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사람들
기자수첩
동방예의지국의 지방의회 모습?
최연희 기자
2006-12-29 15:15
위원이 위원장에게 문제제기, 혼날 일?
의원 간 양보하고 예절 지키는 자세 갖춰야

『동방예의지국에서 아빠나 엄마가 잘못했다 해서 밑에 있는 자식들이 부모를 질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구의회 폐회식이 있던 지난 20일 서정순 의원이 신상발언 중에「어떤 하나의 안건을 직권 상정하려는 홍길식 위원장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과정에서 폭언을 들었다」고 주장하자, 홍위원장이 이에 대해 해명하며 위원장을 부모, 위원을 자식에 비유했다. 

동방예의지국이라 함은 옛날 중국인들이 서로 양보하고 싸우지 않는 등 풍속이 아름답고 예절이 바른 한국을 일컬었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예절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지키듯, 윗사람도 아랫사람에게 지켜야할 덕목이다.

하지만 홍위원장의 언행은 수직적인 구조와 위원장에 대한 위원들의 맹목적인 복종을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위원장은 폭언 논란과 관련해 『본인 의사와 성격이 다르다 해서 의원을 모독하는 불미스런 언사를 했기에 본의원이 큰 오빠로서, 선배의원으로서 따끔한 충고를 주지 않으면 이런 불상사가 계속 되지 않을까 싶어 본의원의 신상에 손상되는 언사가 오갔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0월 한 복지건설위원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해 소속위원 과반수가 반대함에도 홍위원장은 『집행부를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라며 부결되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서정순 위원은 『의원맞아?』하며 혼잣말을 했고 이 당시 자리를 함께했던 의원들 말에 의하면 「오고가서는 안 될 말」이 오고갔다고 한다.

여기에 한 재선의원이 위원장을 거들었는데, 여성인 두 초선의원들이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그들이 나간 후에야 참았던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위원장의 말대로 동방예의지국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최소한 경력의 많고 적음을 떠나, 성(性)을 떠나 같은 동료의원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최소한의 예의를 보이는 게 당연지사 아닐까.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는 사람이지, 위원들이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사람이 아닌 것이다.

초선의원과 재선의원, 또 여성과 남성 사이에 누가 더 힘이 세고 권력을 많이 가졌느냐가 의정활동에 중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싸우지 않고 양보하는 동방예의지국의 지방의회다운 모습, 이는 누가 먼저가 아닌 의원들 서로가 예절을 지킬 때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