 유흥주점 등을 말한다.
새소방법 주요 시설 기준에 따르면 다중이용업소는 출입구 반대쪽에 가로 0.75m, 세로 1.5m 크기의 비상구를 설치해야 하며 비상구 밖은 4층 이하 건물의 경우 완강기를, 5층 이상 건물의 경우 비상계단을 확보해야 한다. 건물구조상 비상구 등의 설치가 어려운 경우 간이 스프링클러로 대체할 수 있다.
또한, 화재가 났을 경우 불에 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도록 실내장식 등에 방염처리를 해야하고 각 실마다 비상벨, 소화기, 감지기, 유도등 등을 구비해야한다. 바닥면적이 50평(150㎡) 이상인 지하층엔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한다.
이를 어길 경우 1차로 과태료 200만원이 부과되며 소방시설은 1개월 내, 방염처리는 2개월 내에 완비하라는 행정명령이 함께 내려진다. 2차 위반시에는 3년이하 징역과 1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 소방법 개정 왜 이뤄졌나?
정부는 2004년 5월 경기 수원 M고시원에서 4명이 사망하는 화재가 발생한 직후 다중이용업소의 소방안전규정을 대폭 강화한 「소방기본법 및 소방시설 설치유지와 안전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2004년 5월 개정이 이뤄진 이 법은 2년 유예기간을 거쳐 2006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관련 업주들의 반발이 잇따라 1년간 연장 유예돼 오는 5월 29일 발효될 예정이다.
서대문소방서 한 소방교는 『언론을 비롯, 시민단체, 정부 등에서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를 모두 소방서 잘못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실질적으로는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아 참사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