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홍제천의 봄
홍제천의 봄(26)/큰고개(大峴)는 새터말(新村) 발전의 지름고개
著者 우 원 상
2007-02-15 18:21
큰고개 북서쪽 망건, 감투 만드는 망건당골 위치
개화물결타고 대현동에 흡수, 기억하는 이 없어

큰고개가 애오개(아현)에서 신촌지역으로 넘어오는 커다란 신작로(新作路) 고갯길이 된 지도 오래다.
예전에는 애오개보다 높은 험한 고개였으며 비만 오면 진흙에 발이 빠지는 진고개였다.
이 큰고개는 단기 4298년(1965) 양화대교가 가설되면서 서울 중심에서 신촌로를 거쳐 양화대교를 건너 영등포와 인천가도, 또 한편 김포가도(공항)로 연결되는 큰 관문이 됐다. 따라서 신촌지역 발전과 새(터)말 향토문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 큰고개 밑에 동네가 바로 큰고개골인데 한역(漢譯)해서 대현동(大峴洞)이 됐다.


조선시대에는 대현동 북서쪽에 마근동(麻根洞)이 있었는데, 망건(網巾), 당줄, 감투 등을 만드는 집들이 많아 「망건당골」이라던 곳이 한역해서 마근동이 됐다가, 개화물결을 타고 대현동에 흡수된 지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대현동은 창내(滄川)의 발원지라 예전에 물맑고 물맛 좋았던 곳.
이대입구 왼쪽 아랫말에는 큰 느티나무 세 그루의 동네 수호수(守護樹)가 있었으며, 그 근처에 활터와 정자도 있는 옛 정취를 풍기는 마을이었다.
근래까지도 옛동네의 인정, 인심과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정서가 남아 있던 서울에서 몇 안되는 향토적 전통마을의 하나였다.

이대입구 아랫말 큰 느티나무 세 그루와 정자, 활터 정취 남아
근래까지도 인정·장유유서의 정서가 남아 있던 향토적 전통마을

이화여대는 현재 동네의 대표적인 터로 자리잡아 대학가 문화를 이루고, 그 부속 초·중고등학교와 대신초등학교, 서부교육청, 신촌역, 역전시장(대현시장) 등이 들어서 이 일대의 큰 상권을 이루어 놓았다.
번화가는 신촌로 이대입구 네거리, 이대정문앞 거리, 신촌역 입구 거리, 이대정문 앞에서 신촌역으로 내려오는 길 주변이며 영화관, 여자의류, 신발가게, 미장원, 음식점, 위생업소 등이 밀집되어 화려한 야경을 이룬다.


서대문구는 이대 앞 거리를 찾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는 한편, 기차역에 기업을 유치, 대규모의 민자역사를 세운다. 이와 함께 철길 아래의 점집 밀집지역을 대대적으로 정비, 문화광장을 조성한다고 한다.
신촌역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옛날을 회상케 하지만 이 모습이 사라질 날이 멀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이 역은 경의선(철도)상 에서 서울 도심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대현동은 법정동명으로 큰고개를 지경으로 하여 북아현동을 동북쪽에 두고 동남으로는 신촌로를 놓고 염리(鹽里)·대흥(大興)·노고산(老姑山)동과 접하고 있으며 서편으로는 신촌역전으로 하여 창천동과 서북으로 이화여대를 끼고 대신동과 지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상 동사무소가 없이 대신동사무소에서 일괄하고 있다.


이 대현지역에서 가장 큰 탑은 역시 이화여자대학교라 아니할 수 없다. 이화여대는 단기 4219년(1886) 5월에 미국 북감리교 여성교사 스크랜턴(Scranton.M.F)이 서울의 황화방(皇華坊:현 중구 정동)에서 단 한명의 여학생으로 수업을 시작한 것이 효시가 되어 1887년 명성황후로부터 이화(梨花)라는 교명을 받아 이화학당이라 명명하고 보통·중등·고등과로 편성해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신교육기관이 됐다.
1910년 4년제 대학과를 신설, 1914년에 제1회 졸업생 3명을 배출함으로써 이화여대의 전신이 됐다. 1925년에 이화전문학교로 개편하고, 1935년에 정동에서 현 위치로 옮겨옴으로써 연세대학과 이웃하며 사학의 쌍벽을 이루고 1939년에 김활란(金活蘭)이 한국인 최초의 교장에 취임했다.

1943년에 일제 강압으로 폐쇄되었다가 광복 후에 다시 이화여자대학교로 보강하여 계속 발전하면서 오늘의 여성사학의 거봉(巨峰)을 이루고 있다.
50년 전만 해도 연희·이화 두 대학의 자연환경은 울창한 숲속에 한갓지게 자리잡고 있어서 선경(仙境)에서 선남선녀들이 노니는(공부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곧잘 했었다.


이 신촌지역이 분주하고 복잡한 도시로 변했지만, 그래도 풍치지구와 대학문화를 아우른 고장이기에 관과 시민이 합심해서 살기 좋은 지방자치지구를 만들겠다고 한다면 어느 지역보다도 으뜸가는 쾌적하고 명료한 고장으로 가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잖아도 서대문구청에서 젊은 낭만의 신촌을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하고 상가로 복잡한 이대입구부터 신촌역 사이를 「찾고 싶은 거리」로 가꾸는 한편 신촌역사 앞에는 대형 쇼핑몰과 이 곳을 찾는 이들의 휴식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부디 새터말의 찬가가 길마재(안산)에 메아리져 높이 울려퍼지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