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탐방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
고은희 기자
2007-02-06 11:00
배움놓친 전쟁 세대들의 희망 공부방 동병상련 위로하며 못배운 한 풀어
가정형편상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많은 이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배움을 나눌 수 있다는 보람으로 10여년간 학생들을 지도해 온 김희경 강사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많은 이들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해방과 전쟁을 겪으면서 배울 기회를 놓친 사람들에게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꿈같은 행복」이다.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의 한글교실은 바로 이런 이들에게 꿈을 이루게 해주고 있다. 1993년부터 시작된 한글교실은 13년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초급, 중급으로 시작해 지금은 고급반까지 개설돼 3개반, 100여명의 수강생들이 다니고 있다.

중급반과 고급반을 책임지고 있는 강사는 김희경 씨로, 지난 1994년부터 한글교실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을 맡은 후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곳에 몸담고 있다.

김희경 강사는 『교통비만 받고 시작했던 수업인데도 너무나 즐겁게 배우는 수강생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고, 10년 넘게 한글교실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수업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띄어쓰기, 받침, 받침 별 뜻 구별하기 등을 배우며 기초를 다진 후 받아쓰기, 나아가 문법에 대해 배운다. 알파벳이나 한자에 대한 공부도 「양념처럼」 배우고 있다고 김강사는 설명한다. 그는 『수업시간에 노래를 배우는 과정도 있다. 수업의 일환이지만 즐겁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방 전후, 전쟁을 겪으면서 어지러웠던 시절, 어쩔 수 없이 배우지 못한 것은 죄가 아니다』라고 전하는 김희경 강사. 글을 몰라 은행에 가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식구들에게조차 사실대로 말 못하고 마음 아파하는 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김강사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는 기쁨을 전하고, 누구의 도움 없이 은행도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로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는 수강생들이기 때문에 서로 위로하고, 아끼는 마음도 다른 수업에 비할 수 없을 정도다. 서로 맛있는 간식을 싸와 나눠먹기도 하고, 서로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위로하기도 한다.

10년이 넘도록 한글교실을 다니는 수강생들도 많이 있다. 나이가 많아 빨리 배우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따르고 있는 수강생이 많기 때문이다. 늦게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 열정만큼은 여느 학생 못지않은 것.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의 열정 있는 강사와 수강생의 모습이 아름답다.

Interview/  김희경 강사
알파벳, 한자, 노래까지 다양한 배움기회 제공
배움기회 놓쳤더라도 도전하길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지만 세월이 지나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여느 수험생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는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한글교실 수강생들. 10년이 넘는 세월을 정성으로 이들을 이끌고 있는 김희경 강사를 만나 한글교실의 풍경을 엿봤다. <편집자주>

□ 한글교실을 소개한다면?
■ 1993년 강좌가 처음 개설됐고 현재는 초, 중, 고급반으로 나뉘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초급반은 등록인원이 약 45명 정도이며, 중, 고급반을 합쳐 100명 가까이 된다. 월, 수, 금요일은 초급반 수업이 있으며, 화, 목, 토요일에는 중, 고급반이 수업을 받는다.

□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초등학교 교과서로 수업이 진행된다. 초급반은 초등학교 1학년, 중급반은 3학년, 고급반은 6학년 수준이다. 수업 중에 알파벳이나 한자도 배우고,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노래를 병행하기도 한다. 받침과 띄어쓰기 등 헷갈리기 쉬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받아쓰기도 자주 하는 편이다.

□ 보람을 느낄 때는?
■ 어려운 형편 때문에 배움을 포기한 분들이 많다. 이를 부끄럽게 여겨 평생 숨기고,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 못해 고생했던 분들이 열심히 배우고, 자신감을 가질때 기쁘다. 이름조차 쓰지 못했던 분들이 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10년 넘게 수업을 진행해 왔다.

□ 한글교실 수강생들 자랑 한마디
■ 열정을 갖고 배우는 수강생들이 많다. 나 역시 그런 수강생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공부라기 보다는 놀면서 배우는 즐거운 분위기여서 다들 즐겁게 수업에 임하고 있는 것도 자랑스럽다.

□ 배우기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몰라 못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나이가 많다고 배우기를 포기하는 분들도 많다. 죽는 날까지 배운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길 권하고 싶다.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