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단소리」는 서대문사람들
명예기자단이 지역을 돌아보며 생활 속에서 느낀 점을 날카롭게 또는 부드럽게 서술하는 칼럼형식의 글입니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으로 이사 온 지 올해로 18년째다.
몇 십 년을 살아 온 토박이 분들 앞에서야 감히 나설 수 없는 이력이지만 내 아이들의 성장기를 이곳에서 지냈고 우리 가정의 많은 대소사를 지내와서인지 이전에 살았던 어느 곳보다 남다른 애정이 있다.
요즘은 홍제천을 아침저녁 산책하는데 쏠쏠한 재미를 붙였다.
운동이라 하기엔 미흡하지만 툭 터진 천변으로 산책을 하다보면 몸도 한결 부드럽고 마음도 가벼워짐을 느낀다.
도시답지 않게 공기도 제법 흙냄새를 머금어 그 공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햇살이 화사한 날 천변의 도로위로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언젠가 영상으로 보고 부러워하던 선진국 사람들의 한가로운 모습이 떠올라 새삼 우리나라의 발전이 느껴지며 가슴이 뻐근해지기도 한다.
가끔은 이런 낭만적인 감상을 방해하는 눈살 찌푸려지는 것들도 있다.
흐르는 수량이 적다보니 바닥이 마를 때쯤이면 곳곳에 고여 있는 웅덩이에서 심한 악취가 나기도 하고, 자연을 즐기다 자기 흥에 겨워 두고 가는 쓰레기들이 이곳저곳에 버려져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애견과 함께 나오는 경우엔 편의만 생각지 말고 목줄을 채우고 변을 치울 채비는 하고 나오는 예의는 지켜줬으면 한다.
반면 아침마다 나가는 산책길에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마주칠 수 있는 좋은 분도 있다.
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장갑 낀 한손에 비닐봉투를 다른 한 손에 집게를 들고 산책을 하며 여기저기 떨어진 쓰레기들을 줍곤 하는 분이다. 드러내지 않고 작은 선행이나마 실천하는 그분을 보면 정말 손이라도 마주잡고 인사를 나누고 싶은 맘이지만 아침부터 낯선 여자가 웬 호들갑이냐 여길 듯 싶어 매번 맘으로만 존경을 보낸다.
서대문 지역이 전체적으로 뉴타운으로 기대가 부풀어 있다.
좀 더 깨끗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도 가격보다 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여유로운 삶의 모습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업그레이드 됐으면 하고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