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의 김종순 씨는 요즘 제2의 직장, 은빛배달부에 푹 빠져있다. 직장이라고 하기에는 보수도 적고, 따로 사무실이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번 돈으로 손자에게 간식을 사주고, 자신의 용돈으로도 쓰며 젊은 시절 직장생활을 할 때와는다른 기쁨과 보람을 얻는다. 『운동도 되고,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듣는 게 많으니 사회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제2의 삶을 사는 기분입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노인일자리사업은 이처럼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고령의 나이에 일함으로써 그들이 얻는 것은 돈, 그 이상의 것이다. 아름다운 노년, 건강한 노후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구가 계획한 2007 노인일자리 사업을 소개한다.
올해 구는 10억6190만원(국·시비 포함)을 들여 21개노인일자리 사업을 마련, 806명의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사업유형별로 살펴보면 공익형 419명, 교육·복지형 329명, 시장형 58명으로 그중 복지형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144개나 늘어났다. 이는 고령화에 따른 노인문제 해결이 시급해짐에 따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 케어」 등 복지형 사업의 확대가 필요성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내 6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2007 노인일자리사업은 구와 함께 관내 복지관, 노인회 지회 등이 협조해 3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단위사업별 기간중 7개월간 실시하게 된다. 참여자는 하루 3~4시간씩 주당 3~5일을 일하며, 사업에 따라 15~20만원의 급여를 받고 산재보험에도 가입된다. 참여를 원하는 자는 다음 표를 참고, 사업수행기관에 문의접수하면 된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도 통하는 WINWIN전략
노인이 노인 돕는 「노-노 케어」각광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노인복지서비스 확대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수에 비해 봉사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 이에 따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老)-노(老) 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부양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노-노 케어」는 일자리 참여자를 주로 재가노인 가정에 도우미로 파견하거나, 지역내 주·단기보호시설에 배치해 반찬배달 및 조리, 청소, 취사 등의 가사지원서비스, 병원동행, 행정업무대행 등의 개인활동지원 서비스, 말벗, 전화 등의 정서지원서비스 등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복지형 노인일자리사업에 속한다. 이 외에도 발맛사지 봉사, 미용 봉사 등 노노케어의 유형은 다양하다.
「노-노 케어」사업유형에 해당하는 노인일자리로는 헬퍼프로그램(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 능력강화, 취사청소도우미파견(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joy life도우미 파견(서부천사노인복지회), 거동불편보호자돌봄서비스, 시설이용자돌봄서비스(한국중앙복지개발원), 햇빛도우미봉사대파견(효림노인주간보호센터) 등이 있다. 모두 1일 3-4시간, 주 3-4일 근무하며, 보수는 월 20만원 이내다.
2007년 신설된 이색 일자리
“오늘은 내가 지도자”
◎ 실버체조지도자파견= 경로당 어르신들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실버체조지도자들이 나선다. 체조지도가 가능한 노인을 지도자로 양성해 경로당을 방문, 정기적인 실버체조를 실시함으로써 경로당 어르신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한다.
실버체조지도자는 전문강사에게 기초체조 및 심화과정 체조를 10회에 걸쳐 교육받은 다음 체조지도에 나서게 된다. 다만, 10회기 중 9회기 교육을 수료하고 동작의 숙지도를 판단, 수료를 인정해 준다. 수료를 마친 지도자들은 2인이상 팀을 이뤄 주3회, 1일 2개소의 경로당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
사업수행기관인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관내 경로당 어르신들 대부분 건강 및 체조에 대한 욕구가 강하지만 사업 예산적인 한계에 따른 유급 강사 지원이 어려워 체조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실버체조 지도자파견은 지도자들에게는 노후의 일자리 및 봉사활동에 대한 성취감 부여, 경로당 어르신들에게는 건강증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기대되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 어르신손주사랑=「어르신 손주 사랑」은 노인을 어린이집에 보육 또는 취사도우미로 파견하는 사업이다. 참여자는 전문적인 아동보육에 대한 교육을 한 후 서대문구 지역내에서 아동 보육 또는 취사와 관련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구립, 사립 어린이집에 배치,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보육도우미는 구립어린이집으로 3인 1조, 취사도우미는 사립어린이집에 2인 1조로 배치된다. 보육도우미는 아동들의 발달사항을 점검하고 어린이집 교사에게 담당 아동에 관한 발달적, 행동적 정보를 제공하며, 취사도우미는 주방 취사를 보조함으로써 주방 청결 지킴이 역할을 한다.
전문교육을 통해 전문성 있는 보육도우미를 저소득 가정에 파견하는 「아이미소 보육도우미」도 이와 유사한 사업.
