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사회, 안전
서대문구도 ‘전화사기 주의보’ 발령
최연희 기자
2007-01-29 13:18
“통장 위험”…검찰 사칭, 계좌 이체 강요
공식 확인된 전화번호로 사실여부 확인해야

최근 신종 사기수법인 「보이스 피싱」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서대문구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구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전화사기 어떻게 이뤄지나=홍은동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모(62) 씨는 지난 12일 『검찰청인데 사기사건에 연루된 관계로 o일까지 출두하라 했는데 왜 안했냐, o일까지 꼭 출두하기 바란다』는 ARS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가게 일로 바쁜 자신이 사기사건에 연루됐다는 것도 황당했지만 다시 출두하라는 날짜도 이미 지난 후였다. 잘못 들었나 생각해 다시 듣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세히 들으려면 9번을 눌러 달라」는 안내멘트에 따라 9번을 누르니 상담원인 듯한 여자가 전화를 받아 『금융사기집단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신 계좌가 나왔다. 도용될 위험이 있으니 당장 통장을 정지하고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안전한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에 더해 담당형사의 전화번호까지 알려줬다.

자신을 검찰청 경제수사과 아무개라고 밝힌 형사는 이씨에게 『은행 거래를 몇 개나 하고 있냐. 통장에 얼마나 들어있냐. 통장 계좌번호와 카드번호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급한 마음에 이씨는 택시를 타고 집에서 통장을 찾아 은행으로 갔다. 신분증이 없어 앞집 가게 주인에게 신분증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한 후 기다리던 중 불안해하고 있는 이씨를 발견한 은행직원과 경찰이 자초지정을 묻고 사기임을 밝혀 다행히 이씨는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검찰청 해당과에 확인해 본 결과 아무개 형사는 근무하고 있지 않았다.

전화사기단은 이처럼 검찰청 직원 등을 사칭해 사기사건에 연루됐다는 말로 상대방을 겁주고 계좌중지 절차를 밟는 것을 가장해 계좌이체와 비밀번호를 누르게 한 뒤 돈을 이체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피하기 위해서는=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전화사기 피해사례 접수 및 문의 전화는 하루에도 수십 건에 달한다. 이에 경찰서는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으나 발신번호를 알아도 가상번호이거나 기지국이 중국 등 외국인 경우가 많아 수사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대문경찰서 강향희 경제수사1팀장은 『우선 이런 사건이 성행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하고 예방하는게 최선책이다. 발생한 다음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팀장은 『전화로 집요하게 인적사항이나 정보 등을 물어오면 대답하지 말고 상대를 정확하게 묻고 직접 가서 진술하겠다고 하거나, 114 등 객관적인 경로로 확인된 전화번호로 사실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보이스 피싱은 전화를 통한 사기를 일컫는 말로 음성(voice)과 개인정보(private data), 낚시(fishing)를 합성한 신조어다. 이는 신용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알아내 범죄에 사용하는 신종 사기수법이다.

국세청, 보험공단, 은행 등에서 최근에는 검찰, 경찰청까지 사칭하는 등 갈수록 사칭대상이 대범해져 국민들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구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