◎ e-senior강사파견= 정보가 부와 동일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정보를 빠르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인터넷, 그리고 인터넷을 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는 생활의 필수품이 돼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컴퓨터세대가 아닌 노년층은 정보·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은 노인일지라사업의 일환으로 「e-senior강사파견」사업을 계획했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어르신컴퓨터 교육과정을 수료한 60세 이상 노인 중 전문 강사로 활동이 가능한 노인을 선발, 주2회 강사활동을 하도록 지원한다.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오전, 오후팀으로 나뉘어 1시간 20분씩 강의하며, 보수는 월 20만원. 단, 강의가 있는 날마다 1시간 10분씩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시장형 경제활동으로 지속적 수입 보장
추후 월30만원 이상 수입보장 계획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은 노인에게 적합한 시장지향형의 소규모 사업단을 공동으로 운영, 자체수익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공익형 및 교육복지형과 차별된다. 판매기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는 가재울 가게(월 15만원)를 제외하곤 수입도 다른 사업에 비해서 약간 높은 편이거나 높일 계획에 있다.
현재 수입이 가장 높은 사업은 홍은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은빛배달부」로, 참여자는 개별 수익의 90%와 월 10만원 보조금을 합해 평균 30만원을 보수로 받고 있다. 「자활공동작업장」이나 「틈새자활센터」의 보수는 월 20만원에 그치고 있지만 각 수행기관마다 중장기적으로 참여자의 기술향상을 통한 작업물량 확보, 자체제작물품 생산, 지속적인 일거리 창출 등을 통해 1인당 월 3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임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자활을 위한다거나 자립능력을 배양한다는 사업취지에 맞지 않게 보수가 너무 적다는 참여자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틈새계층을 위한 자활센터나 저소득 노인을 위한 자활 공동작업장은 어떤 사업보다 수입이 높아야함에도 다른 사업유형과 별 차이가 없어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 가재울가게운영=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이 수행하는 「가재울 가게 운영」사업은 녹색가게의 재활용품과 아름다운가게의 후원물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판매하는 시장형 노인일자리다.
가재울 가게는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별관 1층 차고 공간을 활용,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4시까지 운영된다. 참여자의 1인당 근무시간은 화·목요일 또는 수·금요일을 선택할 수 있으며 주2회 12시간이다.
가게 운영으로 마련된 기금은 관내 독거노인을 위한 사업에 쓰인다니 돈도 벌고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어 보람과 기쁨이 두 배. 보수는 월 15만원.
◎ 은빛배달부= 노인택배사업인 은빛배달부는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꽃과 서류 등의 소화물을 배달하는 사업을 말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5일 근무이며, 급여는 배달 실적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평균적으로 월30만원이 지급된다.
은빛배달부는 타 퀵서비스 업체에 비해 저렴한 가격, 정확한 시간, 친절·안전한 배송으로 거래처에서의 호응도가 높은 편으로, 보건복지부가 평가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틈새노인계층을 위한 자활센터= 연희노인여가복지시설은 틈새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공동작업장을 운영, 일거리를 제공한다. 주로 OPP포장, 옷커버 마무리, 문구류 포장, 수건 접기, 봉투 붙이기 등의 작업을 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일 5시간 주5일 근무하며, 보수는 월 20만원.
◎ 저소득 노인을 위한 자활 공동작업장=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이 수행하는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포장상자 접기, 쇼핑백제작, 제품포장정리, 봉투제작 등 신체적·기술적으로 부담없는 단순일거리가 제공된다. 1일 4시간 주5일 근무를 기본으로 하며 보수는 월 20만원 이내.
Intreview/이재격 할아버지의 건강한 노후생활 이야기
“은퇴 후 허전한 마음, 일과 봉사로 달래라”
『정년후 마음이 허전하고 사회에서 소외된 기분이 들었지만 봉사를 하고 일을 하면서 싹 없어졌어요』
지난해 효림노인주·단기보호센터에서 햇빛봉사대 노인일자리에 참여한 이재격(61) 씨는 일자리사업기간이 끝난 후에도 발맛사지 봉사를 이어오며 퇴직 후 보람된 삶을 살고 있다.
『아직 체력이 좋잖아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은데 손길을 전하는 곳은 많지 않아요. 특히 지금같이 고령화시대에는 젊은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겨둘 수는 없어요. 퇴직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조금 더 불편하고 어려운 노인을 돕는 게 활력있는 삶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등산과 낚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지만 낚시가는 횟수를 한 번 줄여 봉사활동을 하는 날엔 더욱 큰 기쁨을 얻는다는 이씨. 봉사를 위해 발맛사지, 경락, 건강체조 등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재미도 그의 건강한 노후 생활을 돕는다.
이씨는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자신이 일할 곳은 많다』며 『퇴직 후에는 돈보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용돈도 벌고 보람도 얻는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